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커뮤니티, 써보며 알게되는 것들.
돈맥경화. 올해 3분기 스타트업 시장을 두곤 ‘돈 줄이 마르고 있다’는 말이 오가곤 해요.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른바 ‘스타트업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죠. 기우는 아닙니다. 지난 5월 BGF가 운영하는 신선식품 커머스 ‘헬러네이처’가 문을 닫고,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회’도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름을 날렸던 패션 플랫폼 ‘힙합퍼’,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도 각각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구조조정에 돌입했어요.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온한 시대에 드러나지 않았던 역량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발휘된다는 뜻으로 풀이돼요. 과장을 조금 보태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이른바 ‘게임체인저’가 나타난다는 의미겠죠. 최근 난세의 영웅에 비유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혹자는 두고 봐야 한다고 그 의견을 일축하기도 하지만, 글쎄요. 숫자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드라마앤컴퍼니가 이끄는 종합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이야기입니다.
패노크라시(Fanocracy)라는 새로운 단어가 왕왕 들립니다. 팬을 일컫는 ‘Fan’과 ‘통치’를 의미하는 접미사 ‘-ocracy’를 더한 말이에요. 팬덤을 만드는 서비스, 나아가 팬들이 이끌어가는 서비스를 비유할 때 쓰는 단어죠. 그리고 이 단어는 리멤버 커뮤니티를 설명할 때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리멤버 커뮤니티는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으로 통해요. 400만 리멤버 회원들이 각자의 속 사정을 속 시원하게 털어 놓는 공간입니다. 리멤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콘텐츠 크루 윤현희님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고민을 나누고 함께 해결하는 공간(...)이자 질문과 토론을 넘어 일과 관련해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나누는 공간
커리어 고민이나 직장 생활 문제를 공론화하는 장인 셈이죠.
분명 리멤버는 명함 관리 서비스로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누적 명함 데이터만 3억 건에 달합니다. 그런데 명함만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파일럿 프로덕트를 민첩하게 내놓곤 했어요. 커뮤니티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비전과 아이덴티티를 제안하기까지 이르렀죠. 리멤버의 비전과 아이덴티티를 관통하는 2가지 주제는 ‘커리어와 기회’입니다. 그리고 이 2가지 주제는 정확히 ‘리멤버 커뮤니티’ 서비스에도 적용돼요. 리멤버 커뮤니티가 단순히 소위 ‘회사생활 뒷담화의 장’이 아니라 ‘일과 커리어에 대한 지적 교류의 장’이라는 말입니다.
리멤버는 올해 초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규모는 1,6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어요. 돈맥경화의 시기에서 대규모 투자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물론 투자를 결단하게 된 이유로 여러 강점을 점칠 수 있습니다. 명함을 기반으로 한 ‘커리어 데이터', 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쌓은 ‘채용&리서치 솔루션 상품’ 등이 있어요.
다만, 여기서는 서비스 주축 중 하나인 ‘리멤버 커뮤니티’에 집중해 보려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등 데이터 중심의 성장 신화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시기, 커뮤니티는 브랜드 성장의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관여도를 유지하고, 독보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며, 건전한 소비 과정을 통해 커뮤니티를 결속시키는 패노크라시. 어떻게 리멤버는 400만 직장인을 커뮤니티로 연결시킬 수 있었을까요. 2가지 주제로 설명합니다.
커뮤니티의 힘은 읽을거리에서 나옵니다. 읽을거리가 꾸준히 재생산돼야, 커뮤니티는 활기를 띠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열띤 토론이 오갔던 아고라처럼 시끌벅적해야 사람들이 몰리는 법입니다.
리멤버는 관심사로 카테고리를 묶어, 이야기가 오가게끔 유도합니다. ‘마케팅/PR/제휴’, ‘커머스/MD’, ‘기획/PM/PO’ 등 업무에 관한 주제는 물론 ‘주식/부동산/코인’, ‘이슈토론’, ‘취미/여행/운동’처럼 업무 밖 주제도 마련했어요. 카테고리는 고객의 관여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고객이 모일 수 있는 명료한 테마를 제시하기 때문이에요. 아울러, 관련 카테고리를 한데 묶어 제안하는 모습은 영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십 가지 메뉴가 주어졌을 때 선택 불안을 겪듯, 다양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까닭에서죠.
