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을기억해 Oct 12. 2022

브런치를 위해 먼지 툭툭 털기

228명의 작가님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는 지금 스타벅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때로는 집에서 글을 쓸 때도 많지만 그 못지않게 카페를 찾게 되는 것은, 카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슨한 공동체의 느낌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제 옆에서 조별 과제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그룹이라던지, 테이블 너머 고객의 전화를 받으면서 노트북을 응시하고 있는 30대 남자분이라던가 둘이서 나란히 앉아 영상 편집을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분들의 모습에서 저는 우리들이 서로를 위한 느슨한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낍니다. 중세로 치면 일종의 길드 같은 느낌이랄까요? 공동체 속 각기 다른 이들이 발산해내는 열정 속에서 저 또한 제 글에 집중해야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무언가에 열중하는 그들의 모습으로부터 "지금 이 순간 내가 나로 살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들과 말을 섞을 일도,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눌 일도 없겠지만  열정을 불태우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기에 그저 고마울 따름 아니겠습니까?


사실 그런 점에서 브런치라는 공간꽤나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브런치 나우를 보고 있자면 실시간으로 새롭게 올라오는 글들이 항상 저를 반겨줬습니다. 대부분이 일면식도 없거니와, 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하나둘 글을 살피다 보면 모두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반면 고민하는 지점은 또 서로 비슷비슷했습니다. 글감에 대한 고민, 글이 안 써지는 글럼프, 브런치 활동에 대한 소소한 고민들. 모니터 너머의 누군가도 비슷한 고민과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글을 발행하고 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랄까요.


네, 앞서 말한 카페 공동체와 달리 브런치는 적어도 글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상을 공유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또한 우리 모두는 브런치의 작가인 동시에 독자이기 때문에 내 글이 읽히는 것만큼이나 다른 이들이 쓰는 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어떤 글이 메인에 올라오는지, 또 어디서 새롭고 독특한 문장이나 관점을 마주하게 될지 마음을 졸이기도 하면서 말이. 아무튼 여러 작가님들의 존재가 작가를 꿈꾸는 저를 향한 응원인 동시에 제 글을 돌아보게 만드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에서의 활동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브런치라는 테두리, 이 운명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는 이 공동체 속의 작가님들을 마냥 모른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제가 그 작가님의 브런치에 방문을 하든 안 하든 글을 쓸 때마다 꾸준히 보러 와주는 작가님들이 계셨습니다. 라이킷 목록에 항상 얼굴을 내미는 분들이 있으시거든요. 그리고 때로는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작가님들도 계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제아무리 고심해서 써 내린 글이라 한들 누군가가 관심 있게 읽어준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댓글은 더더욱 귀한 선물이고요. 그래서 저 또한 이분들과 함께 소통하려면 찾아주신 작가님들의 글이 올라오는 때를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89명의 작가로부터 받는 알림은 너무나 많은 것이었습니다. 브런치 글 발행 알림을 켜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에 289라는 숫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관심작가님들 모두가 매일 같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실히 글을 읽고 화답하기엔 너무나 많은 숫자라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구독했던 작가님들 한 분 한 분 다 살피기로 한 것입니다. 결국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관심작가님들을 여러 이유로 정리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브런치에 발길을 끊은 작가님, 글을 꾸준히 발행하지만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작가님, 특정 매거진이나 브런치북을 구독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결론지은 작가님, 지난 6년간 브런치 독자로 활동하며 구독하게 만들었던 이유가 현재는 스스로에게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경우 등등.. 모두 따져서 관심작가를 정리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정리한 작가님일지라도 다시금 그 작가님의 글을 읽으러 발길을 돌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놓친 보물 같은 글이나 문장들, 혹은 저와 결이 맞다고 생각되는 분도 분명 계실 니까요. 나름대로 꼼꼼히 살핀다고 살폈지만 투박하고 서툰 정리였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정확히 제가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만큼 현재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만 나름대로는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64명의 작가님만을 남겨둔 지금 남아있는 작가님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쌓아보고자 합니다. 끝으로 부족한 글이 많음에도 꾸준히 찾아주신 작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72시간의 첫 경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