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희곡 vol.3
도미토리
강백수
삐걱이는 철제 침대
내 날숨 위에서 뒤척이던 너는
혹시 나쁜 꿈이라도 꾼 걸까
그래도 다행이지
눈 뜨는 순간 우리에겐
지난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지루한 사실만 남으니까
약간의 밤을 함께 견디고
대단치 않게 인사를 나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그럴 수 있는 것과 그렇게 되는 것은 별개의 일
네가 여수로 또 너는 부산으로 떠나고
나는 서울로 올라가고
책도 기억도 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
왜 그래 아마츄어처럼?
호들갑 떨지마
어차피 그런 과정이
어느 정도의 기간에 걸쳐 실행되는가
그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일들이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2호선을 타는 매일 위에
얼마든지 쌓이고 있을걸
술을 너무 마셨나봐
지난 밤 파티가 다 기억나지는 않아
그래 잘 하고 있는 거야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제 그것만 잊으면 완벽한 여행이 될거야
다들 그렇게 털고 일어나서
우유에 콘푸로스트를 말아먹고 떠나면 되는 거지
연락처니 인스타 맞팔 같은 소리는 하지 말기로 해
어느 역에서 다시 만나면
우리는 그때 통성명부터 다시 하면 돼
우스울 것도 없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