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라이크 42호 책 만드는 곳, 출판사 - 앙케이트 답변 전문
어반라이크는 참, 매호 만드는 책마다 참 좋다.
이번에는 주제가 "책 만드는 곳, 출판사"라고 했다. 벌써 심쿵이라니.
앙케이트 참여를 하겠다고 하고는, 집에 있는 천오백여권의 책들을 출판사별로 정리해봤다.
대학 시절 좋아하던 책부터, 몇십년간 내 책장에서 내려가지 않는 귀한 책들.
최근 들어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는 동안 신이 났던 내가 보인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참으로 즐거운 일.
어반라이크가 밀도 있게 다룬 출판사 버전은 정말 소장각 :)
평소 좋아하는 출판사
어반북스
김영사
민음사
을유문화사
작가정신
열린책들
위즈덤하우스
안그라픽스
디자인하우스
문학과 지성사
열화당
사계절
창비
시공주니어
비룡소
어라운드
북저널리즘
자기만의방
한겨레출판
유유문화사
돌베개
해냄
북스톤 & B-cut
phaidon
Penguin
Taschen
Chronicle Books
JOH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 어느 출판사 책이 가장 많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카이빙된 시절이 길다보니, 문학동네가 권수로는 가장 많았어요 -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작가들이 문학동네에서 많이 책을 내셨어요. 그리고 어려서는 문학동네 책들이 그렇게 예쁘더라구요.
그리고 최근의 책들로 좀 다시 정리해보니, 최근의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민음사가 가장 많았어요. 출판사를 인지하고 산다기보다, 샀던 책들을 쭈욱 보니 주제면에서 제가 가장 뜨겁게 느끼는 주제들이 많았네요 (여성, 기후변화, 고전 등). 그리고는 민음사가 근래들어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출판사와 독자의 거리가 가까워진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민음사가 내놓은 책이구나 하면서 인지하며 챙겨서 소장하기 시작하였어요
최근 구입한 책은 무엇인가요? 어떤 이유로 구입하게 되었나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 임진실 사진, 출판사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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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면서 불행을 많이 맞닿지 않은 감사한 삶을 살고 있어요. 또한, 제 아이에게도 그러한 감사하고도 다행인 삶을 선물하고 싶어 정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죠.
그런데 세상에는 우리만 감사한 삶을 산다고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배우고 느끼고 있죠. 그래서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포용하는 삶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겸손하게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얼마전 어느 국어 선생님의 페이스북 피드를 통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은 은유 작가가 '겸손한 목격자'의 태도로 어린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 세상과 마주하여 겪은 '제가 속하지 않았던'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글이에요. 이들의 이 뜨거운 목소리를 마주하고 나의 삶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흘러가는 이 세상이 더 나아기지를, 제가 배우고, 제 아이가 배우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구입하게 되었어요. 바로 어제 배송이 와서 한 장 한 장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읽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출판사를 만든다면 어떤 장르나 특징을 가진 출판사를 만들고 싶나요?
정말 즐거운 상상인걸요! #올리부출판사
제가 올해로 23년을 마케터로서 일을 해왔는데요. 23년간의 저의 경력을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일해 나갈 30여년에 대한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의 Career Aspiration (열망하는 나의 일의 방향성)은 “Help Ordinary People & Small Business to Grow” (보통의 우리들과 작은 비즈니스들이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이에요.
그래서 제가 출판사를 만든다면, 작은 비즈니스들의 여정들을 담은 브랜드 북들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요!
그들의 반짝이는 모든 순간을, 그들이 넘어졌던 모든 순간을, 그들이 브랜들의 팬들로부터 힘을 얻은 모든 순간을, 그렇게 기록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브랜드의 깊이 있는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는 책들이 나오면 좋겠어요!
자신이 구입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요?
‘가장' 감사했던 책으로 기억에 남는 책은 키티보니포니의 ‘KBP Patterns’입니다.
브랜드들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좋아하는데요. 그 중에 2020년에는 키티버니포니의 패턴북이 단연 감사한 책 중 하나였어요. 키티버니포니를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살면서 키버포의 모든 패턴의 커튼을, 침구를 가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 패턴북 하나로 키티버니포니의 모든 패턴을 제가 소유한 것 같은 마음이 드는거에요. 그러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책 한권이 실로 엄청난 선물을 전해준거죠 제게!
책을 구입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 이유는요?
가장 많이 사는 곳은 교보문고와 속초 동아서점이에요.
그리고 종종 어디든 들리게 되는 독립서점에서는 한아름 사들고 나옵니다.
