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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구 moon gu Jan 15. 2024

누에벌레 벨드레스 패딩 소비기록

미니멀추앙 소비반성일기

다사다난했던 2023이 지나고 2024가 왔다.

올해는 진짜 미니멀하게 살고 싶기에 얼마 전에 산 패딩소비에 대한 반성일기를 써보련다


꽤나 노산이었다.

첫아이와 무려 13살이나 차이나는 아기를 낳게 되고

여러 이벤트로 6개월은 약을 먹으며 누워 지내고 출산을 했다. 하루 중 23시간 넘게 누워서 인간 배양기로서의 역할을 해내느라 나이 든 몸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노산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머리카락은 다시 나올 때인데 오히려 계속 빠져버렸다. 붓기인지 살인지모를 몸의 라인과 기미와 주름이 뒤덮어 버린 얼굴이 처참했다. 아기를 데리고 병원을 가거나 길을 다닐 때 어려 보이는 아기엄마들만 눈에 들어오고 내가 너무 초라하고 못나게 생각되었다.


그렇다.

문제는 독점육아로 힘든 것도 아니고 바로 돼지골룸이되어버린 나를 바라보는 였다. 진짜 세월을 정통으로 때려 맞은 중년의 내가 있었다.

사실 난 옷과 외모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여자다.

(가방은 예외)


갑자기 패딩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 같음 절대 입지 않을 층층이 칸이 누벼져 있는 누에벌레스타일 패딩이 자꾸 내 시선을 잡아끈다

나도 저걸 입으면 2023년 겨울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들과 같아질 것 같다.

지금 내 모습은 나이 든 돼지골룸일 뿐이니까


예전엔 묶는 벨트였지만 요즘은 세련된 아가씨들이 할법한 끼우는 벨트스타일이다. 사가퍼도 아주 고급지다. 라쿤퍼는 이제 옛말인가 보다

 

사고 싶다.


내 패딩들은 지금도 마치 새것같이 단정하게 옷장에 걸려있다. 예전 옷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아직도 새것 같네, 이거 입으면 되겠어라고 되뇌지만

왠지 심하게 초라해 보이는 내 모습에 옷이라도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옷이 문제가 아닌것을 알지만 진짜 문제는 고쳐질것같지 않아서 옷으로 가려보고 싶었던것임을 나도 알고있었다.)


미니멀라이프를 동경하며 소비절제를 한다고 선언했던 나는 어디에

이소연 작가님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불과 며칠 전에 읽지 않았는가


맘에 드는 패딩을 찾았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가격도 여러 가지

육감의 촉을 세워 맘에 드는 패딩을 찾았다

근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60만 원대의 패딩을 사기엔 지금 나로서는 큰 사치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꺼냈다를 수십 번 했다. 이렇게 쓸시간에 아기옆에서 푹 자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이주정도 고민하다가(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리다) 특별세일 쿠폰을 적용시켜 43만 원에 결제를 끝내고 택배를 기다렸다 100프로 맘에 차지 않으면 바로 반품시킬 거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옷을 꺼내보았다.


이런.. 맘에 든다.

소재도 핏도 퍼도 너무 마음에 든다. 살찐 누에벌레처럼 폭신 거리지만 뚱뚱해 보이지 않는다.


60만 원짜리 패딩을 43만 원에 샀다고 언니에게 신나게 자랑톡을 보냈다. 누에벌레 같지만 허리띠를 하면 마치 벨드레스같이 퍼지는 게 아주 예쁘다고 말이다.

내가 왜 이 패딩을 샀는지, 패딩이 마음에 드는 이유를 열심히 나열하고 얼마나 싸게 샀는지도 열심히 얘기했다.

언니에게 착샷을 보냈더니 거대한 누에벌레 같다는 톡을 받았다.



...

올해는 진짜 미니멀라이프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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