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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점관리의 상징-이강인 사과

이제 세상에는 완벽한 사과는 없다.

최근 논란에 대해 이강인 선수가 2024년 02월 21일(수) 오전, 두 번째 사과를 하고 이어 손흥민 선수가 받아주며 화해하는 형식의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위기관리 측면에서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전략, 메시지, 타이밍 세 가지 측면으로 몇 가지 포인트를 간략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전략

최근 특정 이슈 발생 시 '사과'라는 행위는 '위기의 종결'을 의미하며 그 목적으로 시도됩니다. 사과문이 해당 위기 히스토리에 '남고', '보도돼야' 위기 종결의 의미가 이해관계자에게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슈와 변수가 발생하면 다시 되돌이표가 작동될 수도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람마저 설득할 수 없지만...


이제 완벽한 사과는 없습니다. 사과가 트렌드가 된 지금, 아무도 사과하지 않던 시절 사과 행위 자체의 독특함이 진정성을 나타내는 시대를 지나 이제 사과 행위 자체가 식상해지고 하나의 통과의례가 됐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대문호(大文豪)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사과문을 써도 네티즌들에게 빨간 줄이 그이고 대필 논란이 발생하는 건 흐름이고 모두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사과문은 사과문 행위 이상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지 않고 위기를 종결시킨다는 목적에 최대한 충실하고 집중합니다.


상대가 있고 서로 다툼이 있는 이슈는 화해를 하거나 타협을 하거나 상대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누군가는 용서를 하고 누군가는 그걸 받아주는 방식이면 위기는 종결됩니다. 상대가 있고 서로 다툼이 있는 이슈에서 이 방식을 '원점 관리'라 부르며 가장 완벽한 방식이기에 항상 최우선으로 고려됩니다. 이번 이강인 선수의 사과는 이강인 선수만의 사과만 있었으면 원점 관리가 끝났다고 볼 수 없었을 겁니다.


바로 뒤이은 손흥민 선수의 입장, 특히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가 서로 화해하는 모습의 사진이 사실 원점 관리가 됐다는 핵심이자 이번 전략의 산출물 중 백미(白眉)입니다. 해당 사진은 이강인의 사과문과 손흥민의 입장문을 연결시켜주는 연결 고리 이자 상징이며 텍스트로 모두 전달할 수 없는 종결과 화해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손흥민이 공개했어야 전략과 가치가 극대화되어 전달될 수 있었는데 그것이 합의되고 실행되었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받고 진정성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전략과 표현에 집중합니다. 이때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볼 수 있는 전략과 표현은 아래와 같습니다.


평소 혹은 이 세상에서 없던 것과 다른 것

힘들고 어려운 것

관행이 아닌 생각 하지 못했던 것

당사자 및 대중의 요구, 기준보다 높은 것

자신이 희생하고 손해 보는 것

그리고 일정 시간 이상 일관된 것


대체로 위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녹여져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시도하는데 이번 사진은 특히 서로의 스케줄과 지리적 차이를 극복한 화해, 즉 '힘들고 어려운 것'이 잘 부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과문이 이럴 것이다 하는 대중의 기준보다 높은 것이었고 손흥민 선수 입장에서 자신의 희생이 잘 표현되어 있기에 진정성 표현과 전달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번 커뮤니케이션의 진정성이 더 강조되려면 이강인 선수가 일정 시간 이상 일관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남은 과제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각자의 인스타그램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자신이 만든 커뮤니케이션을 100% 그대로 내가 통제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더 선호합니다. 위기 유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요즘에는 여러 채널 중 가장 대중화되고 접근이 쉬운 인스타그램이 많이 활용됩니다.


마이너하지만 손흥민이 입었던 스웨트셔츠 같은, 특정 로고나 문장이 있는 옷은 또 다른 해석을 낳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강인 입장에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겁니다. 'Noting Ordinary Sunday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일요일)'이라는  문장은 손흥민의 개인 브랜드 NOS7로 알려져 있으며 굳이 의미를 찾자면 해당 문구 또한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버 센스겠죠.


