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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Mar 06. 2024

너, 내 동료가 되어라

브랜드 마케터요?

작업물을 보내고 몇 개월. 소식이 없는 동안 내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임용대기 끝에 병원으로 출근했다. 교육을 듣고 배정된 병동으로 갔다. 1달 만에 때려치웠다. 대학 4년에, 군대 2년. 그리고 대기하느라 보낸 6개월. 6.5년을 담담하게 끝맺었다.


웹소설이나 써보자며 시간을 흘러 보내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카톡 알람이었다. 내가 보냈던 브랜드 스토리의 피드백이 왔다! 거의 4개월 만이다. 피드백은 이게 다였다. ‘짧게’. 이게 4개월이나 걸렸어야 할 피드백인가. 나도 귀찮은 나머지. 진짜 요약만 해서 보냈다.


아, 그래도 끝맺었구나. 돈은 못 받더라도 나름 값진 경험이었다.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음을, 타인의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있자니 또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었다. 이제까지는 브랜딩 대행업체를 통해서 얘기를 전달받았는데, 실제 카페를 운영하려는 사람이 직접 연락을 주었다.


밥 한 끼 어떻냐는 내용이었다. 흔쾌히 화덕 피자집에서 만났다. 살짝 겉 부분이 탄 마르게리따와 이탈리안 파슬리가 통째로 올라간 알리오올리오.

 


음식은 맛났지만 약간은 불편했다.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데다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 전초전으로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분위기가 풀어질 즈음 본론이 나왔다. 오픈할 카페의 ‘카페지기’가 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었다.


카페지기? 뭔지 몰랐다. 카페 경력이 전무하고, 커피를 즐겨 마시지도 않는 나에게 카페지기라니. 처음에는 네이버 카페 관리자를 말하는 건가 싶었다. 설명을 더 들어보니 카페 매니저인 듯했다. 이런 제안이 당황스러우면서도 나쁘지 않았는데, 결국 승낙하지 못했다. 상대방이 먼저 제안을 거두었기에. 내 나이를 듣고는 상대방이 깜짝 놀랐다.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단다. 적어도 30대 초반인 줄 알았다고. 이 자리에는 적어도 30대가 앉았으면 좋겠다며 제안을 거두었다. 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내 노안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 후에는 사적인 얘기들을 하며 자리를 파했다. 그래도 한 사람과의 인연은 얻었다. 좋은 식당과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며 만족했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어영부영 웹소설을 쓰던 때였다. 다시 한번 연락이 왔다. 카페지기를 제안했던 사람의 또 다른 제안이었다.


브랜드 마케터가 될 생각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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