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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9. 2023

문과남자의 과학 공부

북리뷰 _homo eruditio #5

여행 중인 하메가 내게 책선물을 보냈다고 했다. 그날이 하필, "빨간 머리 앤 전집"이 새로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라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얼마 전 함께 그린 게이블스에 다녀왔으니 출간소식을 듣고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격 때문에 구매 버튼을 누르지 못한 내 마음을 알고? 혹은 같은 마음으로 책을 사 보냈으려나? 그렇다면 정말 대박! 이란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책 선물 이야기를 듣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책은 도착하질 않았다. 열흘쯤 지났을까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문 앞에 덩그러니 놓인 온라인서점 택배봉투가 보였다. 얇은 걸 보니 "빨간 머리 앤 전집"이 아님은 자명했다. 이게 뭘까? 


봉투 속에는 유시민 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가 들어있었다. 처음 듣는다. 그가 시민님에 대한 팬심을 나에게 보내는 선물인 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안을 펼쳐보니 막 세상에 나온 신상이었다. 예약구매를 한 모양이었다. 팬이란 자고로 이 정도 돼야 하는 거겠지? 나는 책을 책장에 꽂았다. 언젠가 그가 와서 읽겠지. 그전에 내가 읽을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소문 열심히 내고 새로 사 선물도 한, 오래간만에 호평한 책이다. 나는 그에게 책을 선물해 주어 고맙다고 했다. 


유시민 씨가 문과 남자를 자처하듯, 나도 카테고리를 나누자면 문과 여자다. 내 삶에서 수학이나 과학이 큰 의미나 재미를 가진 적은 없었다. 재미는 이해에서 오는데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과 안경으로 세상을 본 적도 없다. 하메 덕에 집에 자리를 잡은 SF소설들을 읽으면서 내가 쌓은 것도, 이제야 생각해 보면 거기에 스토리가 있을 뿐 근거는 명확하지 않으므로 과학적 사고가 아니라 철학적 사고일 뿐이다. 내가 사는 세상은 늘 정답은 없지만 해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철학적 망원렌즈로 접한 곳이자 다양한 문화적 컬러로 세상을 보게 해주는 여행자의 색안경에 비친 모습이었지 과학적 원리와 역학, 수학적 논리, 화학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이러한 나의 무지를 바로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으니 나는 책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하겠다. 물론 책을 읽었다고 갑자기 없던 이과렌즈가 내 삶에 장착된 것은 아니다. 내가 특별히 화학, 물리학, 수학에 무지하며 그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면 다른 것들이 보이리라라는 걸 예측하게 된 것뿐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나는 그 렌즈를 가지면 삶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그 사이 사람들과 몇 차례 책 이야기를 하면서 과학, 수학을 이해하게 되면 내가 가지게 될 것이 다른 각도에서 삶을 볼 수 있는 그냥 이과 렌즈가 아니라 삶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현미경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화하고 명확히 할 수 있는 근거, 원리, 논리가 정립된 정답에 가까운 무엇 말이다. 물론 과학도 유추에서 시작하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도 과학이 철학보다 훌륭하다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죽기 전에 저 안경 쓰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버킷리스트에 넣었다. 틈틈이 과학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일단 조금 더 익숙한 뇌과학과 생물학으로 시작해야겠다. 저자 말처럼 수학은 좀 힘들겠지?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 


우리 집과 우리 엄마의 진실 

과학은 스스로 발전했고, 인문학은 과학을 껴안으면서 전진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천동설을 믿던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코페르니쿠스(1473-1532)가 주장한 지동설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진실로 밝혀냈고, "우리 집(지구)"이 어디에 어떻게 실존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종교의 그늘아래에서 창조론을 믿어왔지만 지금은 많은 종교인들조차 명확한 근거가 존재하는 다윈(1839-1882)의 "진화론"이 "우리 엄마(조상)"가 누구임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가 사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같은 조상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학적 진실이 우리의 인식과 삶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나? 이 인문학적 질문이 과학 렌즈가 어떤 힘을 가지는지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P.32~36 내용 요약 


유전자와 인생론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저자는 인문학이 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물학을 들여다 보고야 알았다고 했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결국, 삶의 의미는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 나는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인류는 대단히 복잡하고 독특하게 발전된 생존기계이다. 하지만 모든 종에게 유전자가 내린 명령은 동일하다. '성장하라. 짝을 찾아라. 자식을 낳아 길러라. 그리고 죽어라. 너의 사멸은 나의 영생이다. 너의 삶에는 다른 어떤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목적을 추구한다. 인간은 유전자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에도 그 굴레에 묶여 사는 것을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탐구를 이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127~128 내용 요약 




저자가 추천한 과양 교양서

[코스모스], [원더풀 사이언스], [엔드오브타임], [이기적 유전자],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원소의 왕국], [E=MC2], [생명이 있는 것들 다 아름답다], [김상욱의 양자공부], [과학콘서트]   


저자가 감사를 표한 과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다윈, 패러데이, 맥스웰, 플랑크, 슈뢰딩거, 아이젠베르크, 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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