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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수 Nov 18. 2015

다시 꺼냄

‘당신은 무얼  좋아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을 하지 못합니다. 사실대로 ‘쉬는걸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민망하고 점잖은 취미를 꾸며내 대답하자니 스스로를 속이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앞으로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하려 합니다.


나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맨발로 젖은 모래를 밟았을 때 발가락이 꿈틀 하며 움츠러드는 느낌을 좋아하고 조금은 서늘할 정도로 싸한 바닷바람이 귀를 스치는 것도 좋습니다. 해운대에서 나고 자란 탓도 있겠습니다. 일요일이면 으레 친구들과 바닷가를 산책하곤 했으니까요. 다만 옷이 젖는걸 싫어해 물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저 그 주변을 걷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걸 좋아했을 따름입니다. 


가끔은 모래사장 끝에 설치된 나무계단에 앉아 골똘히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복잡한 일이 생기면 무한히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파도를 쳐다봤습니다. 차잘싹한 소리가 반복되면 생각도 찬찬히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제게 바다는 사색의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사람이라는 게 되게 치사합니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정해놓으니 그간 접어뒀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다른걸 좋아한다고 말해도 같았을까요. 가족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오늘 밤은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떠올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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