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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Apr 04. 2023

주인의식이라는 단어에는 죄가 없다

직장생활을 해 봤고 하고 있는 사람 중에 '주인의식'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보통 대표 혹은 높은 직위의 상급자가 내뱉는 '주인의식'이라는 단어는 꽤나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 말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라'

'네가 사장이면 이런 식으로 일을 하겠냐'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에 고용된 처지임을 감안하면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은 모순적이다. 대부분의 고용된 노동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보수를 받기는 하지만 직장의 '주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말 '주인'이라면 직장에서의 상황(노동환경과 노동방식 등)을 결정하거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직장이 거둔 성과에 대한 분배 또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인'이라고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 '주인'이라면 직장이 얻게 된 실패와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에게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말은 기만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인의식' 자체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을 잘해야 하며 일을 잘하기 위해 구성원의 '동기부여'는 매우 중요하다. 직장의 주인은 아니더라도 '주인의식'을 가진 구성원이 일에 있어 더욱 동기부여가 잘 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덕분에 CEO든 관리자든 조직의 많은 리더들은 조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주인의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하는 건 어떻게 살펴보아도 모순적이다. 그래서 100% 주인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주인과 같은 기분을 내게 하려면 직원에게 주인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이 주어져야 한다. 리더 중에는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나 많다. 실제로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리더 중에는 단순히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기를 원하는 것을 넘어서 왜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회사가 잘 되면 당연히 자기도 잘 될 것인데 왜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사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리더만큼 답답한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리더가 아닌 직장인들은 회사가 잘 되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회사가 잘 되는 건 좋은 일이고 자신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것이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유의 1순위가 될 수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직장은 일터이고 일은 생계 수단이면서 자기 계발의 수단이다. 만일 어떤 직장인이 엄청난 '주인의식'을 발휘해 회사에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그러한 성과의 결과가 자신에게 보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주인의식'이 계속 발휘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성과에 따른 보상이 어느 정도일 지를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다고 놀랄만한 성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뛰어난 성과를 얻게 된다고 해도 그만큼의 보상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면, 과연 어떤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동기부여는 보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결과에 따른 보상으로 동기부여가 강하게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정말 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기부여가 잘 이루어진다면 대부분의 회사들이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책정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헤이스팅스의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때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

출처 : '규칙 없음'(No Rules Rules)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장님은 현실을 잘 모른다는 눈빛으로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두둑한 연봉을 줄 수가 없다고 말이다. 맞다. 두둑한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직장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조직에서 리더가 독점하고 있는 권력을 나누는 것은 어떤 조직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을 나누는 것은 사실 의사결정을 완전히 이양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과 '그저' 소통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직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조직에서 주어질 보상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혹은 어떤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운영방식을 결정하는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에서는 매출이 많이 나온 해에 직원들이 성과급을 기대하지만 어떤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전혀 기대감을 갖지 않는다. 리더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사실 조직의 주인이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리더가 그러한 '권력'을 나눌 수 있어야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관련해서 일본의 재밌고도 놀라운 회사인 미라이공업의 창업자는 핵심을 찌르는 이야기를 한다.

 

장사는 고객을 감동시켜야 성립해. 고객을 감동시키면 물건을 사줘. 다른 회사들은 고객 제일주의, 고객 만족 등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하는데, '감동'이란 단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누구냐. 바로 직원들이야. 그렇다면, 경영자는 고객보다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야 해. 직원이 자기 회사에 감동하지 못하면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해.

출처 : '미라이공업 이야기'

(참고로 미라이공업은 전 직원 정규직, 정년 70세, 잔업과 휴일 근무 없이 휴가는 140일, 육아휴직 3년에 월급은 동종 업계보다 10% 높으며 연 매출은 3천억 원 이상이고 업계 1위 회사이다)


말이야 누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미라이공업의 직원이 말한 바를 들어보자.


회사의 문화에 관해 : 미라이 공업의 어느 부분이 제일 좋으냐고 하면, 상사에게 '이런 걸 생각했는데, 해도 될까요? 어떤가요?'하고 자기가 생각한 일을 일일이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물론, 비용이 드는 일은 상사와 논의하고, 내부 규정을 건드릴만한 일을 미리 확인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가 생각해서 좋다고 판단하면, 그냥 하면 됩니다. 상사도 허락해 주세요. 반대로, 상사가 명령조로 "당장 이렇게 해!" 하고 말하면 반발이 생기겠지요. 우리 회사는 그런 식의 지시는 없어요.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실행하고 스스로 결과를 실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고, 이다음에는 또 뭘 생각해 낼까 하고 궁리하게 됩니다.

출처 : '미라이공업 이야기'


오늘도 수많은 조직에서 '주인의식'이라는 단어가 대수롭지 않게 입 밖으로 뱉어질 것이다. 그러나 '주인의식'은 주인이 조금이라도 될 수 있어야 생겨나는 것이다. '주인의식'이라는 단어에는 죄가 없다. '주인의식'이 생기도록 만들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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