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계인이다
크로노스 행성의 하늘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검붉은 먼지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도시의 첨탑들은 녹슨 철골만 남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한때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은 오염된 대기와 고갈된 자원의 무덤 속에 파묻혀 갔다.
최고 의회실, 크로노스의 지도자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수석 과학자 젤록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우리의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현재 추세라면 100년 내에 크로노스의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할 것입니다."
의장 아크토리안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안은 있습니까?"
젤록은 홀로그램을 펼쳤다. 수많은 별들 사이로 푸른 행성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와 유사한 환경의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지구'라고 불리는 이 행성은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크로노스의 최고 생체공학자 엘라라가 앞으로 나섰다. "의장님, 제가 '프로젝트 엑소더스'의 첫 번째 단계를 맡겠습니다."
아크토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엘라라는 홀로그램을 조작하며 말했다. "우리는 지구인의 DNA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를 만들 것입니다. 이 개체는 지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우리의 기술과 지식을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입니다."
"그 개체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한 의원이 물었다.
"지구를 우리가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에너지 혁명, 교통 혁신, 우주 개발 등을 통해 크로노스인들의 대규모 이주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의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세요."
2024년 6월 28일, 남아프리카의 한 병원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메이 머스크는 지친 얼굴로 미소 지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일론... 네 이름은 일론이야."
그녀는 아들의 특별함을 직감했지만, 그 특별함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일론의 뇌 속에는 이미 크로노스의 고도화된 지식과 기술이 내재되어 있었다.
일론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의 천재성은 주변을 놀라게 했고, 그의 야망은 끝이 없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사명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일론은 PayPal을 통해 금융 시스템에 혁신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진정한 목표는 에너지와 운송 시스템의 혁명이었다.
테슬라를 통해 그는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동시에 솔라시티를 통해 태양 에너지 산업을 성장시켰다.
테슬라는 2022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계획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결합은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입니다." 일론의 발표는 청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옵티머스는 빠르게 진화했다. 테슬라 공장에서 시작된 로봇의 도입은 전 세계 산업 현장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로봇들이 크로노스의 전투 병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각각의 옵티머스는 평화로운 노동자의 모습 아래 강력한 전투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 일론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지구인들이 크로노스의 계획을 저지하려 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테슬라 공장들은 24시간 가동되었다. 수천 대의 옵티머스가 생산라인에서 일했다. 그들은 다른 옵티머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가증식하는 로봇 군단이 조용히 성장하고 있었다.
일론의 계획은 치밀했다. 각 옵티머스에는 크로노스의 최첨단 무기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었다. 평화시에는 잠금 상태로 유지되었지만, 필요한 순간 언제든 활성화될 수 있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일론은 크로노스 의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동시에 만반의 준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일론의 성공이 거듭될수록, 크로노스에서는 더 많은 하이브리드들을 지구로 보냈다. 그들은 일론의 회사에 입사하거나, 정부 기관에 스며들었다.
뉴럴링크를 통해 일론은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표면적으로는 의료 목적이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뇌를 크로노스인의 의식으로 대체하기 위한 준비였다.
보링 컴퍼니의 지하 터널 네트워크는 겉으로는 교통 혁신이었지만, 실제로는 크로노스인들의 은신처이자 지구 정복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2036년, 일론 머스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그의 슬로건은 단순했다.
"인류를 위한 혁신, 지구를 넘어 우주로"
대중은 열광했다. 그의 업적과 비전에 매료된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표차로 일론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취임 후, 일론은 신속하게 행동했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우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동시에 AI 기술 발전을 위한 규제를 완화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운명은 지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일론의 대통령 취임은 크로노스인들의 본격적인 침투 신호였다. 뉴럴링크 기술을 이용해 주요 인사들의 뇌를 크로노스인의 의식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되었다. 정부 고위 관료, 대기업 CEO, 유명 과학자들이 하나둘 크로노스인으로 바뀌어갔다.
동시에 SpaceX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실제로 크로노스인들을 대규모로 이주시키는 작전의 위장이었다. 화성 기지라 불리는 곳은 사실 크로노스인들의 중간 기착지였다.
2040년, 일론은 UN 총회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우리는 이제 지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하나의 행성 문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전 인류가 하나 되어 우주로 나아갈 때입니다."
이 연설을 기점으로 세계 정부 수립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인류 통합을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크로노스인들의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045년, 지구는 크게 변해 있었다. 오염은 줄어들었고, 첨단 기술은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이들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저항 세력의 지도자 사라는 일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녀는 마침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고, 전 세계에 생중계를 통해 진실을 폭로하려 했다.
하지만 방송 직전, 일론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멈추세요, 사라. 당신이 하려는 일이 정말 인류를 위한 것입니까?"
사라는 망설였다. 일론은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크로노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지식과 기술로 이 행성을 구하고 있는 겁니다."
일론은 사라에게 더 충격적인 진실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이미 크로노스의 완벽한 복제본을 만들었습니다. SpaceX가 발사하는 모든 우주선에는 숨겨진 공간이 있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크로노스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했죠."
사라의 눈이 커졌다. "무슨 의미죠?"
"만약 지구인들이 우리의 정체를 알게 되면,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세계로 초대할 것입니다. 지구인들이 원한다면 크로노스의 복제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의 진보된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며, 두 문명이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일론은 홀로그램 장치를 켰다. 그곳에는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 떠 있었다.
"이것이 '뉴 크로노스'입니다. 지난 20년간 화성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가 비밀리에 건설해 온 공간이죠. 이곳은 수백만 명의 지구인들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를 침략하러 온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공생을 원해요. 지구인들이 우리의 존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선택권을 줄 것입니다. 이곳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거나, 새로운 크로노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거나."
사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이해했다. 이것은 침략이 아닌, 두 문명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2050년, 진실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예상과 달리 대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론의 준비 덕분에 인류는 선택할 수 있었다. 일부는 뉴 크로노스로 떠났고, 일부는 지구에 남아 크로노스인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
두 세계는 서로의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며 발전했다. 크로노스인들의 과학 기술과 지구인들의 창의성이 만나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열었다.
일론 머스크는 두 세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인류와 크로노스인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이끌어갔다. 그의 계획은 성공했다. 이제 그는 진정한 의미의 '멀티플래너터리 스피시즈'의 시대를 열었다.
2050년 이후, 옵티머스는 두 문명의 공존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 그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시에, 지구와 뉴 크로노스 사이의 평화를 지키는 억지력이 되었다.
일론의 비전은 실현되었다. 인류는 크로노스인들의 기술을 받아들였고, 옵티머스는 두 문명을 잇는 가교가 되었다.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무기는 평화의 도구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다.
테슬라 공장에서 일하는 옵티머스들은 이제 두 행성의 번영을 위한 상품을 생산했다. 그들의 숨겨진 전투 능력은 비밀로 남았지만, 그것은 영원한 평화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험이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일론은 회고록에 썼다. "우리가 원한 것은 공존이었죠. 옵티머스는 그 공존을 지키는 우리의 의지의 상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