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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Jul 06. 2021

[책방일기] 그러게 책방은 왜 차려서는

"고료 없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우리의 서점이자 출판사.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고료 없는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2019년 11월 서점 간판을 걸었다. 한 달여의 지독한 셀프 인테리어가 얼추 끝나자 서둘러 명패부터 달았다. 갓 오픈한 책방에는 고작 대여섯 권의 책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책방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텅 빈 공간에 가까웠다. 오래된 책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서점 냄새보다는 페인트와 나무 톱밥내가 미처 빠지기도 전이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명패를 단 이유는 공사 중에도 문을 열고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이었다. 우리 부부는 오픈도 하기 전에 이렇게 사람들이 오면 대박 나는 거 아니야? 하며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의 명패를 걸었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기 전, 조용한 주택가의 골목 사이에 그렇게 동네 책방이 들어섰다.


일곱 번의 계절이 바뀌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책방으로 대박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오픈하자마자 만난 코로나 사태도 한몫했지만 근본적으로 책방 경영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까웠다. 힘들다, 힘들다 입으로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월세 내는 날만 돌아오면 숨이 막힐 정도로 현실적인 고난의 연속이었다. 문학인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옛 어른들은 말했다. 배곯는 일을 뭣 하려 하냐고. 스마트폰이 생기고 전기차가 굴러가고 A.I가 바둑을 이기고 우주여행을 실현시키고 있는 놀라운 세상이 왔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방을 지키는 일은 배가 고프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는 키만과 효밥 부부가 운영하고 있어요.


 2년 가까이 책방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매거진, 라디오, 신문사, 온라인 매체, 광고 등등. 대부분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책방을 왜 차리게 되었는지, 운영하는데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책방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슬픈 일, 사장님만의 운영 철학 등. 성실하게 대답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다들 궁금해하는 게 비슷하네. 한 번 정리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가만있어도 돈이 줄줄 새는 책방을 성실하게 지켜내기 위해서 부업과 또 부업 그리고 계속되는 부업을 해야 했기에 평화롭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적는 시간을 만들기가 꽤나 힘들었다. 책방 문을 닫고 집으로 퇴근하면 그렇게 한 글자도 쓰기 싫었다. 고료 주는 글도 마감일 전까지 미루며 쓰는데, 무일푼의 글은 오죽하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는 미룰 수가 없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책방 이야기, 우리 부부의 이야기 등을 아주 자세하고도 TMI스럽게 기록을 하려고 한다.


 [책방일기 #그러게 책방은 왜 차려서는] 연재는 고료 없이 스스로 힘을 내서 쓰는 글이기에, 힘이 빠지면 잠시 쉬기도 하고 힘이 넘치는 날에는 열심히 타자를 쓰기도 할 예정이다. 중간에 예기치못한 고료가 생긴다면 1일 1포스팅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 셀프 인테리어 과정, 책방 손님 뒷담화, 부업 시리즈, 작가로 산다는 것, 출판사 운영기 등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가려 한다. 공적인 소식만 올라오는 블로그가 조금은 시끌시끌해지기를 바라면 첫 글을 마친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책방 주인이자 무일푼 연재를 결심한 김한솔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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