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은 9월을 보내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쏟아놓아야할지 잘은 모르지만,
너무나 빠른 시간이 흐르는 것 같다
2025년을 돌아보면 너무나도 놀라운 해이다.
그리고 이제 9월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3개월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엄마가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루하루 하는 날들 같다.
말로만 듣던 시한부 인생을,
어쩜 6년을 그렇게 걸어온 것 같았지만
이제 피부로 느낀다.
말기암에 몇개월이 남지 않은 시점에는
그렇게
드라마 같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는 바닷가에서 산책도 같이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 것 같았고
추억을 정리하는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2시간마다 찾아오는 급발성 통증으로 약을 드려야했고
1시간 마다 끌어오르는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석션기를 들이대야 했다.
식은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히기도하고
좋아하던 목욕도 샤워도 힘들어하고 귀찮아 하신다.
하루에 웃는 날을 보는 시간이 몇분에 불과해지고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고
귀에 가까이대고 큰소리로 말해도 엄마는 듣기가 어렵다.
우리는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대화가 줄어들었다.
글자로 써서 말하는 한계점
그 마져도 기력이 쇄하고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섬망은 아니라지만, 의식은 또렷하지만
통증약때문인지 잠이 많아지시고 (밤에는 못주무신다)
자꾸 꿈을 꾸고, 꿈과 현실로 스위치되는데 오래걸린다.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파편적인 기억들이 엄마를 때론 혼란스럽게 한다.
아니, 내가 혼란스러웠던것 같다.
매일 가장 좋은 날을 선물하고자 다짐하지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칠만큼도 한 나도 그리 강하지 못하였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기도해드리는 일
하루에 하나씩 엄마에게 편지를 남기는 일
추억의 사진들을 같이 정리해보는 일
(추억을 떠올리며 기쁘고 행복한 날을 기억해내는 일)
손을 마주잡고 볼을 비비고 감각적 접촉을 통해 사랑을 전달하는 일
이게 그리 어려운일이 아닌데도
매일의 실천에도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얼마나 시간이 남았을까
아름다운 마무리란, 무엇일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말을 할수가 없는 엄마가 너무 안타깝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은데, 들을 수 없는 엄마가 너무 안쓰럽다.
그런 마음을 매일매일 쓸어내리며,
하루하루 기력이 쇄해지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사실 힘이 든지 모른다.
어느날 문득,
엄마가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 같다. 더 끈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엄마는 최선을 다해 견디고 버티고 있었다.
더 같이 있어준다고 마음먹었던 9월이 지났다.
옆에 있었지만 두려움과 미안함과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계속해서 오버랩되며
옆에 있어주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 되기도 하고 회피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
나같은 딸은 없다고 했다.
엄마같은 엄마가 없는 탓일까
아무리 돌이켜봐도 엄마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 우리는.
그녀의 희생과 사랑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드리고 싶을 뿐인 것 같다.
단지 소망한다.
더 이상 고통하지 않기를, 아프지 않고 힘겹지 않기를.
남은 모든 시간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하기를
그 평안과 안식으로 충만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