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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구 moon gu Feb 14. 2023

돈 주고 사서 돈 주고 버리기

돈지랄

세모난 등쿠션을 며칠째 검색했다. 소중한 척추뼈를 보호해 줄 것 같고 기대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커피도 먹을 수 있고 등등등등

엄청 나에게 유용할 것 같다!

상상속의 나


비슷한 제품을 여러 사이트에서 판다.

최저가만 고집하기 전에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인지 보고 수많은 후기를 꼼꼼히 읽어본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스마트컨슈머? 인 나로서는 당장 사지 않고 며칠 동안 장바구니에 넣고 들여다본다.


어떤 사이트에서 살지에 대한 고민이 끝나고 이제 사이즈와 색상을 결정해야 한다. 내 방의 침구색상과 어울리고 인테리어에 거슬리지 않아야 하므로 무척 신중한 결정력이 필요하다.


딸기우유색을 고른다. 너무 여성스럽나? 안전하게 베이지? 아니 사진 찍을 때는 그래도 흰색이 좋은데.. 또 고민을 반복하고 결국 처음 고른 색상을 선택한다. 이제 빠른 배송만 기다리면 된다.



생각보다 큰 쿠션이 도착했다. 겉커버를 세탁해서 씌었는데 각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등은 편하겠지


후기에는 정말 편하다고 하는데 불편했다. 그냥 집에 있는 소파쿠션을 대고 있는 게 더 편했다. 그래도 돈 주고 산 건데.. 가족들에게 좀 민망해서 열심히 사용했다. 일주일 후에는 소파 아래에 두고 발을 올려놓는 용도로 쓰게 되었다. 먼지가 많이 붙고 사이즈가 너무 커서 매우 거슬리기 시작했다. 도라에몽주머니 같은 베란다창고에 넣어두며 언젠가 쓸 거니까 잠깐 넣어두기로 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며칠 전 75리터짜리 종량제 봉투에 등쿠션을 넣어 버렸다. 안녕..

이녀석. .75리터 봉투에 들어가기도 너무 뚱뚱했다.


돈 주고 물건을 사고 또 돈을 얹어서 버린다. 와.. 누가 들으면 부잔줄 알겠다. 쓰레기를 만들어서 지구에게 미안한 죄책감은 덤이다.

 

이제 고만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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