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그렇다
그랬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네번째 암, 재발암
엄마의 눈 뒤로 구강부위에 -
사실 난 의사선생님이 보여주는 차트도 CT 결과 모니터도 심지어 그분의 친절한 설명도 움직임도 아무것도 잘 들리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절제술을 할 것이고, 서울대에서 가능하다면 방사선을 치료할거다
이번이 마지막 수술이고, 다음에 재발하면 수술이 어려울거다
그때는 보수적으로 항암치료를 할거다
그렇다.
수술할 수 있으면 감사한거고 - 그걸 네번이나 해냈다
조금 더 희망을 걸고 방사선을 하는거다 - 이건 후유증이 너무 하다. 우리는 미각을 잃었다.
둘다 어려우면 항암을 하는거다 - 이건 더욱이 더욱이 더 힘들다, 우리는 이미 중도하차를 경험했다.
선택할 수 있다면, 선택할 수 없다면
정말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왜 조용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 더 마음을 쏟는지 알것도 같다.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그런데 모든게 고통이다.
블랙아웃.
정신을 차려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너무 가여운 우리 엄마,
엄마는 나를 보며 운다. 우리 딸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그 말에 나는 덤덤히 엄마를 안고 도닥여준다.
지금은 내가 엄마의 보호자니까
이런 순간에 나는 아이가 될 수가 없다.
나는 엄마가 아직 더 필요한 어린아이인데
엄마 눈에는 그런데
나는 엄마에게 어른처럼,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자꾸, 이런 생각 하면 안되는데
엄마를 놓지 못하고 엄마를 보내기 싫은건
내 욕심일까
나때문에 내 과거 때문에 내가 지나온 여정 속에
엄마는 너무 힘들었던건 아닐까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는 안 괜찮았을테니까
엄마가 아픈게 그 단단한 암이 내가 엄마를 힘들게 만든건 아닐까
엄마 지금 나는 많이 후회해. 그리고 미안해.
남은 시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눈 마주치고, 더 많이 대화할께
지금 오늘 한 순간 순간이 나에겐 너무 소중해.
엄마와 나 사이에 내일은 없어
그냥 그저 오늘 가장 많이 사랑할께.
사랑해요 나의 언덕위의 하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