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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정 Apr 01. 2024

사월, 굿바이

사월

아카시아

벚꽃보다 아카시아 꽃이 먼저 떠오른다

아니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치고 지나간다


아카시아 향이 물씬 풍기는 그날

팀원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온 그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평일 저녁


아무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했던 그날

후배가 떠났다

유언 한장 남기지 않고

국문과 녀석이


허겁지겁 달려갔다

이미 늦어버린 순간


비디오 리모콘

빨리감기로 다시 돌리고 싶은 그 순간

휘리릭 삐리릭 테잎이 역으로 감기는 소리


모두 거꾸로 돌아가는데

나와 나의 또다른 후배만 멈춰 있다


되돌리기가 안된다

되감기가 안된다

건전지 문제일까

리모컨이 들어먹지를 않는다

말을 듣지 않는다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


꿈이다 꿈이다

빨리 악몽에서 깨어나야한다

달린다


누군가 또 쓰러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꿈이다

달린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계단을 두세개씩 뛰어 올라간다


하필 오늘 자주 쓰러지는 후배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


오늘 아무일도 없어야 한다

카시아 향이 독하게 스며드는 이곳

아무 일도 없어야 했다


쓰러진 후배 옆에

주저앉아버렸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화도 나지 않는다

이미 힘이 빠진 상태다


시간이 흘러 후배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유가족을 만나는 날

후배의 먼지까지 다 가지고 가야한다고

깨끗하게 다 갖고 가야 한다고


숨이 막혔다

참아야한다

참아야한다


또 다른 후배의 옷자락 끝을 부여잡고

참아야했다


모두가 떠난 그 순간


주저 앉아

목 놓아 울어버렸다

한달동안 참았던

모든 물줄기가 쏟아져나왔다


강산이 훌쩍 변하고

아카시아 향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금


그 방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후배여

그곳은 좋은가

카톡하나 보내봐라


카톡왔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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