메시지

이강인 선수의 문장들은 상당히 잘 맞춰져있고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손흥민 선수의 문장들은 상대적으로 자연스럽습니다. 이른바 손흥민 선수의 음성지원이 될 정도로 손흥민 선수 본인 문장입니다. 이는 손흥민 선수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많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강인 선수의 문장 자체가 전략과 목적에 맞게 더 구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사과문은 첫 문장, 서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첫 문장과 서두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하고 이해관계자와 대중이 원하는 느낌을 최대한 정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흥민이 형에게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강인 선수 사과문의 첫 문장은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로 시작합니다. 이강인 선수가 해당 이슈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고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표현이며 전략적으로 이 부분은 '프레임'과 '포지션'에 해당합니다. 일각에선 어떤 이슈인지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때에 따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할 때 계속 코끼리가 생각하 듯 해당 이슈를 오히려 본인이 최악으로 규정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선 최대한 의미는 전달하지만 가능한 완곡한 표현을 선호하게 됩니다.


첫 문장에서 이강인 선수의 포지션과 함께 중요한 것이 이해관계자 표현입니다.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이라고 정확하게 핵심 이해관계자 손흥민 선수를 가장 앞에 두었으며 그다음 내부 이해관계자 팀 전체를 이야기하고 마지막 축구 팬 여러분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해당 이해관계자를 향한 사과 메시지들이 구조화되어 이어집니다. 특정 사과문과 입장문에서 과거 국민 여러분, 혹은 사랑하는 고객 여러분으로 한 덩어리로 묶어 표현하는 방식보다 이제 이해관계자를 세심하게 나열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며 항상 강조드리고 있습니다.


그다음 문장,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는 이 사과문이 나오기까지 왜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에 대한 설명과 핵심 당사자인 손흥민 선수화 화해를 했다는 원점 관리 표현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타이밍은 무조건 빨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빠르다는 개념 자체가 어느 정도가 빠른 것인지 규정할 수 없고 위기 유형과 이해관계자의 성향 및 요구에 따라 빠르다 느리다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런던으로 찾아가 화해 했다는 표현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는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와 화해했다는 표현, 뒷 문장에도 이어지는 선배들도 사과를 받아줬고 포용해 줬다는 표현 모두 위기 요소를 해소하고 제거했다는 표현이며 위기 종결의 의미여서 반드시 필요한 문장입니다. (두 선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의미에서 보면) 이 문장을 쓰고 남기기 위해 실제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과를 했고 상대가 사과를 받았고 화해를 했는데 그것이 공개되지 않으면 전략상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손흥민 선수를 '주장과 형'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대외적인 손흥민 선수의 포지션과 이강인 선수 본인과의 개인적 관계를 동시에 표현하면서 외적, 내적 관계 모두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팀 내 선배와 동료에게 사과를 하고 다른 비판이 되는 선수들까지 언급하면서 해당 이슈의 본질과 축구팬, 대중의 분노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방식으로 최대한 전달하려 하고 있습니다.


타이밍

일반적인 위기관리 현장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공개하는 데드라인에 특별히 정답은 없지만 웬만하면 ASAP(as soon as possible)을 추구합니다. 이번 이강인 선수의 사과문은 한국시간 2024년 02월 21일(수) 오전에 공개되고 이후 한 시간 정도의 시간차로 손흥민 선수의 입장문이 사진과 함께 공개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두 선수가 함께 있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타이밍 상 가장 큰 변수였을 것이고 놓쳐서는 안 될 변수는 두 선수의 경기 일정과 결과, 그리고 특히 02월 19일(월) 이강인 선수의 생일이 변수입니다.


이강인 선수 생일 전 해당 사과문이 공개되면 직후 이강인 생일이 이슈가 되어 사과문에 대한 관심이 양분되고 만에 하나 의미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리한다면 생일 하루 이틀 뒤가 더 낫다고 판단됩니다.


이강인 선수가 먼저 사과문을 공개하고 손흥민 선수가 한 시간 정도 시간차를 두고 이후에 사진과 함께 입장문을 공개하는 타이밍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동시에 발표하면 너무 맞춰진 느낌이고 둘 사이 간격이 너무 길면 그 공백에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며 손흥민이 먼저 공개하면 오히려 이강인 입장에선 역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두 선수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며, 특히 이강인 선수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닫고 성찰하여 더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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