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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피식대학 사과문 분석

사과 행위 보다 사과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위기관리 측면에서 더 중요

2024년 05월 18일,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측이 해당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법무법인 원 조광희, 이유정, 강윤희 변호사님들과 함께 쓴 평판 위기 넘는 법(한경무크, 2022) 147 page에 소개한 '사과문 작성법' 기준으로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노파심에서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과문 작성 행위가 위기관리에 전부처럼 인식되는 상황을 '사과가 트렌드가 된 시대'로 칭하고 있습니다. 즉 사과 행위 보다 사과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위기관리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 판단합니다. 때문에 아래 설명드리는 내용 또한 피식대학 측의 행동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최근 특정 이슈 발생 시 '사과'라는 행위는 기존 위기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추가 이슈 발생을 최소화하는 '위기의 종결'을 의미하며 그 목적으로 시도됩니다. 사과문이 해당 위기 히스토리에 '남고', '보도돼야' 위기 종결의 의미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피식대학 사과문에 이 목적에 충실히 작성되었습니다.


평판 위기 넘는 법(한경무크, 2022)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누가 사과하는지 서두에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중국 같다‘, ‘특색이 없다’, ’똥 물 이네', ‘할머니 맛’ 등 지적해 주신 모든 언급사항에 대해, 코미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로 시청자 분들께 여과 없이 전달되었고 이 부분 변명의 여지 없이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 드립니다... 콘텐츠에서 직접 언급하여 문제가 된 제과점과 백반식당에 피식대학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방문하여 사과를 드렸습니다.


첫 번째, 최근에 사과문에서 강조하는 것은 사과문의 구체성입니다. 그 구체성의 핵심은 사과하게 된 이슈가 명확해야 하고 사과의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과문에 구체성이 결여되면 사과문 전체의 범용성 (해당 사과문을 어디에 갖다 써도 통용되는)이 극대화되어 사과 행위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가중됩니다. 바로 어제 최근 음주 뺑소니 이슈로 논란이 컸던 김호중 씨 관련, 바로 어제 05월 19일 공개된 소속사와 본인의 사과문을 보면 사과문의 구체성에 따라 사과문의 범용성이 얼마나 커지는지, 그에 따른 진정성 표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호중 기획사의 사과)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김호중 본인 사과)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김호중 씨 사과는 경찰 조사 및 법정 다툼까지 고려한 간결함과 모호성 중심의 사과문이라 생각합니다.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구분해야 한다.


먼저, 본 콘텐츠에서 직접적인 언급으로 피해를 겪으신 두 분의 사장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제과점 사장님께 점내에서의 무례한 언행들과 배려 없는 맛 평가에 대해 깊게 사죄드렸습니다... 백반식당 사장님께도 저희의 무례함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 드리며 이번 일로 인해 저희의 부족함을 인지하게 되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두 번째로, 피해와 심려를 끼친 영양군민, 영양에서 근무하고 계신 공직자와 한국전력공사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세번째로, 저희의 콘텐츠로 불쾌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두 번째는 누구를 향한 사과인가입니다. 과거 사과문 서두에 항상 포함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고객 여러분'은 대표적인 클리셰 요소였습니다. 최근 이해관계자론의 핵심은 이해관계자의 우선순위와 구체성입니다. 단순하게 뭉뚱그려진 이해관계자 그룹이 아니라 해당 이슈로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혹은 받을 이해관계자들 우선순위에 따라 구체적으로 명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과문은 이 포인트를 정확히 학습하고 이해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특히 핵심 이해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한 것은 이전 이강인 선수의 사과문 분석에서도 말씀드렸던 원점 관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입니다. (아래 이전 글 참고)




이슈에 대한 포지션·상황에 대해 바라보는 우리의 프레임→현재 진행 상황 · 대응 상황→개선안· 미래에 대한 이야기 순서로 기술한다.


세 번째, 이번 사과문의 구조입니다. 재미를 가져오기 위해 경솔하고 무리한 표현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죄한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 표현 → 직접적인 언급으로 피해를 겪으신 두 분의 사장님 직접 방문 사과, 영양군청 연락 등 현재 실행하고 있는 구체적 내용 → 좋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한 앞으로의 다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상황인식 + 현재 + 미래의 순서가 잘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항상 경청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여러분께서 질책해 주시는 부분들에 대해 반성의 자세로 모든 댓글을 삭제 없이 읽어 보았습니다.


네 번째, 리스닝의 표현입니다. 특히 사과 행위가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 리스닝 표현이 없으면 그동안 불만을 가진 이해관계자와 대중들을 무시했다 오해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핵심 요소인 경청은 경청하고 있다는 표현과 피드백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경청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가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경청의 표현은 경청의 증명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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