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지금 여기
한동안 언덕위의 하얀 집에 오지 못했던 것 같다.
아직 지금 여기
살아있습니다.
나에게는 죽음의 4월이 지나갔다.
어머니는 투병 5년째, 6년차에 접어들며 처음 전이가 시작이 되었다.
방사선치료 10회를 마친 후, 극심한 고통 속에 팬타닐패치를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하루하루가 우리에겐 고통의 시간이였다.
한두시간 마다 진통제를 찾는 어머니를 위해 새벽에도 일어나기 일쑤였고
틈만 나면 잠을 청하고 몸을 누이는 어머니는 병들고 쇄약해져갔다.
진통제로 버티고 진통제에 취해서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입안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였다.
아무리 켁켁하고 침을 뱉어도
티슈는 깨끗하고 흔적하나 나오지 않는다.
가래와 염증이 뒤엉키어 목구멍을 가로 막고 숨쉬기가 어려운 갑갑함에
입안은 헐고 뜨거워져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해야하는 그 시간들을 견디고 또 견뎠다.
사실, 그녀는 그 견딤이 가능한 일이 아니였다.
빨리 천국에 가고 싶어
빨리 죽는 법이 없을까
의사에게 나를 좀 도와달라고 이야기해줘
나를 이렇게 내버려두는 것은 나를 방치하고 있는거야
병원에 입원하고 싶어
나를 안락사 하고 싶어
나는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매일매일 정말 말그대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는 게 무엇인지
그 고통과 신음앞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함이 무엇인지
감정을 쏟지 않으려해도 그 고통의 10분의 1도 느끼지 못하면서도
나는 하루하루 안쓰럽다못해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렇게 한 주, 두 주 이렇게 지나서
오월하고도 스무일이 지났다.
우린 아직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는 더 의지를 갖고 식사를 하시고
종전처럼 성경의 말씀을 읽고 녹취하고 읇조리기 시작한다.
이제야 나는 익숙한 엄마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안도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맡겨드린다.
이땅에 있는 동안 남은 삶이 천국에 대한 소망과 기쁨이 충만하기를.
그래서,
나에겐 그녀가 1순위이다.
그럴만큼 나에게 빛나는 어머니였고
나에게는 빛을 비추는 파수꾼이였다.
어느날,
더 이상 만져지지 않는 그 때가 오더라도
이 추억들이 버겁고 힘이 들더라도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었던 이 날들을
감사함으로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