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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Mar 13. 2024

[일일일글] 롤모델

롤모델은 인생의 방향키 같은 존재

 오늘까지 학원을 쉬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먹은 수면제가 하루 더 쉴 명분이 되어서 약간 부끄러운 기분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쉬는 날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주중의 일정대로 살지만 외출해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푹 쉰듯한 기분이 듭니다. (얼마나 사람에 질려봤다고 벌써 이럴까요? 허허) 


 오늘은 집 바로 앞에 있는, 그래서 너무 좋은 동물병원에 갑니다. 구름이 등에 혹이 종양인지 아닌지 재진 하러 가는 날이거든요. 다행히 스테로이드로 50% 이상 줄어들었다는 소견을 듣고, 스테로이드 투약은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등을 만져보면서 줄어드는지 확인만 해주라고 하시더라고요. 등에 있는 혹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제 기분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지.. 조그만 고양이가 아파도 이렇게 호들갑인데, 제가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차분한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 사서 하는 걱정도 해봅니다.

 어머니-하니까 생각한 게, 저는 항상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어찌 저지 제 모양대로 살고 있지만, 항상 이상을 바라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주변에서 좋은 모습들이 보이면 곧잘 훔쳐오곤 합니다. 저랑 비슷한 수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훔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로 애정하는 모습만 가득 담긴 롤모델 두 명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은 지금의 경제적 여건으로는 따라 하기가 조금 힘들어서 열심히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답니다. 제가 닮고 싶은 사람들은 배우 이청하 님, 배우 김사랑 님입니다. 이분들이 저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차분하고, 올곧고, 자기 확신이 있어서 흔들림 없어 보이는 그런 이미지를 동경하는데요, 이 분들이 적어도 제가 화면 밖에서 봤을 땐 가장 제 이상향에 가깝더라고요. 매일 하는 일들이 지겹고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해질 때 즈음, 이 두 명을 떠올리면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고요. 그래서 한동안은 이 두 분의 영상을 정말 많이 봤답니다. 너무 좋아 보이는 모습이라, 공유드리고 싶어 아래에 영상 링크를 첨부합니다.


<이청하 유튜브 채널>

이청하 님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을 많이 올리는데, 이 영상들을 보다 보면 이청하라는 사람이 가진 분위기가 오랫동안 쌓인 생활습관과 취향들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하나 봐요. 분위기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걸 좋아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등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첫눈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영역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청하 님 덕분에 음식도 마구 먹는 게 아니라 재료부터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고르고 모으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특히 초콜릿 향에 따라 위스키를 페어링 하는 취미가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MOCA 이청하 유튜브 채널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김사랑 편>

항상 예능에 적합한 사람들만 나오다가 김사랑 님의 차분한 톤이 가득한 나 혼자 산다를 보는 건 꽤 신선했습니다. 조용하면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준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김사랑 님의 하루를 보며 느꼈던 건, 신선한 재료들을 먹기 직전 손질해서 만든 깨끗한 요리를 향과 식감을 적절히 즐긴 후 오감이 만족했다면 그걸로 만족, 식사를 끝내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폭식과 절식을 경험했던 저로썬 어떻게 보면 꼭 필요한 식사 에티튜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게다가 손님들을 초대해서 본인이 이 요리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눈빛이 그렇게 반짝일 수 없었습니다. 김사랑 님이 식사를 적당히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매 끼를 때워야 하는 게 아니라 식사 또한 취미처럼 요리부터 먹는 것까지의 전 과정을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배가 불러야 만족하는 게 아니라 이미 요리를 할 때부터 만족감이 채워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에피소드라 이때부터 김사랑이라는 배우에 대한 제 생각이 연예계에 흔한 정석 미인 중 하나에서 본인만의 식사 철학을 가진 멋진 여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호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전설의 아침식사


 오늘도 글을 쓰면서 오른쪽에는 아이패드로 이청하 님의 브이로그를 틀어놓고 있습니다. 이런다고 닮는 건 아니지만, 익숙해지면 언젠가 자연스레 제 행동과 말투에도 이런 느낌들이 베이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트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네요. 일주일의 반에 다가왔습니다. 다들 남은 이틀간의 주중도 기대될 수 있는 수요일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의 알람을 켜 놓으니 괜스레 마지막 인사말을 적게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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