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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구 moon gu Feb 21. 2023

돈 들어오는 파이프라인 만들기에 도전하다

아이패드로 그림 그려서 돈 벌기

소득 파이프라인 만들기에 도전하다!      

n잡, 소득 파이프라인, 파이어족, 경제적 자유, 유투버, 파워블로거 등등


이런 얘기들은 솔직하게 말하면 연예인 얘기만큼이나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돈을 아끼고자 미니멀라이프로 소비를 줄이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벌면 좋겠다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구형의 아이패드를 집어 들었다.     


대박 이모티콘 작가들의 연봉이 수억이라는 기사를 떠올려본다. 대화창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보면 특출 난 그림 실력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고 왠지 나도 이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나 어리석었던 생각인지는 당시에는 몰랐다.)




이모티콘작가에 도전하다


이모티콘 제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본다. 검색만 해도 줄줄이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와.. 이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돈을 벌고 있었구나. 유튜브에서 하루 만에 이모티콘 작가되기, 이모티콘 작가되기 너무 쉽다는 영상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슬쩍해 본다.


이모티콘을 도전자의 입장으로 살펴보니 포화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많은 캐릭터가 있었다. 곰, 고양이, 토끼, 햄스터, 오리, 동그란 인간 등등 없는 캐릭터가 없다. 여기서 기존 그림과 안 겹치게 그리는 게 가능이나 할까 싶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부터가 커다란 산인데 이미 출시된 이모티콘에는 없는 재치 넘치는 말과 행동까지 표현해야 한다. 별생각 없이 사용할 때는 쉽게 보였다가 막상 창작자의 입장이 되니 이렇게 좁디좁은 시장이 없는 것 같았다.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낙서처럼 그린 이모티콘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운? 좋으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첫 제안 후 당연히 승인이 될 거라 생각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승인내역을 확인했다. 아주 정중한 미승인 메일을 받았다.


연달아 3번쯤 미승인 메일을 받았을 때 뭔가 잘못생각했구나 깨달았다.


이곳은 어쩌다 얻어걸릴 운에 의지하거나 쉽게 생각하고 접근할 곳이 아니었다. 마음과 감정, 위트 있는 센스까지 담아내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귀엽고도 매력적인 작은 생명체를 그려내야 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그곳에서 승승장구하는 작가님들은 행운아들이 아니고 치열하게 연구하고 노력한 그야말로 프로들이 아닐까 싶다.     


이대로 계속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 같아서 잠시 이모티콘 제안을 멈추고 아이패드 드로잉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무식이 죄였던가.. 모르니 아무 생각 없이 덤벼봤고 실패했다. 몇 개의 이모티콘 수업을 들으니 지금까지 내가 제안했던 그림들이 다시 보였다. 분명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고 귀여웠던 그림이었는데 다시 보니 제안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내 눈에만, 나한테만 이쁜 내 새끼였다.      



이모티콘 도전을 접고

블로그 스티커 승인에 도전하다     


공부할수록 이모티콘 도전이 너무 무모했다는 게 더 크게 느껴졌다. 입문이 그나마 쉽다는 블로그 스티커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려놨던 그림을 조금 바꿔서 지원했는데 역시나 미승인을 받았다. 이곳 역시 호락호락하게 승인해주지 않았다. (한때 이곳에서 승인받는게 쉽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최근에 강화되어 어려워졌다고 한다. 나 같은 이모티콘 도전자들이 실패하고 우르르 이곳으로 몰리기 때문이었다.)     


다시 캐릭터를 그리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여러 번의 재도전 끝에 첫 승인 메일을 받게 되었다. 정말 기뻤지만 승인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몇 개가 가뭄에 콩 나듯 팔렸다. 물론 내가 구매한 걸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봐도 돈 주고 사서 쓰고 싶지는 않았다.


단순히 승인이 목적이 아니라 사서 쓰고 싶은 그런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갓생을 살고픈 갓찐만두는 고심 끝에 태어난 캐릭터다. 치킨 두 마리의 소득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 욕심 덕분에 애정하는 캐릭터도 탄생되었고 다시 승인받는 기쁨도 느꼈다. 최종적으로 블로그 스티커는 16번의 미승인, 4건의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제안했던 캐릭터에서 치킨 두 마리를 시켜 먹을 수 있는 수익이 발생했다. 어찌나 기쁘던지!!


내가 잠든 사이에 돈이 들어오는 소득 파이프라인이 하나 생겼다. 노력했던 6개월의 시간과 에너지를 치킨 두 마리 값으로 나누어보니 하루에 270원 꼴의 수익이다.(시간당 금액은 계산하고 싶지 않다...)




이모티콘 도전을 시작하고 치킨 두 마리와 내가 만들어낸 몇 개의 캐릭터들이 생겼다. 일당 270원이라는 소액의 아쉬움보다는 오랜만에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크게 느껴졌다.

     

알고 있다.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경제활동이라는 걸. 하루 270원을 준다고 했다면 난 이모티콘 그리는 일을 도전하지 않았을 거다. 이모티콘을 그린다고 자는 시간 쪼개고 집은 난장판에 눈과 목의 피로까지 얻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소득 파이프라인을 만들기보다는 내 인생의 다양한 경험 파이프라인을 만들고자 말이다. 그리고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느끼고 살짝 느슨해지려고 했던 절약모드 스위치를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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