편식하는 겁쟁이 어른의 일기
가장 보통의 날들을 꼭꼭 씹어먹고
유난히 텁텁한 날 마저 꿀꺽 삼켜내는
새나라의 어른이 되기란 아직 멀었다.
여태 못 먹어서 안 먹고
굳이 안 먹어서 못 먹던 음식들이
작은 한 상에도 늘 절반은 됐다.
그렇게 밀린 한 입들이 요즘 나의 별미다.
최근에 내 키가 166cm를 넘겼다.
17살 때부터 반올림을 후하게 쳐야 닿는 숫자였다.
새것 같은 몸이 될 거란 망상은 안 한지 오래지만,
이만큼 눈물 콧물 염분 인대 비용 시간 내놓고도
요령 없이 미련하게 고꾸라지기를 반복하니-
무엇 하나 모르겠고 그냥 납작 자빠져
시멘트 냄새나 맡으면 덜 서운할 것 같았다.
희끗한 손톱 끝이 살그머니 자라나듯
못나게 굽었던 몸도 저 모르게 참 살그머니 자란다.
저항도 못 하고 나부끼는 인간들에게
아주 약간의 귀띔만을 바라지만 역시 야박하다.
반쪽짜리 어른으로 자라 버리면
작은 당첨과 포상들을 멀뚱히 놓치기 일쑤다.
손에 꼭 쥔 그 표엔 항상 알듯 말듯한 말이 적혀있고,
제 땀에 뭉개져 제 힘에 구겨져 도통 알아볼 수가 없다.
이 불편한 코미디의 한복판을 자각조차 못 하니
바다를 가르고 계단을 올라 문을 열 수가 없다.
종종 알 수 없는 오기로 혼자 씨름하다가
‘아이씨’와 ‘아싸’를 뽑는다.
대체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떨구게 되지만,
약간의 쿨타임을 거쳐 괜한 오기를 다시금 충전한다.
그렇게 이 연속을 버티다 보니
과거의 내 예상보다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동강날만큼 튼튼하지 못해 다행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