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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Jan 20. 2022

비건이라고 왜 말을 못 해






비건이라고 왜 말을 못 해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과 보선 작가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요약하자면 ‘충격’ 그 한 단어였다. 비건 활동은 단순히 탈육식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내 눈을 교묘히 가리고 있던 불합리하고도 이기적인 시선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실들이 철저히 상업적인 관계에서 파생된 파괴적인 결과라니! 또 육식 문화가 불러온 전 지구적 생태계 위기는 어떤가. 한동안 우유도 먹지 못했고, 그 좋아하던 달걀 속에서도 비윤리적인 떼죽음의 그림자를 보았다. 마트 정육점에 걸린 도축된 고기에서 기름진 맛이 아닌 죄의식을 느꼈다. 필터링 없는 진짜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날 때, 축산업의 이면이 빼곡하게 적힌 책을 읽을 때, 비윤리적으로 소비되는 동물권의 현장을 목격할 때 마음이 뜨겁고 입이 옴짝달싹하다. 비건에 도전하고 싶다고 큰 소리치고 싶어진다. 경각심을 잊지 않기 위해 SNS에 글도 올리고 싶다. 


분명 실패할 것이 자명하기에 조용히 손을 내리고 음량을 줄이게 된다. ‘유난 떨더니 그럴 줄 알았다.’ 또는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해.’ 혹은 ‘너처럼 가볍게 시작하면 안 되는 거야.’ 처럼 비난이 가득 담긴 시선이 두렵다. 다이어트는 매번 실패해도 괜찮은데 어째서 비건 선언은 이토록 무겁고 어려울까.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한테 날카로운 눈초리를 흘기지 않는 것처럼 비건 선언 역시 너른 아량으로 가볍게 받아주면 안 되는 걸까. 가끔 보면 깐깐한 시선으로 우리의 선택이 틀리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비건 생활은 내 삶을 양보한 만큼 지킬 수 있는 무거운 신념이기에 누군가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다가서야 한다지만, 그렇게 입구를 좁게 만든다면 ‘비건 선언’을 외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좋아한다. 입에서 아무리 머금고 있어도 용기를 갖고 내뱉어야 그때부터 뿌리가 생기고 견고해지는 법이니까. 


개인의 행동이 모여 집단을 만들고, 집단의 생각이 하나의 흐름을 피워낸다. 그렇기에 ‘비건’은 매해 까먹지 않고 새해 결심처럼 조금은 더 일상적인 단어가 되어야 한다. 여러 사람 입을 통해 더 멀리, 더 깊게 공유되는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세계가 넓어진다. 예전 비건은 오직 탈육식을 뜻했다면, 요즘은 “너는 어떤 비건이야?” 라는 질문이 따라붙는 것처럼 말이다. 10초 비건, 한 끼 비건, 하루 비건이라는 말처럼 가벼운 비건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내 비건의 씨앗은 오늘도 열심히 발아 중이다. 지금은 폭풍에 쉽게 뽑히는 잔뿌리지만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는 튼튼한 뿌리로 키워내고 싶다. 



-아주 가벼운 비건 라이프 시작
1. 우유 대신 아몬드유 또는 두유 소비하기
2. 육식을 한다면 되도록 동물복지마크 선택하기
3. 비건 선언한 친구 응원해주기
4. SNS을 통해 육식 사진 포스팅 하지 않기
5. 한결 가벼워진 몸의 편안함 느껴보기
6. 하루 한 끼, 일주일에 하루 등 비건에 도전해보기
7. 다양한 비건 식단 즐겨보기
8. 기후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는 뿌듯함 누려보기





안녕하세요! 김한솔이입니다.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환경 일러스트 에세이 『적당히 불편하게』 기획 및 작가로 참여해 누구나 쉽게 공존 라이프를 시작할 수 있는 마음에 대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는데요. 무겁지 않게 시작의 마음을 전하는 『적당히 불편하게』 도서가 교보문고 환경 도서 추천 및 싱글즈 매거진 환경 에세이 추천, 카페 꼼마 1월달 큐레이션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 비거니즘, 공존, 동물 보호, 환경보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책의 일부를 브런치를 통해 공개하려고 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적당히 불편하게』

김한솔이·히조·요니킴·고양이다방·고센·메르시온 지음

키효북스 출판사


지구의 시간이 조금은 느려질 수 있도록 당신의 일상을 #적당히불편하게 내어주세요.

우리에겐 일상을 지키며 실천할 수 있는 하루가 필요해!

SNS를 뜨겁게 달군 6명의 일러스트 작가들이 전하는 지구를 지키는 일상 속 작은 실천들!

편리함에 속아 가끔씩 실패해도 괜찮아, 내일 조금씩 바꿔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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