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학생들, 그 부모님들은 모두 안녕하신가요?
댁의 가정에 살고 있는 중3학생들,
그 부모님들은 모두 안녕하신가요?
전 끓어오르는 울화를 참아내며 짧지만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어요.
저희 집에는 중3이 있습니다. 예비고 1이라 불리고 2028학년도 변화된 입시를 맞이하는 아이지요.
특목고를 가겠다고 말을 꺼내기 시작한 건 중2병이 한참이던 시절이었지요.
뭐, 한여름에 겨울옷을 꺼내 입고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는 기행을 펼치던 시절이라 대수롭지 않게 들었어요.
특목고 가겠다는 녀석이 시간만 나면 핸드폰에 각종 게임에 숏츠 유툽...
(이런 놈 그 학교에서 붙여주지도 않겠지만 어디 가서 특목고 쓰겠다고 나불거리지나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피함은 그저 다 나의 몫인 거니까요)
성적은 진짜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아슬아슬 A
(본인생각에 되게 잘하는 줄 알아요. 그것도 참 신기해요. 분명히 더 열심히 잘하는 애들 주변에 많이 있거든요)
주요 과목이야 학원에서 공부하니 그럴 것이고 학원 안 다니는 과목은 간신히 시험전날 쪼금 공부
(그것도 공부라고 하면서 꼭 쉬는 시간 갖고 게임해요.)
공부는 못해도 되는데 최소한 시험에 대한 예의는 지켜달라고 몇 번 얘기했었네요. 너무 무례한 거 같아서요. 적어도 시험기간에는 게임은 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 두었어요. 왜냐면 말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진짜 사춘기병 최고치 찍고 사는 애인데 그나마 학원은 다니니 그것만으로 고맙다 생각했거든요.
요즘 툭하면 학원 결석이에요. 노는 약속 잡느라 바쁜 것 같더라고요. 갖은 핑계를 다 갖고 와서 몇 번 이해해 주다가 버럭 했어요. 그럴 거면 진짜 다 그만두라고 돈이 남아돌아서 비싼 학원비 대주는 거 아니다. 엄마도 너무 힘들다. 네가 알아서 인강 듣던 지 해라 블라블라..
"다니긴 다닐 건데 자긴 어쩌다 못 갈 수도 있다"라고 하네요. 뚫린 입이라고 나불거리는 거 보니 맴매 때려주고 싶었어요. 15년 키우면서 큰소리 한번 안 냈는데 요즘은 제가 아는 모든 욕에 야구방망이 맴매까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냥 친구들 시원하게 공부할 수 있게 가서 학원 에어컨비라도 좀 보태주고 오라고 했어요. 이런 게 진정한 기부일까요?
공부 열심히 하는 대학생들 군대 보낼 것이 아니라 이런 놈들 모아서 군대 보내면 좋겠는데 아쉽네요.
저러면서 특목고를 쓰겠다고 말하고 다녀요. 특목 쓰면 떨어지겠죠. 제가 면접관이라도 한눈에 알아볼 것 같아요. 저희 아들 같은 사이비 놈들... 혹시라도 그분들이 큰 실수 해서 붙여줘도 다른 친구들 좋은 등급 받게 제일 뒤에서 콘크리트 같은 밑받침이 돼줄 듯해요.
결국 교통이 불편한 지역 고등학교에 가서 3년 내내 등하교 힘들어서 출결이 엉망일 거 같아 걱정이에요
알빠노 마음으로 외면하고 싶지만 허세만 가득한 햇병아리 같아서 모른척하기도 힘드네요.
특목고를 쓴다는 것, 그 자체가 일종의 중2허세병의 일종인가 싶네요. 부디 중3 끝나기 전에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요.
여름방학이라고 신나게 게임하고 약속 잡아 놀러 다니고 학원 갈때되면 힘들다고 피곤하다는 특목지망생에게 쓴소리 해주고 싶지만 다 잔소리로 들릴 것 같아서 오늘도 입꾹닫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