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딘가에 한번쯤은
너무 제목이 자극적인가 -
어제 나는 어쩜 그 사이를 잠시나마 경험한 기분이였다
그리고 그 끝은 기적이였고, 미라클 모먼트였다.
10월 27일 일요일 아침 9시,
이제 퇴원 2일차인 어머니를 뒤로 하고 교회를 가기 위해 나섰다.
이맘때쯤만 해도 엄마는 평소와 같아 보였다.
아침식사를 하고, 약을 타서 먹고, 자전거를 타고,
보행기를 끌고 와서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시는 모습까지 보았으니 말이다.
오후 1시쯤 동생에게 온 카톡을 보지 못하였다
오후 1시 30분쯤 전화가 왔다. 누나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 -
나는 시급성을 알지 못했고, 지금 모임 마치고 바로 갈께 30-40분 걸릴 것 같아.
실제로 나는 2시 50분이 되어 집에 도착했다
엄마의 모습은 참담했다
처음 보는 모습이였다.
몸은 반쯤 꺾여서 두 다리는 축 늘어진채 침대 밖에 걸쳐있었고
몸뚱아리를 뒤로 젖혀진채 초점을 잃은채 늘어져있었다.
정말 처음보는 모습에 너무 놀랬다.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순간 엄마를 이렇게 잃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두다리로 지탱하여 엄마의 등을 받치고
왼팔로 머리를 받치고 저혈당일 수 있으니
주스를 실린더로 먹여보려고 했다. (이때도 엄마의 몸은 마치 목각인형 같았다)
20ml 채 못먹고 기침을 하셔서 사래 걸릴까봐 무서웠다.
사래가 걸리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동생에게 빨리 119를 불러달라고 했다.
다행히 119는 10분 이내 도착한 것 같아.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무조건 일산 암센터로 가야한다고 했다.
4번 암수술을 하셔서 그 어느 병원 응급실도 못 봐줄거다
어짜피 일산으로 가야할거다. 나의 간절함이 통했던 거 같다.
그렇게 2시간이나 걸쳐 암센터로 이동하는 동안
엄마는 초점도 잃고 대화도 할 수 없었다.
덜거덩거리고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차 사이를 비집고
2시간을 걸려서 암센터에 도착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암수술로 인한게 아닌 것 같단다.
뇌 신경에 이상이 온 것 같으니 빨리 다른 병원으로 가보란다
암센터에는 뇌를 진료하고 치료할 의사가 없단다.
말을 하고 싶어하시만 버벌이 안되는 걸 보고 판단한거다
사설 구급차는 못온다 하고,
급하게 병원에서 연락해주어 처음 모시고 온 구급대가 다시 왔다.
재이송으로 3번째 병원에서 응급실에서 받아준다 하여 간 곳이,
일산 백병원.
엄마는 응급실 집중치료실로 들어갔다.
의사가 여러번 호출을 한다. 오른쪽 팔, 다리의 신경이 마비되어 있고
의식을 잃었다고 보고 있었다.
사건발생이 오후 1시라고 볼때 이미 2시간이 넘어서 해볼 수 있는 건 (이미 이때는 오후 6시 정도였다)
뇌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할것이나 효과가 안나타나면
이후에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렇게 식물인간 같이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이
계속 될 수도 있다는 건가
4번의 암수술을 이겨내고 이제 막 퇴원한 너무 가여운 사람인데
이렇게 의식을 잃고 팔다리에 힘이 풀린채
자기의 몸을 가눌수도 없고
의사소통도 할 수 없다고........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 하였다.
10분이 채 안되어 응급실 의사가 보호자를 긴급히 찾았다.
환자분이 좋아졌어요
그 의사 선생님의 상기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그 순간부터 주체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어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나를 의식하고 말했다. 미안하다고....
엄마의 눈빛만으로도 나는 너무 큰 안도감을 느꼈다.
팔과 다리도 정상으로 움직였다.
의사의 이야기로는 혈당이 75여서 저혈당 수치는 아니지만
저혈당 가능성을 보고 처치를 한것이 효과가 있던 것 같다고 했다.
뇌혈관 시술을 했으면 부작용도 있고 후유증도 있을 수 있는데 정말 다행이라 했다.
이런 기적적인 순간이 우리에게 왔다.
모든 것이 순간, 이였다.
추가로 뇌뇌 MRI 를 찍고 간이검사를 하였고 그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뇌혈관 혈류 이상이 없고 혈관이 터졌다 멈춘 흔적도 없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저혈당 외에는 의식불명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엄마는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일반병실로 이동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뇌 MRI 를 정밀검사 40분 촬영을 하고, 뇌파 검사를 추가로 해보고
이상이 없으면 내일은 퇴원할 수 있을거라 한다.
미라클, 기적, 그 순간이 우리 인생에 때때로 온다.
두려움도 기쁨도 혼란도 감사도 너무 범벅인 내 감정에 대해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다.
앞으로 또 비슷한 경험을 한다면
그때는 견뎌낼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운게 많다.
그런데 다시 힘을 낸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찾아낸다.
나에게 남겨진 순간의 감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