게시글 속 이야기는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섬세합니다. ‘육아 아빠의 고충’부터 ‘부당한 해고’, ‘월급 루팡을 향한 희망’, ‘퇴사를 앞둔 아쉬움’, ‘사무실 청소를 하는 억울함’까지. 사무실은 물론 카페나 흡연장에서도 쉽사리 들을 수 없는 우리네 이야기들로 가득해요. 직장인이라면 쉬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주제들이죠.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앞선 고민들이 리멤버 커뮤니티 안에서 풀린다는 거예요. 연봉협상 팁을 묻는 질문에선 어느 인사담당자가 직접 나서서 답하기도 하고, 관계 업체의 갑질에 속상함을 드러내는 글에서는 그 관계 업체의 직원이 대신 심심한 사과를 전하기도 합니다. 신기할 따름이에요. 회색빛 직장생활에서 인류애가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이곳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커뮤니티의 역사를 조금만 톺아봐도, 그 변화무쌍함을 알 수 있죠. 사람들이 모이게 된 본래의 취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그렇게 성격이 바뀐 커뮤니티가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례도 마주하곤 합니다. 본래 커뮤니티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공간이니만큼, 어쩌면 당위적인 흐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가 서비스 운영의 원동력이 된다면 운영 주체가 큰 정부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는 ‘일과 커리어에 대한 지적 교류의 장’이라는 주제를 벗어나지 않아요. 이상합니다. 운영 주체인 드라마앤컴퍼니가 마치 보도지침을 내리듯 권위를 행사하는 것일까요. 비속어나 유해정보를 공유하는 글에 대해서는 무릇 칼을 뽑아 들겠지만, 커뮤니티 운영사는 커뮤니티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커뮤니티가 안정적으로 안착했다고 판단했는지 되려 ‘베타(Beta)’ 딱지를 땠어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B사나 W사 등 ‘직장인 커뮤니티’를 내건 경쟁사 커뮤니티와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어떻게 변형됐는가를 기준으로 볼 때 리멤버 커뮤니티는 ‘잘 하고 있는’ 모습이죠. 글쓴이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이들을 쉬이 찾기 어렵습니다. 질문의 진정성과 무게감은 여전히 유지하면서요. 앱푸쉬에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루 2번, 읽을거리만 소개하는 앱푸쉬
앱푸쉬의 역할은 재접속을 유도하는 유인책입니다. 언제 어떤 이야기를 보내는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열람 결괏값을 얻게 되죠. 리멤버는 오후 1시와 7시, 하루에 2번씩 앱푸쉬를 전송합니다. 프로필 열람 등 시스템 푸쉬를 제외하고, 하루에 2번 푸쉬 알림을 보내는 구조는 과감한 선택이에요. 그만큼 자신의 앱푸쉬 소재가 ‘읽을거리’로서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왜냐면 대체로 앱푸쉬 발송 횟수와 고객 피로도는 비례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고객 피로감은 유입의 허들로 이어질 수 있고, 유입이 줄면 단연 DAU도 감소할 테니, 커뮤니티 생태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읽는 사람이 곧 쓰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과장된 해석일까요. 동종업계의 S사나 W사가 무한대에 가깝게 앱푸쉬를 날리는 모습을 보면 비교가 쉽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스마트폰 알림 설정에서 얼마나 많은 푸쉬 알림을 꺼뒀는지 확인해 보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앱푸쉬가 ‘읽을거리’라면 어떤 내용으로 알림을 보내는지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리멤버는 크게 ‘어제의 인기글’, ‘새 글’, ‘추천 글’ 등 3가지 유형의 게시글을 앱푸쉬로 소개하는데요. 인기글과 새 글은 오후 1시에, 추천 글은 오후 7시에 선보입니다.
인기글과 새 글은 대체로 다음 범주에 속해요. ‘혐오나 FOMO/FOBO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토론거리가 될 주제’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게시글 내용을 우선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B사의 앱푸쉬와는 다른 지점이죠. 그래서 지저분하지 않아요. 30자 이내로 담백하게 제목만 전합니다. 역시 B사의 앱푸쉬와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업계 선배가 선보이는 업무 인사이트
오후 7시 앱푸쉬는 ‘추천 글’이 날아옵니다. 여기서 추천 글은 커뮤니티 안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게시글을 뜻하는데요. 인사이트는 관심사 카테고리 글보다 짜임새 있는 감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 필진 덕분이에요. 업력이 탄탄한 ’인플루언서’ 필진과 리멤버 뉴스레터 ‘나우(NOW)’ 필진이 직접 글을 쓰죠. 1천 자 내외의 분량으로 다채로운 주제를 심도 있게 전합니다.
가령, 최한나 HBR 편집장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황금률을 찾으라 말하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방법을 제시해요. 제가 즐겨 읽는 롱블랙의 김종원 부대표는 롱블랙 콘텐츠 중 일부를 발췌해서 소개하네요. 롱블랙의 글은 감도 와 심도를 모두 갖춘 콘텐츠 중 하나로 손꼽히곤 하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결국 리멤버의 커뮤니티 연결법은 ‘본질을 잊지 않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그 본질이란 리멤버 커뮤니티는 ‘일과 커리어에 대한 지적 교류의 장’이라는 지향점이죠. 게시글의 주제가, 글쓴이가, 무게감이, 분량이 모두 다르지만, 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일과 커리어에 대해 토론하고 토의하겠다는 의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리멤버 고객은 커리어 성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 리멤버에 왔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