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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May 13. 2023

Playa del carmen, 관광객의 씁쓸함

100 days in America #7

여행의 목적이 고정관념을 깨고 상식 밖에 일들을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는 데 있다면 이번 여행은 이미 성공적이라 하겠다. 쿠바가 마르크스의 사상이 그래도 비교적 잘 반영된 사회주의 국가일 것이라는 나의 추측은 쿠바 여행을 통해 깨졌고, 멕시코는 당연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물가가 저렴할 것이라는 나의 고정관념 역시 칸쿤 여행을 통해 깨졌다. 우리는 여행 중에는 그래도 바지런히 구경을 다녀야 한다는 평소의 습관를 깨고 마냥 보는 것 없이 빈둥거렸다. 플라야 델 카르멘 외각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7박, 플라야 델 카르멘 센터에 있는 호텔에서 2박을 하는 동안 매번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외식비와 팁이었다. 부식 구매비와 교통비 등의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외식비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비쌌는데 숙박이나 관광 액티비티야 동네의 주 산업이라 그렇다 쳐도,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길거리 식당에서 조차 기본 인당 2만 원 이상을 쓰게 되는 구조에 거의 의무적으로 15% 정도를 받아가는 팁에 뭔가 눈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 들었고, 멕시코의 GDP를 감안할 때 과연 현지인들이 이를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여행 중 멕시코 물가의 진실을 파헤치는 대신 숙소에서 간단하게 요리해 먹기를 택했고 비교적 값싼 망고, 아보카도, 토마토, 라임, 나초, 맥주 등으로 아침엔 망고, 저녁엔 과카몰리 & 맥주를 먹으며 지냈다. 그저 이렇게나마 간단히 조리를 할 수 있는 숙박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쿠바와 멕시코의 차이 중 하나라, 자본주의의 장점이라 자위하면서...


쿠바의 Airbnb 숙소가 ‘우리 집 방을 하나 내 드려요. 저희는 현금으로 받는 조식으로 돈을 버니 조식 꼭 드시면 좋겠고, 원하시면 석식도 해 드려요. 랍스터, 악어, 생선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가 주된 콘셉트이라면 칸쿤 지역의 Airbnb는 누군가의 세컨드 홈이거나 사업적으로 여럿 관리하는 숙소여서 하나의 플랫을 통으로 내주는 경우가 많았고, 주방이 없더라고 냉장고, 전자레인지, 기본 그릇 등은 있어 간단하게 숙소 내 해결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멕시코 여행은 쿠바 여행보다 훨씬 현지인과 접촉할 기회가 적은 여행이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더 많지만 사람들과 직접 부딪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거나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멕시코 경제, 정치, 생황에 대한 생각을 들을 기회가 훨씬 적었던 것 같다. 현지인에게 우리는 관광객이자 “서비스 대상"이었고, 제한된 자원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던 쿠바의 민낯과는 달리 멕시코는 여행자와 현지인의 접점이 적잖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는 않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쿠바 여정으로 지친 우리가 시간을 조금 더 “관광"하는 날의 모드와 그저 “일상"을 사는 날의 모드로 나누어 지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혹은 멕시코가 쿠바보다 훨씬 쉽게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만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멕시코에서 보낸 보름은 현지에 대해 배움이 적은, 멋 모르고 지내는 시간같았다고 말하겠다. 멋진 세노테와 캐리비안 바다, 놀거리, 먹거리가 있었고, 그럼에도 멕시코의 다른 지역과 달리 안전하다고 소문난 보낸 칸쿤 지역에서의 보름은 솔직히 나쁘진 않았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끝났다. 혹은 지불한 비용에 비하면 만족도가 떨어졌다고도 하겠다. 멕시코가 식문화가 발달한 곳임을 감안하면 약간은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멕시코의 식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를 해 보자면 “실험"과 “자극" 정도로 키워드를 붙일 수 있겠다. 맹맹하거나 짠, 이라는 두 개의 맛으로 대변되던 쿠바의 음식과는 달리 멕시코의 모든 음식에는 다양한 맛, 특히 매운맛이 찐하게 가미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맥주를 칠리 플레이크와 함께 먹을 정도? 마가리타에 라임즙을 발라 소금이나 설탕으로 가니쉬를 해 먹거나, 테킬라를 소금과 함께 먹는 것은 비교적 익숙해 거부감이 없었는데 그 가니시를 고춧가루로 한 맥주 칵테일 미첼라다는 내게 참신을 넘어 동공이 커지는 경험을 하게 하는 맛이었다. 그 술을 멕시코에서는 꽤 대중적인 해장술로 마시고 있었고 그 버전 또한 다양하고 기발해 가게마다 이름만으로는 맛을 예측할 수 없을 만한 다양한 미첼라다를 팔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먹거리는 칵텔 데 카마로네스라고 불리는 새우 칵테일이었는데 칵테일 잔에 담긴 걸쭉한 토마토 주스와 자숙새우의 조합으로 보이는 그 메뉴는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가는 식당마다 사람들이 먹는 걸 보니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들어 시켜 먹어 보니 상상 외로 새콤하고 쫄깃한 것이 사람들이 찾는 매력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달고, 자극적이고, 큰 디저트류도 혀를 내두르게 했는데, 멕시코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분야가 바로 음식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플라야 델 카르멘을 포함한 칸쿤지역은 명확한 관광산업지역이라 다른 지역과의 경험적 차이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멕시코를 여행했다는 말이 적절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에게 멕시코에서 보낸 시간은 그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서 외지인으로 보내는 시간이었다. 굳이 은유를 해 보자면 갈증을 해소할 목적에 처음 보는 맥주를 시켜 한입 들이켰는데 맵고 신맛에 놀라 맥주인 줄 알았던 미첼라다를 쳐다만 보던 관광객의 씁쓸한 경험과 견줄만했다. 멕시코 안녕~ 네게 See you again 말고 Good bye를 남긴다.

플라야델카르멘 시내 / 크리스탈리노 세노테 / 엘타지 호텔
유행하는 비키니 셔츠 / 미첼라다 / 칵테일 데 카마로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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