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합병원 출신 뉴욕 간호사, N잡러에서 창업까지

뉴욕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간호사 백지은 씨

by 김수진

“간호사가 정말 멋진 직업이란 것을 뼛속 깊이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 대학병원 출신으로 현재 뉴욕대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미국 간호사 지은 씨는 미국에 오고 싶은 간호사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간호사가 사람들을 돕는 멋진 직업이라는 것을 잊기 쉬운 모양이었다. 최근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는 한국 간호사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IMG_7831 2.PNG '김수진의 잡 인 뉴욕'에 출연한 지은 씨


미국과 한국 의료 현장의 차이는 이미 숫자로 선명히 드러난다.


“일반 병동 같은 경우 한국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2명 정도를 보는데 미국에서는 4명 정도 보거든요. 제가 일하는 부서(당일 수술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는데, 회복실이 수술이 막 끝나고 나온 환자들을 보는 곳인데 한국에서는 제가 회복실에서 10명씩을 혼자 봤어요. 여기서는 2명 정도까지 보고 있어요.”


간호사 한 명이 과도한 업무를 떠안는 것도 문제지만, 과연 환자들이 세심한 돌봄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환자들이 간호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환자에게나 간호사에게나 현재의 의료 환경 자체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제일 큰 차이를 느끼는 부분은 (환자들이) 일하는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물어보고, 본인도 스스로 소개를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냥 지나가는 한 명의 간호사가 아니고, ‘지금 너를 담당하는 간호사 제니’라고 하면 환자도 제 이름을 기억하고 ‘제니, 아까 고마웠다’ 이렇게 말해요. 그런 걸 기억하다 보니 퇴원하고 병원에서의 기억을 돌아봤을 때 제니가 정말 고마웠다고 생각을 하면, 병원 피드백에 제 이름을 직접 다 적어주시거든요. 그런 것에서 기쁨을 느꼈어요.”


더구나 한국에서는 의료 현장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데다 동료 간 경쟁의식도 있어서 쌓인 일을 빨리 쳐내다 보니 손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일하던 한국 간호사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환경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미국에 와 보니까 저만큼 일하는 사람이 없는 거죠. 사람이 일을 이만큼이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이 친구들 (미국 간호사들)은 경험을 못 해봤으니까 어느 정도만 해도 ‘아 너무 힘들다. 나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다’하고 불만을 하더라고요. 한국 간호사들은 이 역치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일을) 이만큼씩 쳐냈던 사람들이라 우리가 정말 (일을) 잘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미국에는 간호사로서 커리어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의 문도 더 많다.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친 뒤 면허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 간호사가 될 수 있다. 전문 간호사는 처방권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고, 독립적으로 개원도 할 수 있다. 사실상 의사나 다름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의료인이 될 수 있다. 지은 씨가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유이기도 하다.

12D18002-3124-4D9F-BEEF-5BA9AD9F39F5_1_105_c.jpeg 존스홉킨스대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지은 씨


“리더십에 대한 교육도 많이 듣고, 의료 정책이나 헬스 파이낸스 이런 수업도 듣고, 임상에서 리더로서 간호사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리더들이 경영 전반에 대해 회의를 하면 의사 출신도 있고, 간호사 출신도 있고 여러 직업군이 모여서 회의를 해요. 그분들이 각 분야에서 다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겸직도 허용이 된다.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은 씨는 미국에 오고 지난 4년 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풀타임 수술실 간호사로 일하다가 2년 전부터는 학교 보건 선생님, 스쿨 널스라는 직업도 시작했고요. 동네 수액 클리닉에서 비타민 주사를 놓아주는 파트타임도 시작했어요. 또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에스테틱을 할 수 있어요. 보톡스, 필러 같은 시술을 간호사가 할 수 있어서 그런 일도 파트타임으로 시작했죠. 그런 것들을 하면서 제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걸 잘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 같요, 여러 가지를 해보니까 어디에 열정이 있는지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시도를 하다 보니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마케팅, 영업에도 흥미를 느껴서 최근에는 에스테틱 서비스 스타트업까지 창업했다.


“미국은 의료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 접근성도 굉장히 낮거든요.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톡스, 필러 이런 것들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늙고 싶지 않고,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할 텐데 접근성이라는 장벽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런 것에 대한 노출이 적어요. 그래서 대량 구매나 여러 전략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낮추되 안전하고 질 높은 시술을 제공해 드리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한국을 떠난 지 4년 만에 프로 N잡러에 회사까지 차린 지은 씨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시”인 뉴욕이 여러 도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널싱제니’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간호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널싱제니는 앞서 길을 개척한 사람으로서 비슷한 꿈을 꾸는 이들을 항상 응원한다.


“지금 일하시는 게 힘드실 수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을 텐데 정말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고요, 미국에 오셔서 충분히 잘하실 거다라는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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