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의 혼자만의 섬 산행, 그 내면의 여정
후니는 평생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곤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바쁜 일상에 지친 그는 자신과 마주하고 싶었고, 깊은 내면의 대화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혼자만의 섬 여행이었다.
배에 올라 섬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설레면서도 조금은 두려웠다. 바다 건너 도착한 섬은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넘쳤다. 지도를 펼치고 1박2일간의 산행 코스를 확인한 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배에서 내린 후니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섬 특유의 짭조름한 공기가 그의 폐를 채웠다. 남해의 작은 섬인 사량도다. 사량도에 있는 지리망산(일명 '사량도 지리산', 해발 398m) 산행과 섬 여행이다.
후니가 섬에 가면 항상 일순위로 하는 행동이 섬의 해녀들이 막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이다. 빨간 다라이에서 꺼낸 멍게와 해삼 그리고 갇잡은 문어의 맛은 그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이게 바로 진짜 섬의 맛이지."후니는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에 감탄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지리망산 산행은 내일로 미루고 섬을 산책했다.
후니에게 섬의 매력은 먹거리만이 아니다.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섬만의 고요함과 조용함이 그를 매료시킨다. 숨 쉬는 공기마저 느리고 깨끗해 도시의 바쁜 일상과는 전혀 다른 리듬을 경험할 수 있다.
섬 사람들 역시 후니에게는 자연 그 자체다.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투박하고 날것 같은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삶의 모습 하나하나가 자연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섬에서 보는 아침에 떠오르는 해와 저녁에 지는 해는 그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선사한다.
이런 순간들이 바로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섬만의 진정한 매력이다. 후니에게 섬 산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연과의 교감이며, 삶의 여유를 되찾는 소중한 시간이다
첫날 밤 펜션에서 짧은 고독과 외로움이 왔지만 이내 이 시간이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게 된다. "혼자 오는게 오는게 어렵지 오면 그 자체가 행복인거 같다. 잠깐의 외로움 조차도 넘 좋다" 휴대폰 메모장에 몇 자 남겨 놓고 바다 소리를 듣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해돋이를 보기 위해 해변으로 나왔다. 산 정상에서 보는 해돋이와는 다른 감동이었다. 섬과 섬사이 바다에서 벌겋게 오르는 해를 보면서 "올 해 나름 잘 살았구나"하게 된다. 그냥 연말에 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 받은 기분이었다.
해돋이 후 지리망산 산행을 시작했다.
오래전에 오르적이 있는 사량도 지리망산은 산길은 처음엔 부드러웠지만, 점점 가팔라진다. 제법 위험했던 구간도 있었지만 혼자 산행하다 보니 위험보다는 감동이 더 많있다. 돈지리 → 지리산(398m) → 불모산(399m) → 가마봉 → 옥녀봉(281m) → 금평항으로 이어진 6.5km 코스에 20여 미터 정도의 철사다리 2개, 밧줄 타고 오르기, 수직 로프사다리 등 다양한 난이도의 구간이 있지만 바다를 끼고 있기에 그냥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산악회 회원들과 걸을때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 걷는 길도 참 좋다. 바람 소리, 새들의 지저귐, 발밑의 낙엽 소리, 파도소리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들렸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작은 소리들이 그냥 좋았다.
정상에 올라 사방으로 섬들 사이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배에 오르며 후니는 앞으로도 이런 혼자만의 여행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비록 혼자였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여행. 자연과 자신 사이의 깊은 교감이 있었던 그 여정은 내면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