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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너무나 아프지만, 받아들이던 하루하루

by Happirus

죽음의 4월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캄캄하기만 했던 7월과 8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두번째 방사선이 있던 4월은,

후유증으로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할 수 밖에 없던 시간이였어요.

너무 고통스러웠던 그녀는,

어떤 날은 몇번씩 본인이 빨리 죽는 법을 알려달라 했죠.


저는 가슴이 미어지고 어찌할바를 몰랐습니다

수없이 울고 또 울었던 시간에도

조금도 단단해지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너무

야속하게

우리가 진정하고

조금은 회복을 가질 시간은


사실 그렇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7월, 무더운 이계절에

세번째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전이.

그리고 처음으로 나타난 원격 전이.

너무 한 것 같았어요.


목주변에는 좌, 우 앞,뒤 할 것 없이

암세포들이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6년의 투병에도

그 누구도 시한부를 말하지 않았던 시간들에

이제 의사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어떤이는 6개월, 어떤이는 1년

어떤이는 2-3개월....

너무 수많은 대화 끝에 두가지는 진행하기로 하였어요.


기도를 누르는 암세포가 커지는 것은 호흡을 살리기 위해 방사선을 진행하자.

식사를 못해서 죽을 수는 없으니, 위루관을 삽입하여 체중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기도 쉽지 않은 그 보다도 더 어려운 시간이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열이 오르고 내리고, 산소 포화도가 80까지 떨어지며

머리가 아프다는 말에 응급실로 왔어요


중증응급센터로 옮겨지고

여러가지 바이탈과 준비를 하는 분주한 상황에

어머니는 흡인성폐렴으로 응급 치료와 시술, 그리고 입원을 하게 됩니다


10일은 2인실 벽만 보이는 병실에서

이어지는 석션과 소변줄을 끼우고 베드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게하는

그 답답한 상황을 우린 또 견뎌내야했거든요.


포기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는,

주변분들의 도움과 조언으로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기적처럼 마무리 되어가고 있어요)


병실에서 자고 새벽같이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양재동 R&D 센터로,

노트북을 손에서 놓을 수 없던 숨막히는 시간들


그렇게 2주간의 시간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불편한 침대와 환경이 어려웠던 어머니를 위해

전동침대를 주문하고 거실에 VIP 병실을 만들어드리고

이제야 조금은 편안해 지셨던 어머니


석션기, 네뷸라이저, 혈압기, 체온계...


병실에 필요한 최소한의 집기와 도구들을 준비하고

매일의 위루관 드레싱과

석션기, 위루 식사연결, 바이탈체크...


펜타닐패치와 하루에 5회 이상 찾게 되는 진통제까지

새벽 1시, 3시, 5시에 일어나서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되고

저는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조금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주일의 어느날, 다시 응급실로 가게 되었어요.


혀와 볼과 기도에 출혈증세가 보였고

응급실에서는 위급상황이 찾아오면 기도삽관과 인공호흡기로 연명 시도를 하는데

어머니는 연명제도를 거부했기 때문에 그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저는 그 말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오던지요.

비로소 혈액종양내과 선생님이 호스피스로 안내했던 것과

의료연명제도를 거부 서명을 하신 것과

정말로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매일매일 알아가고 있는,

그런 7월 이였고, 8월 이였어요.


용인 백암에 위치한 샘물호스피스 병원은 입실이 가능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어머니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아직 조금은 더 가정에 있을 수 있는,

어머니가 가장 편안한 선택을 우리는 하였고요.


가끔 숨 쉬기가 어렵고

석션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고

통증에 2시간마다 약을 찾기도 하지만


너무나 곱고 순하고 인내심이 강하고

아름답기만 한 그녀는

오늘도 저를 걱정해주고


용기를 주고

화이팅을 해주고

할 수 있다 말해주고


성경을 보고

기도해줍니다.


그렇게 저는 여전히 어린 아이 꼬마이고

그 사랑을 먹고 자라서,

아직도 한없이 부족한데


지금은 그저 고통이 최소화 되고

남은 삶을 아름답게 감사함으로 보내며

고통없는 영원한 안식처로 가시는 그 날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한번은,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았어요


너무 많이 울고 또 울고

어찌할바를 모르고

마음도 몸도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많은 순간들에


기록조차 할 수 없는 그 시기에

그 시간을 그 날들을 거쳐


오늘도 살아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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