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과 책 여섯가지 이야기
나에게, 책과 공간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라는 관점을 중심으로 통하는 두 가지이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고, 공간이 담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평소 책을 읽는 습관이, 한 번에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 그래서 항상 가방 안에 2-3권의 책이 조용히 앉아있다. 어디서든, 작은 틈이 시간이 생기기만 하면 바로 책들을 꺼내든다. 내게 있어 책은, 그 어느 공간에서든, 그 어느 순간이든 나를 채울 수 있는 가장 감성적이고,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이렇게 어느 틈인가를 꺼내 쥐어 책을 읽다보니, 수시로 길바닥에 주저 앉는다. 책을 읽을 때면 그 순간을 사진으로 많이 남기는 편인데, 많은 책 사진들을 보니 아이를 기다리는 학원 앞 보도 블럭, 에버랜드 입장 대기 장소의 나무 그늘, 주차장 앞 계단들의 사진이 많았다. 그런데도 어쩌면 딱 그 공간에 맞을 법한 책들을 들고 있었는지, 사진 속 공간과 책들의 궁합을 보자니 내가 왜 여러권을 책을 무겁도록 들고 다녀야 했는지를 합리화해주는 듯하여 싱긋 웃는다.
그 중에서도 좋았던, 마음에 남았던 책과 함께여서 좋은 공간들을 꼽아본다.빛이 유난히, 과하게 들어오는 곳과 자리. 또는 아주 알맞은 조도의 어두운 방. 종이 냄새, 책 그림자 등이 있는 곳들. 그런 곳들의 공통점이다.
나에게 있어 책을 읽는 가장 익숙한 장소들은, 잠들기 전 나의 침대, 베란다에 펼쳐 놓은 캠핑 의자, 그 어디든, 이름지어주지 못하는 그 숱한 벤치들이다.
그 어디든 좋지만, 그 어디든 중에 그 많은 이야기들이 더욱 짙은 농도로 마음에 새겨지게 해 주는 특별한 곳들이 있다.
그런 곳들 하나 둘과 함께, 책을 향유하는 로맨틱한 시간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누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