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시인의 주도유단의 교훈
필자도 주 3일 이상을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편이다. 대부분 친한 선배, 친구, 후배와의 술자리이고 좋은 음식 또는 제절 음식과 함께 한다.
함께하는 지인들이 친해서 그런지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고, 삶이 즐겁고, 대화가 재밌다. 숙취가 느낄만큼 오래 마시지 않고 1차에서 끝내는 편이자만 가끔 혼란스런 세상사가 있을 경우엔 새벽까지 마시곤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던 날, 어제 필자는 친한 지인과 오랜시간 술을 마신 날이었다.
애주가로 알려진 대통령이 맨 정신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을까? 비상계엄령이 발효된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국제 등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생각은 해봤을까? 등등 의문이 많이 들다보니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대통령의 술잔의 고민은 끝났다. 그날의 결정에 대해 술의 힘을 발려 얘기했던 대통령은 말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술은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면제해주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주도(酒道)의 자세다. 조지훈의 "주도유단" 철학을 통해 술과 인격을 연말연시에 생각해보면 좋겠다.
술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 속에서 위로와 소통의 매개체로 자리 잡아왔다. 고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친구나 동료들과의 친밀감을 나누는 순간에도 술이 함께한다. 그러나 술은 양날의 검이다. 적당히 즐기면 자양분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어 삶을 위협할 수 있다. 조지훈의 "주도유단(酒道有段)"은 술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인격과 품격을 드러내는 도구로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태도와 책임감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술은 인간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안식을 제공한다. 하루의 피로를 잊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힘을 얻기도 한다. 축하의 자리에서의 건배나, 힘든 일을 겪은 후의 한 잔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러나, 술을 통해 얻는 위로와 쾌락이 지나치면 사고와 더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음주운전이나 폭력과 같은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실수를 넘어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진다. 적절한 절제와 자제 없이는 술이 더 이상 위로가 아닌 독으로 작용한다. 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술에 대한 태도와 책임감을 바꾸어야 한다.
조지훈은 술을 마시는 태도가 곧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정도 교양"이라 표현하며, 술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의 인품과 품격을 강조했다. 술자리에서의 태도는 그 사람의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무대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핑계로 무례함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려 한다. 그러나 진정한 교양과 품격은 술에 취했을 때 더욱 빛난다. 술을 마신 후에도 절제와 배려를 잃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한 주도(酒道)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많은 술을 마시는 능력이 아닌, 술을 통해 관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을 의미한다.
술에 대한 절제는 일반인뿐 아니라, 특히 국가를 책임지는 리더들에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역사적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술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거나, 술을 원인으로 중요한 결정을 그르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 이후 술을 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금욕의 의미가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실수를 줄이겠다는 결단이다.
통치권자에게 술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한순간의 방심이 국가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절제와 신중함에서 나오며, 술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망각하지 않는 것이 곧 성숙한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다.
조지훈은 술에도 단계(段)가 있다고 했다.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술을 어떻게 마시고, 누구와 나누며, 어떤 영향을 주는가가 중요하다. "술격(酒格)"이 높다는 것은, 술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분위기를 조화롭게 만들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종종 술을 마시고 기고만장해지고 영웅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술자리에서의 진정한 영웅은 자신을 절제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만이 진정한 주도의 고수라 할 수 있다.
조지훈의 "주도유단"은 현대인들에게 술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요구한다. 술은 단순한 쾌락의 도구가 아닌, 인격을 수양하는 과정이다. 술을 마실 때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절제하며, 타인에게 유익한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술자리에서 드러나는 태도는 곧 그 사람의 품격과 책임감을 나타낸다. 적당히 즐기고, 타인을 배려하며, 자신을 절제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술의 도(道)를 실천하는 길이다.
술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도구다. 하지만 그 술잔에는 자신의 인격과 책임감을 담아야 한다. 조지훈의 말처럼, 술에도 단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품격 있는 음주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보자.
술은 기쁨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만, 그 기쁨은 절제와 책임 속에서만 완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당신이 마시는 술잔은 어떤 인격을 담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진정한 주도유단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