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식어를 사용해야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챗GPT에 대한 반응은 무척 뜨겁다. 매우 단순하게 혹은 대충 질문을 던져도 챗GPT는 꽤나 놀라운 답변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열광하면서도 걱정한다. 이전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가능했던 일들이 단번에 해결되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일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관련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챗GPT로 자신의 업무를 효율화, 자동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열광과 걱정이 실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챗GPT는 우리 모두를 이른바 '일잘러'로 만들어낼 것인가? 그리고 이 때문에 사회 전체적인 고용은 줄어들게 될까?
이 글에서는 제목처럼 챗GPT가 사람들을 일잘러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자. 이를 위해서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잘러의 정의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평가다. 동일한 자료를 특정한 형태로 계속 취합하고 정리하는 것이 일인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일인지에 따라 일을 잘한다는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의 성격을 뜻하는 '모방'과 '창조'가 실제 일에서 명확하게 구분되어 존재하는 경우는 잘 없다. 반복적인 자료를 취합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실제 '일'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일이 무엇이냐라는 기준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는 그 일을 하는 혹은 하게 만드는 조직(직장)의 목표와 목적에 부합되게 일을 해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겪는 일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정기적으로 자료를 취합하는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자료를 어떤 목적에서든 활용하기 위함이다. 매출을 늘려라, 영업이익을 높여라, 비용을 줄여라, 만족도를 높여라 등등 목적 없는 일은 사실 없다(간혹 이미 의미가 없지만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일들이 있지만 그 또한 최초에는 목적이 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잘 해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잘' 이다. 회사에서 흔하게 겪는 상황 하나를 생각해 보자. 최근 회사의 매출이 부진하니 매출 신장 방안을 만들어오라는 '일'이 A와 B에게 부여되었다. A는 자주 그러하듯 가지고 있던 작년과 전 분기 보고서와 경쟁사 자료 등을 검색해 이래저래 해서 기획안을 만들어 냈다. 반면 B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마케팅 방안을 듬뿍 담은 기획안을 만들어 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B가 더 일을 잘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겠지만 B의 기획안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B의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마케팅 예산이 10배가량 필요했다. 그리고 B의 방안을 실행한다고 매출이 급격하게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려웠다. 반면 A의 방안은 어쩌면 재탕 혹은 삼탕의 방법이었지만 예산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자 그렇다면 둘 중 누가 일을 '잘' 하는 사람일까?
필자의 대답은 둘 다 이면서 둘다가 아니다 이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이 아니라 A가 답이 될 수도 있고 B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판단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에 따라 어떤 회사는 로켓에 올라탄 듯한 속도로 성과를 내고 어떤 회사는 정체되거나 심할 경우 망하게 된다. 결국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문제해결을 '잘' 한다는 것이고 이는 판단의 영역에서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필자는 판단의 영역에서 결정을 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관점'(perspective)이라고 생각한다. 동일한 현상을 사람들이 다르게 인식하고 평가하는 것이 '관점'때문이듯, '잘'이라는 것 또한 '관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일에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많은 경우 특정한 형태의 일처리가(특히 기획이 이루어진 일이라면) 가져오는 결과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단지 '관점'에 의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판단되는 문제해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챗GPT는 우리 모두를 일잘러로 만들어줄 수 없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관점'은 챗GPT가 제공해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다양한 '관점'에 따른 결과들을 챗GPT가 제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챗GPT만으로는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대신 챗GPT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으로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챗GPT로 일잘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향후 계속 개선이 되겠지만 100%가 될 수는 없는(100%가 될 수 없다는 건 필자의 견해이다) 챗GPT 답변의 정확성 문제는 '관점'없이 챗GPT만으로 일잘러가 되려는 사람의 발목을 계속해서 붙잡을 것이다. 앞서 제시한 매출을 높이라는 일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새롭게 생각해 내거나 예전에 활용되었던 방법들과 함께 챗GPT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모두 펼쳐놓고 '판단'을 할 것이다. 어떤 것이 '잘'된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인지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일단 챗GPT가 제시한 방법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챗GPT가 제시한 방법이 우연히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관점'에 부합한 것이라면 일을 잘한 것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내놓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획안에 불과할 것이다. 게다가 가끔 확인되는 정확하지 않은 챗GPT의 답변 내용은 문제해결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 텐데 '관점'이 없는 사람은 이것을 인지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챗GPT는 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어느 정도 있고 '관점'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약간 과도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신입직원보다는 어느 정도 일 경험이 있는 직원이 일잘러가 되기에 챗GPT는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일의 목적이나 일을 잘하기 위한 즉 문제해결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숙련자에게 더욱 해당되는 것이다.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챗GPT가 잘못된 결과를 내놓아도 즉시적으로 수정하면서 챗GPT를 자신의 일에 맞게 적절하게 커스터마이징 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미 일잘러이거나 일잘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챗GPT는 일을 잘한다는 것의 수준을 더 높여주고 효율성을 가져다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챗GPT는 일을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일잘러로 만드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의 모든 사람이 일을 잘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이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일을 경험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에 적응하게 되고 어느 정도의 '관점'을 가지게 된다('관점'에 맞지 않게 일을 하게 되면 계속 제자리걸음과 같은 생활을 직장에서 하게 될 텐데 그런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직장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챗GPT는 일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을 일잘러로 만들 수 있는 도구이지만 이 또한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일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챗GPT의 활용성이 매우 커지지만, 챗GPT만으로 일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높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거창하게는 일잘러가 되겠다는 소박하게는 일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다는 목표와 욕구가 개인의 의지로 발현되어야 일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의미 있게 향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