교보문고는 제가 어려서 가장 동경하던 장소였어요. 어린 시절에 인천에서 살았는데, 스무살이 되면 서울에 가서 제일 처음 하고 싶은 것이 광화문 교보문고 혼자가기였어요. 교보문고는 제게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죠. 그래서 교보문고 가는 것은 제게는 습관 같은 거에요. 약속도 교보문고에서 하고, 짜투리 시간 남으면 무조건 교보문고 가기 그랬어요. 집을 구할 때도 교보문고가 집에서 거리가 얼마나 되냐를 집을 구하면서 찾아보곤 했거든요.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고부터는 밤마실로 교보문고를 일주일에 4번 이상 갔었어요. 잠들기 전 우리의 놀이터였거든요. 그래서 그냥 교보문고를 가서 새로운 신간들을 열심히 데리고 오죠.
그리고는 가장 많이 구입하는 곳은 속초의 동아서점이에요. 그 먼곳에서 책을 사다니 싶으실텐데요. 동아서점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그냥 동경하고 좋아하던 곳이었어요. 속초 여행을 동아 서점을 가려고 작정하고 갔었어요. 그리고는 동아서점의 매력에 푹 빠졌죠. 그 곳에는 그냥 보석같은 책들을 정말 잘 꺼내 놓아주시거든요. 오래된 책이어도, 언젠가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했던 그런 책들이 그렇게 많이 보이는거에요. 일년에 2-3번씩 가서 30권 이상씩을 사오고 있어요.
그리고는 여행 때마다 들리는 작은 서점들에서 매번 책을 많이 삽니다. 저희 가족들에게 있어서 소비의 브레이크가 없는 것 중 하나가 책 소비에요. 책을 사는데에는 주저하지도 말자고 해요. 그래서 작은 서점들을 만나면 그 곳에서 만난 소중한 책들을 꼭 데려오기도 하고, 그 작은 서점들이 다음에 왔을 때도 그렇게 존재하기를 응원하기 위해서 또 많이 책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려서는 책 편식이 심했어요. 여성 작가 위주로 좋아했고, 문학 소설만 읽었고, 북커버가 예뻐야 했고, 글씨와 종이가 마음에 들어야했어요. 그러다가 서른의 중반쯤 왔을 때, 제가 친한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 ‘너는 정말 호불호가 확실하구나'라는 말을 듣고 사실 좀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사실 ‘불호'를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의 경계가 확실하다는 것이 제게는 다소 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편협한 사람이라는 것만 같은거에요. 그래서 그 때부터 ‘세상의 다양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이런 고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이 ‘책'이에요. 책을 통해서 이러한 것으 배우고 싶은데, 제 독서 편식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하는것이 관건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준 없이 골라요. 그냥 손을 쭉 뻗어서 느낌대로 골라요. 때론, 일부러 골라요. 서평이나 다른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들은 먼저 절대 읽지 않아요. 처음엔 책을 읽다가 저와 같은 생각이 아닌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거에요. 아!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라, ‘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만 하고 넘어가자며 정말 몇 번을 덮었던 책을 어렵게 꾸역꾸역 읽어내려갔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이제, 어떤 책이든 다독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그래서 제 책 고르는 기준은 ‘없다'입니다. 세상의 모든 책들은 정말 아름다우니까요!
나의 인생책 BEST 3를 소개해주세요.
#1.
엄마는 페미니스트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출판사 : 민음사)
엄마가 된 지 14년이 되었습니다. 이 온전한 우주 하나를 품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으니, 엄마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지가 18년이나 되었던 것이죠. 엄마가 되고 나니, 나를 포함한 엄마들을 응원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항상 하나 가득합니다. 이 책은 우리를 응원하는, 뜨거운 애정을 담은 나의 마음을 담아주고 싶었던 날이면 꺼내 드는 책입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책은 매번, 나의 아이 뿐 아니라 내 삶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꼭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그러한 엄마가 되리라 마음 먹게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일하는 엄마라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그저 나의 일을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그 자체가 내 아이에게도 굉장한 선물이라는 점.
아이한테 특권과 불평등에 대해 가르치고, 너를 해칠 생각이 없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칠 것.
차이를 평범한 것으로,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 것.
아이가 차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도록 가르칠 것.
아이에게 차이에 대해 가르침으로써 그 아이가 다양성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
아이에게 자신의 기준이나 경험을 절대 일반화하지 말라고 가르칠 것.
그 애의 기준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칠 것.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겸손은 ‘차이는 정상적인 것이라는 깨달음’뿐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
용감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칠 것. 자기 의견을 말하도록, 진짜 생각을 말하도록, 정직하게 말하도록 격려해 줄 것.
