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Apr 11. 2023

챗GPT는 기업 고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안 써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챗GPT말이다. 아무렇게나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결과를 내어놓는 챗GPT에 많은 이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인간 일자리의 많은 부분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될까? 정말 챗GPT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챗GPT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이다. 챗GPT에 대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자연어에 대응한다는 쉽게 말하면 그냥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이 지시를 해도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물론 챗GPT가 내놓는 결과 중에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들도 꽤나 많지만 결과의 정합성보다도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쓰는 언어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AI가 자연어에 대한 반응이 '자연스럽다'는 점은 '일'의 관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일'을 같이 할 때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포인트는 '소통'이다. 누군가가 원하는 바를 다른 누군가가 실행하는 것. 어찌 보면 인간의 관점에서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인간이 아닌 무엇인가가 그러한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챗GPT는 인간의 일을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사실 일을 같이 할 때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소통이 잘 되어야 일의 결과가 잘 나오는 것에 있다. 팀장이 경쟁 업체의 최근 마케팅 현황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 팀원이 엉뚱한 업체의 현황을 조사하거나 경쟁 업체의 예전 마케팅 현황을 조사하면 그야말로 모두가 멘붕(?)에 빠져 버린다. 물론 회사에서 이런 극단적인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기본적인 소통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나 챗GPT는 즉시적으로 지시에 대응하기는 하지만 엉뚱한 대답을 내놓거나 완전히 가상의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그것도 매우 조리 있는 느낌을 주면서 말이다. 이런 점은 '일'에 있어 챗GPT의 인간에 대한 대체 가능성을 낮추는 점이다.  


그러면 챗GPT는 현재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아니다. 일에 있어 챗GPT는 오류 가능성(의도와는 다른 결과)이 높다는 한계가 있지만 응답이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즉 챗GPT가 생산한 오류를 즉각적으로 인식하고 즉시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면 일이 매우 느린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챗GPT의 이런 특성은 사무직에서 실무에 능숙한 팀장과 결합될 경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상당수의 사무 업무는 자료 취합, 분석, 대안 제시(기획)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통상적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팀에서는 팀원이 자료 취합과 분석을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물론 업무 전 과정을 팀원이 담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많은 경우 팀장은 자료를 직접 작성하기보다는 방향성 정도를 제시하고 팀원이 작성한 1차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형태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실무에 능숙한 팀장은 자료 취합과 간단한 분석 정도만 팀원에게 지시하고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다. 실무에 능숙한 팀장은 어차피 본인이 보고해야 하고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런 식의 일처리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무에 능숙한 팀장은 업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속도가 늦은 팀원의 1차 결과를 기다리기보다는 틀릴 가능성이 높아도 즉각적으로 그럴듯한 반응을 보여주는 챗GPT가 효율성의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챗GPT가 보여주는 오류는 팀장 스스로 수정하면 되니까 그리고 챗GPT가 생산한 자료는 초안으로 활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장점은 팀장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업무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것에 능숙한 팀원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결국 일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에게 챗GPT는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척척, 특정한 자료를 빠르게 요약해야 할 때도 척척. 일을 능숙하게 하는 이에게 챗GPT가 생산한 자료의 오류는 바로 인지되는 것이고 자기가 바꾸면 되는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결국 챗GPT는 이제 막 일을 배우고 일에 능숙하지 않은 사무직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해당 부서나 팀에서 실제적으로 일을 손에 쥐고 있는(팀장이든 팀원이든) 사람이 챗GPT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챗GPT가 대체할 수 있는 고용은 어느 정도가 될까? 


통계청이 올해 3월 15일 발표한 '2023년 2월 고용동향'자료에서 직업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서 고민해 보자. 이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사무 종사자'의 수는 약 4백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7% 수준이다.


출처 : 통계청, 2023.03.15.'2023년 2월 고용동향'

'사무 종사자' 중에는 앞서 언급한 사무 업무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 전체가 챗GPT 등장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사무 종사자' 분류에 포함되는 직업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금융 사무직, 법률 및 감사 사무직, 상담 안내 통계 및 기타 사무직이다.


또한 약 6백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가량을 차지하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분류에는 과학 전문가 및 관련직, 정보 통신 전문가 및 기술직, 공학 전문가 및 기술직, 보건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 법률 및 행정 전문직, 경영 금융전문가 및 관련직, 문화 예술 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이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이 해당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 중에는 앞서 언급한 사무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인력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체 취업자 중 40%에 달하는 '사무 종사자'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직업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챗GPT에 자신들의 '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40%에 달하는 일자리가 단번에 없어지거나 급속한 속도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챗GPT는 일에 능숙한 사람이 쓸 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일을 배우는 혹은 일을 알아가는 단계의 사람에게 챗GPT가 직장의 '사수'처럼 작동하기는 아직은 어렵다. 현재 챗GPT가 보여주는 숱한 오류들을 순식간에 인지하고 챗 GPT가 제시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말 그대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챗GPT는 오히려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수단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자신들이 채용해 훈련시키지 않더라도(훈련에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해 팀장 혹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용은 덜해도 되지만 결과는 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을 수 있으므로). 그런 점에서 이른바 '일'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한 기업의 선호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현재 챗GPT 수준만으로는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챗GPT와 같이 자연어를 통해 소통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전문적인 프로그래밍이나 IT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챗GPT와 같은 툴을 쉽게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제 어지간한 회사의 팀장이라면 컴퓨터를 활용해 문서를 만들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일 정도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 결국 '일'이라는 것의 맥락을 이해하고 수행할 줄 아는 사람이 회사에 있다면 상당수의 사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인력의 수는 기존보다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체 취업자의 40%를 차지하는 사무 업무 관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인원의 상당수는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사람은 계속해서 나이를 먹는다. 젊을 때 팀장이 된 사람이라고 해도 천년만년 팀장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새로운 팀장을 해야 하는 데 고용이 줄게 되면 팀장을 할 수 있는 후보자의 수도 줄어들게 된다. 즉 조직이 극단적으로 채용을 줄이는 일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이라는 것의 특성상 똑같은 종류의 일이라고 해도 조직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기초적인 일부터 경험해 본 사람의 존재는 어느 조직에나 필요하다. 챗GPT 때문에 현재 채용된 인원을 줄이는 일은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인원을 채용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일 잘하는 경력직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겠지만 조직 자체적으로 그러한 인원이 나오기를 바라는 기대 또한 여전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면적이고 빠른 속도의 고용 축소가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AI의 품질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사람들 또한 AI를 더 잘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공지능 활용에 친숙함을 느끼는 사람 또한 늘어날 것이다. 이는 고용 특히 사무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의 고용에 있어 기업의 채용 패턴이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은 사람들이 변화를 느끼기 어렵겠지만 어느 순간 AI가 업무에 활용되는 것이 당연시되면 기업의 고용 패턴 또한 변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시점은 모든 변화가 그렇듯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