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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비 맞는 오바마 vs. 눈 맞는 오세훈

현장 연설에서 리더십과 진정성을 전달하는 세심한 방식

President Obama Speaks on NYC Incident and BP Oil Spill in Louisiana


'명동 버스대란' 대단히 죄송합니다 #오세훈


서울시는 2023년 12월 27일, 명동 버스 정류소 인도에 노선번호를 표시한 시설물을 설치했었습니다. 승객들의 안전과 승하차 혼란을 줄이기 위해 승객들이 자연스럽게 줄을 서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표지판이 들어서면서부터 정체가 심해졌습니다. 2024년 새해에는 서울역에서 명동 입구까지 버스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열차 현상’이 가중되면서 혼잡이 극심해집니다.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퇴근길 명동 버스 대란’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게 됩니다.


오세훈 시장의 사과 모습은 유튜브 오세훈 TV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저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하는 오세훈 시장 모습을 보면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생들과 기업 담당자들에게 '현장 연설의 교과서'라고 강조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2010년 루이지애나주 베니스 해변 연설을 떠올렸습니다. 오세훈 시장 본인이 혹은 일선 담당자가 벤치마킹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두 장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0년 04월 20일,  역사상 최악의 해상 기름 유출 사고로 기록된 석유회사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석유 시추 시설 폭발 참사가 발생합니다. 이후 05월 02일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고 인근 지역인 루이지애나주 베니스 해변을 방문해 미국 연방 정부의 대응과 노력에 대해 연설을 했습니다.


그날 제법 비가 많이 내리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검은색 점퍼를 입고 우산 없이 갈매기와 비바람 소리가 들리는 해변에서 연설을 진행했습니다. 얼굴은 내리는 비에 젖었고 점퍼에는 많은 빗방울이 맺혔습니다. 이번 오세훈 시장의 연설 모습도 이와 흡사합니다. 검은색 파카를 입고 버스와 지나가는 시민들의 소리가 들르는 명동 버스정류소에서 유튜브 영상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머리와 파카에는 눈이 쌓였습니다.


검은색 옷은 단정하고 진중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번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징적 표현입니다. 더불어 비나 눈을 맞고 있는 상황이 더 잘 부각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갈매기와 비바람 소리, 버스와 지나가는 시민들 소리가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은 내가 바로 현장에 서 있다는 상황을 강조합니다. 그것도 홀로. 


멕시코만 원유 유출로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인 루이지애나주 현장에서, 퇴근길 명동 버스 대란의 장소인 명동 버스 정류소 현장에서, 실내 연설이 아닌 현장의 연설, 더군다나 악천후 속 홀로 지금의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을 통해 리더십과 진정성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백악관 채널을 통해 알려져 공식적인 모습을 표방하고 있고 오세훈 시장의 입장은 오세훈 TV라는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알려져 공식적인 모습은 좀 덜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타임스퀘어 사고 및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석유 시추 시설 폭발 사고에 대한 연방 정부의 노력과 대응에 대해 준비한 연설문을 보고 읽는 연설인 반면, 오세훈 시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서울시가 고민했던 과정 그리고 이후 대응 계획에 대한 설명을 영상으로 전달하려 했던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오바마의 현장 연설이 철저한 기획과 준비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오바마가 보고 읽었던 연설문이 내리는 비에 젖지 않기 위해 미리 투명 비닐로 보호했던 것이 대표적인 방증입니다. 그에 비해 오세훈 시장의 영상은 다소 즉흥적인 면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대체로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이 즉흥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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