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_homo eruditio #15
비폭력대화 _ 마셜 로젠버그 / 2017 / 한국 NVC출판사
누군가 물었다. 읽은 책을 또 읽는 게 재미있냐고.
나는 기억력이 나빠서인지 책을 읽고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다. 그래서 한 달만 지나도 마치 새 책처럼 다시 읽을 수 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문장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 책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좋은 책은 종종 읽어주는 게 좋다. 그리고 경험상 타인과 함께 나누면 영감의 효과는 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코치들의 감정탐구 두 번째 책으로 《비폭력 대화》를 선택했다. 책도 읽고, 교육도 듣고, 모임도 해 본 책이지만 이번에도 새롭고 배울 것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읽은 지 몇 년 지난지라 책 내용을 거의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말하는 많은 내용이 이렇게 저렇게 내 삶 속에 적용되어 비폭력 대화를 알기 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만으로도 이번 독서모임은 충분히 값졌다.
혹시 ‘체로키 인디언의 두 마리 늑대’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나는 여러 책에서 이 이야기를 접했고 그중 톰 새디악의 《두려움과의 대화》 버전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우리 안에는 늘 싸우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산다. 기쁨·친절·자비를 상징하는 흰 늑대와, 화·두려움·열등감을 상징하는 검은 늑대. 그리고 결국 이기는 늑대는 우리가 먹이를 주는 늑대다.
이번에 비폭력대화를 세 번째 완독하고 나서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 안에도 늘 두 가지 목소리가 공존해 왔다. 살아남기 위해 검은 늑대에게 의도적으로 먹이를 주던 시절도 있었고, 말속에 숨어 있는 작은 폭력을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때로는 흰 늑대가 굶어 죽어버린 건 아닐까 두려웠다. 비폭력대화는 나에게 그 흰 늑대를 다시 발견하고 보살피는 연습이었다. 그동안 돌보지 못한 감정들—연민, 공감, 감사 같은 것들—을 다시 키우기 위한 아주 구체적인 기술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입에 잘 붙지 않던 말들이, 어느 순간 관계에 부드러운 틈을 만들어준다고 느꼈다. 공감이 들어설 자리를 만드는 힘, 그게 비폭력대화가 가진 가장 단단한 선물이다. 이 글에서는 그 기초를 아주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 비폭력 대화를 적용하는 방법, 4단계 ##
> 비폭력대화는 말하기·듣기 모두에 적용된다. 아래 예시는 ‘말할 때’를 기준으로 정리했다.
1단계 : 관찰 _ 판단, 해석, 추측 없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
좋은 예) “회의 중에 내 말을 끊고 의견을 말했을 때…”
나쁜 예) “오늘 왜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
2단계 : 느낌 _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기
좋은 예) “나는 좀 서운했어.”
나쁜 예) “네가 그러니 당연히 기분 나쁘지.”
3단계 : 욕구 _ 감정 아래 있는 욕구를 솔직하게 말하기
좋은 예) “내 의견도 존중받고 싶었어.”
나쁜 예)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4단계 : 요청 _ 구체적이고 부드러운 행동 제안하기
좋은 예) “앞으로는 내가 말할 시간을 잠깐만 확보해 줄 수 있을까?”
잘못된 예) “제발 좀 잘해!”
비폭력대화는 화려한 대화 스킬이 아니다. 그저 내 안의 ‘흰 늑대’를 기억하고, 그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 아주 작은 습관일 뿐이다. 아주 조금만 연습해도 삶의 결이 달라지고, 말 한마디가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 책을 다시 읽으며 그 단순함이 가진 힘을 새삼 들여다보게 되었다. 다시 또 마음먹고 삶에 적용하여 더 나은 사람으로 한걸음 걸어가 보아야겠다.
## 모임에서 함께 나눈 질문 일부 ##
Q : 비폭력대화를 방해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상황, 고정관념 등)
Q. 비폭력 대화의 4단계 중 당신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1.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2. 느낌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기, 3. 욕구를 의식하고 느낌에 책임지기, 4. 구체적으로 부탁하기)
Q. 당신의 공감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Q. 자신의 욕구를 실제와 다르게 표현한 적이 있나요? 무엇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 같나요?
Q. 최근 간단하게 감사를 표현했던 일을 떠올려보고 이를 NVC방식으로 바꿔주세요. (당신이 ~했을 때, 나는 ~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 ~한 욕구가 충족되었습니다)
Q. 요즘 당신에게 가장 큰 욕구는 무엇인가요? 어떤 느낌이 들길 바라나요?
책에 아래와 같은 인용글이 있었다. 이렇게 함께 독서하고 나누는 시간들이 나를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가게 하는 한걸음이 되길 바라본다.
“성숙한 사람은 여러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마치 교향곡의 다양한 음처럼 강하고 정열적인 것부터
섬세하고 예민한 느낌까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 롤로 메이 (정신분석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