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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믜 Apr 21. 2017

디자인, 활동주의를 만나다

두 번째 Action Item Fair를 다녀와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온 이래로,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거나 그들의 활동에 어울리는 기회가 여럿 있었다. 전문교육을 받은 디자이너로서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의 니즈를 끌어내거나 그들의 요구를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 간의 스킬—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나 커뮤니티 형성에 필요한 요령—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활동가들은 어떻게 할까? 활동가들에게서 이런 요령들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지난 1월 첫 Action Item Fair 이후로 4월 8일에 두 번째 행사가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 지난번에는 패널 토론으로 행사를 시작했었는데, 이번에는 두 워크숍과 TED talk 스타일의 발표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워크숍 Organizing from Past to Future: Reflections for new & Experienced activists과 Effective Communication for Active Citizens에 참여했다.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현재 활동가거나, 활동가로 활동했었거나, 커뮤니티 오거나이저, 저널리스트, 비영리단체 직원 등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지역 사람들과 여러 활동을 하는 분들이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의 위기의식을 모두 절감하고 있었다. (첫 번째 행사에서도 그랬지만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는 걸 전제로 이미 대화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았다)


행동가들에게 배우고 싶은 디자이너로서 행사 이후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활동가와 디자이너에겐 통하는 게 있다


1. 사람을 위하고 사회에 공헌한다는 사명

디자이너와 활동가는 모두 사람을 위해 일한다. 사람이 가장 중심에 있다. 두 직업 모두 사람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대변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돕는다.


2. 누구나 할 수 있다

활동가들 중에서는 활동가로서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보다는 자발적인 사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강한 동기가 있다면 활동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디자인도 누구나 변화를 원할 때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디자인은 더 이상 대학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니다. 에지오 만지니(Ezio Manzini)도 그의 책 Design, When Everybody Designs에서 일반인들의 디자인 활동의 중요성을 다뤘다.


3. 액션이 중요하다

훌륭한 활동가는 학위보다는 밖에서 얼마나 사회 운동에 참여했고 사람들과 함께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로 평가될 수 있다. 첫 워크숍에는 감옥에 투옥된 경험이 여러 번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디자이너도 같은 맥락에 있다. 얼마나 좋은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느냐 보다는 실제로 사용자들과 얼마나 잘 소통했고 그들에게 어떤 공헌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4.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은 어렵다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건, 활동가들 역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커뮤니티를 조성하는데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NPR저널리스트인 Anya Kamenetz가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소통 팁을 공유했다. 새롭게 알게 된 건,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쉬워졌지만 그와 동시에 물리적인 소통방식의 가치가 더 높아졌고 했다. 이메일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손편지가 이젠 절대 무시당할 수 없다고 한다.


5.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 번째 워크숍의 호스트였던 활동가 Larry Moskowitz는 지난 Occupy운동에서 전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전략 외에도 참여자들의 다양성도 언급했다) 뚜렷한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길에 나왔어도 변화를 일으키기는 부족했다고 한다. 이는 디자인에서도 통한다. 전략 없이 디자인만 하면 의도가 불분명한 멋진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내가 행사에서 배운 것들


A.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게 첫걸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사람들을 돌아보는 가장 첫 단계는 내가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보다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먼저 떠올린다. (나보다 높고 잘난 곳에게 가지는 편견을 up-biased라고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등산을 하고 있는데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멋진 산악용 부츠를 신고 있다면, 내가 그 부츠가 없음을 한탄하기 쉽고 앞서가는 사람이 더 가졌기 때문에 잘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나에게 당연하게 있는 지도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없어서 저 아래서 길을 헤매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거다. 발표자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열심히 공부했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기가 노력했기에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어느 정도 경제 수준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생계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었고, 좋은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우수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수준 있는 이웃들과 어울렸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사회변화는 남을 바꾸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인식하는 것이다.


B.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위기의 순간은 바로 지치는 것이다. 사회변화는 당장 일으킬 수 없고, 내 개인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여러 활동에 모두 참여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럴 때는 하나에 집중하라고 한다. 페미니즘과 기후변화와 인종문제에 다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가장 밀접한 주제를 고르거나, 아니면 내가 가장 효과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 일관적인 목소리를 낸다. 이렇게 하면 스스로가 지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효과도 좋다고 한다.


C.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것이 개인보다 효과적이다. 혼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같은 티셔츠를 입고 광장에 나서는 게 더욱 강력한 건 당연하다. 커뮤니티는 메시지를 확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일을 분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데는 그 주제에 대해 완벽하게 알기 어려워서인 경우가 있다. 단지 어떤 의견에 동의할 뿐인데 그 주제에 대해 책도 읽고 역사도 전부 알아야만 주장할 수 있는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누군가가 "네가 그 주제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래?"라고 공격을 할 경우 움츠러들기 쉽다. 그럴 때 커뮤니티를 이용한다. Distributed knowledge라고 하는데,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정보를 나눠서 알고 있는 것이다. 마치 여러 명이서 함께 틀린 그림 찾기를 할 때 각자가 맡은 구역만 집중할 경우 더 효과적이고 빠르게 답을 찾는 것 같은 이치다. 이렇게 하면 특정 주제에 대해 나 혼자서 다 떠맡지 않아도 된다.


You don’t have to know all, You don’t have to do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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