특히 아이의 솔직한 입장이 하필 곤란하고 인기 없는 의견임에도 그것을 드러냈을 때 더 많이 칭찬할 것.
친절이 중요하다고 말해줄 것.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애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가르칠 것.
너 역시 다른 사람들의 친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줄 것. 자기 것에 대한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도록 가르칠 것.
너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소리 내어 말하라고, 외치라고 가르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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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 단단한 중심을 잡고 싶었던 그 어떤 때에도, 나를 칭찬하고 싶었던 그 어떤 때에도,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었던 그 어떤 때에도 종종 열어보는 제 인생 책입니다.
#2. 소장해서 행복했던 인생책
심쿵 & 즐거움 담당 인생책 ‘Rubber Stamping (by Stephen Fowler)’
제가 귀여운 도장들을 좋아하는데요. 정말 심쿵한 책이었어요. 책 표지부터 책 전체를 실제 고무 도장으로 그래픽을 만든 책이었고, 어떻게 도장을 만드는지, 그 패턴을 만들어내는지도 나오는데, 일단 도장을 찍어서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어서, 펼쳤던 첫 장부터 끝까지 심장을 움켜쥐고 소리를 지르며 보았던 책이에요. 지금도 너무 좋아해서 항상 손 닿으면 찾을 곳에 딱! 두었습니다.
#3. 뜨거운 울림과 묵직한 인생의 생각의 무게를 선물해주는 인생책 : 신영복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 ‘담론’ (출판사 : 돌베개)
제가 1995년도에 대학을 들어갔는데요. 그 때 선배에게도 처음 선물 받은 책이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어요. 정말 철없던 스무살의 저에게는 충격적으로 가슴 묵직한 책이었어요. 처음엔 그 책이 읽기가 그렇게 어려운거에요. 그래서 잡았다 놓았다를 정말 수번을 했던 책이었죠. 그렇게 무거운 무게를 주셨던 책이었어요. 그 이후, 선생님 책은 제게 숙제 같은 존재였어요. 그렇게 하다 2015년 출간된 담론은,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를 담은 책이라고 하니 한번도 선생님 강의를 직접 들어본 적 없는 저로서는 정말 그 아쉬운 마음에 당장에 샀던 책이었는데, 그 이후로 또 그렇게 잘 못 읽는거에요.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쓰셨던 ‘서삼독'이라는 글이 있어요.
책은 반드시 세번 읽어야 합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족적으로는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중략) 진정한 독서는 삼독(三讀)입니다.
선생님의 그 말에 힘입어 당장에 읽어내려 하지 않고, 때때마다 천천히 읽겠다고 마음 먹었던 책이었어요. 그러다 선생님께서 그 이듬해 돌아가셨고, 그리고는 몇년을 손에 잡지 못했던 책이었어요. 2021년이 되어서, 저와 대화를 나누던 지인분께서 작은 글의 조각을 선물하고 싶다며 메시지로 신영복 선생님 담론의 작은 부분을 발췌해서 보내주셨어요. ‘자기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부분이었어요.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자기 변화의 질과 높이의 상한’이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저는 이 글이 저로 인해서,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자기 변화의 질이 나아지고, 그 변화의 높이가 높아지길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는데, 정말 2021년 몇달 내내 통틀어 3번 이상을 다시 읽어가며 줄 치고, 필사하고 있는 책이에요.
선생님께서 세상에 계시지 않아도 이렇게 책으로 그 생각을 남겨주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책을 통해 남겨지는 우리 세상의 유산들의 위대함을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매년 세번씩 읽고 싶은 제 인생 책입니다.
평소 즐겨 읽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소설, 에세이, 잡지, 인문사회, 여행
소설 :
저는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는데요. 국문학을 전공한 이유도 문학 때문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소설책을 너무 좋아했죠. 그래서 여전히 저는 소설책을 좋아해요.
에세이 :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요.
잡지 :
매번 정말 단단하게 엮어진 한 권의 잡지를 보면 정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들어요. 그렇게 응축된 좋은 글과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니까요.
인문사회 :
제가 속한 세상을 잘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움을 위해서 열심히 읽는 분야에요.
여행 :
정말 여행을 좋아해요. 그래서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좋아하죠. 어반북스의 어반리브 시리즈 너무 좋아해요!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일상과 성장
어떻게 하면 나의 일상을 나답게 이끌어갈 것인지, 그를 통해 나는 어떤 성장을 끌어갈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 나의 딸을 포함하여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삶이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책을 읽을 때 나만의 BGM으로 선택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인가요?
The Eddie Higgins Trio 의 곡들 & Paul Desmond 의 연주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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