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에서의 3일. 새로운 세상, 깊고 넓은 바닷속을 만나다
3월의 어느 날, 친구를 만나 처음으로 스쿠버 다이빙에 대해 들었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바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일깨우기엔 충분했다. 그 후론 왠지 바다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아~아~아아) 이제야 평범해진 내 삶에서 더 이상의 모험은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소리를 잊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아~아~아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자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을 결심하며 28만원에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렇게 숨겨진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보홀로 떠났다. (아~아~아아)
9월 30일 월요일 저녁 8시 25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서쪽으로 네 시간을 날아 세부(막탄)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한 시간 느린 세부는 11시 30분. 공항 밖으로 나오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낯선 나라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했다. 세부에서 보홀로 가기 위해선 배를 타야 했다. 교육 시작은 화요일 9시. 제때 도착하기 위해 새벽 배를 타야 했다. 때문에 숙소를 잡더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배를 타기 전까지 시간을 보낼 방법이 필요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마사지를 받는 것이다.
한국에서 마사지 샵을 미리 예약하면 공항으로 픽업 차량이 나온다. 승합차에 짐과 몸을 싣고 마사지 샵으로 이동했다. 조금은 무서운 밤거리를 20분 남짓 내달려 샵에 도착. 간단히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부터 90분 간의 힐링이 시작된다. 적당한 압력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니 몸이 노곤해져 잠에 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할 시간이라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화요일 새벽 4시. 다시 승합차를 탔다. 이번엔 1시간을 달려 항구(오션젯 페리호)로 갔다.
미리 준비한 바우처를 제시하고 항구에 입장했다. 별도로 짐을 싣는 절차를 밟은 뒤 보홀로 출발하는 배에 올라탔다. 오전 5시. 창 밖에선 해가 뜨고 있었다. 앞자리에 놓인 대형 TV 속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배에서 내렸다. 오전 7시. 도착한 곳은 보홀의 항구(태그빌라란). 하지만 가야 할 곳은 아직 멀었다. 최종 목적지는 팡라오라는 섬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었다. 승합차 호객 행위를 하고 있던 분 중에 인상이 선해 보이는 분을 골라 잡았다.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차를 얻었다. 다이빙 샵의 위치를 내비게이션에 찍었다.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 40분. 맑은 시골 풍경을 뚫고 차가 내달렸다.
'도착한 건가' 하는 생각을 세 차례쯤 했을까. 한 건물의 뒷문으로 들어가더니 차가 멈췄다. 차에서 내렸다. 건물을 돌아 앞으로 가니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요트가 가득 정박해 있었는데 마치 거대한 포스터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국적인 모습에 넋을 놓고 있을 때 다이버 선생님들이 우릴 마중 나왔다. 짐을 샵 구석에 모아 두고 작은 교육실로 이동했다.
지난 여정 때문에 우린 모두 피곤에 절어 있었다. 무엇보다 제대로 씻지 못해 찝찝했다. 샤워가 절실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샤워실을 이용했다. 조금 정신이 맑아졌다. 모두가 샤워를 마친 뒤에 전체 교육 일정을 브리핑을 받았다. 그리곤 한국에서 가져온 교재를 꺼냈다. '내일 이론 시험 보는 거 아시죠?'라는 질문에 다들 현실 감각을 되찾았다. 사실 미리 보고 왔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하면서도 아직 공부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는 오후에 있을 수영장 교육이 얼마나 고될지 미쳐 알지 못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