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의 깨달음
가끔 공중목욕탕을 가면, 세신 서비스(때밀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하였던 내 몸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렇게 편한 것만은 아니다. 아주머니의 찰진 찰삭하는 신호로 몸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야 한다. 오랜 경험으로 척하면 척이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얼마 전, 새로운 아주머니와 어찌나 호흡이 맞지 않던지, 내 몸은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허둥거리고, 아주머니의 손길은 좀 더 거칠어지고, 짜증 섞인 탄식이 나온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모지람의 감정인가? 40분 남짓 때밀이로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참 우습게도, 사회에 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또 그 대부분의 시간을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일하다 보니, 이런 작은 지적도 낯설다. 기분이 참 좋지 않다.
그리고 문득,
수많은 사람을 향했던 나의 "왜 이게 안돼?" 혹은 "이걸 못해", "아이고 답답하다"가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오늘 요가 클래스 첫날.
처음에 제법 동작을 따라 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구역의 모지리가 되었다.
되는 건 잘 되는데, 안 되는 동작은 정말 안된다.
선생님이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가능한 만큼 동작을 하라고 하신다.
순간 목욕탕 사건이 떠오른다. 뭔가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서투른 나, 그런 나를 조금은 한심하게 바라보던 느낌적인 느낌.
오늘 요가에서도 비슷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해석이 머리를 스친다.
15년 전 몇 개월 해본 요가가 전부이고,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내가
"이 정도면 충분하지"와 "처음부터 잘하면 교만해질 거야" 이런 생각.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해오는 일에서 모두가 전문가이든 노하우로 인해 편하든... 우리는 익숙해지고, 그것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답답해하기 마련이다.
이 구역의 전문가라는 생각에 오만해질 때,
혹은 무력감에 빠져들 때
'익숙하지 못함' 혹은 '모지람'을 의도적으로라도 경험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솔루션일 수도 있겠다.
'타인의 서투름을 이해하는 더 관대한 나', '타성에서 벗어나 더 발전하는 나'가 될 수 있는 좋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