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팀의 유난스런 회고록, 책 <유난한 도전>
영화 <쇼생크 탈출>을 아시나요. 영화 <탑건>에서 잠시 얼굴을 비춘 배우 ‘팀 메를린’과 영화 좀 보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배우 ‘모건 프리먼’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에요. 제목 속 ‘쇼생크’는 교도소 이름인데요. 영화는 교도소 쇼생크에서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금융 플랫폼 토스가 펴낸 책 <유난한 도전>을 읽곤 이 영화가, 그중에서도 작품 속 인물 ‘브룩스 헤이틀런’이 떠올랐어요.
브룩스는 장기 복역수예요. 쇼생크에서 50여 년을 보냈죠. 그런 그가 가석방 처분을 받습니다. 가석방은 좋은 일이죠. 그도 과연 기뻤을까요. 브룩스는 곧장 교도소에서 인질극을 벌입니다. 다시 죄를 지으면 쇼생크에 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결국 인질극은 해프닝으로 끝나요. 브룩스는 가석방을 받아들입니다.
반세기 만에 마주한 바깥세상은 그가 기억하는 세상과 달랐어요. 도로 위 자동차 수는 눈에 띄게 늘었고, 온 세상이 빠르게 흘러갔어요. 무엇보다 모든 선택을 오롯이 스스로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옥좼습니다. 교도관에게 화장실 가고 싶다며 허락을 구할 필요도, 취침 시간에 방 안에 갇혀있을 이유도 없었지만, 그는 불안했습니다. 쇼생크에서는 행동에 따른 책임을 교도관과 나누곤 했어요. 이제는 온전히 그 책임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브룩스는 두려워합니다. 그에게 자유는 두려움이었어요. 속박된 생활이 몸에 더 익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자신이 어디 있는지 기억해내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가석방 보호소는 감방보다 불편했고, 식료품점 일자리는 교도소 일과보다 그를 더 짓눌렀습니다. 두려움을 잊는 방법은 망상뿐입니다. 브룩스는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로 돌아가는 모습을 줄곧 상상합니다. 그리곤 그는 결심해요. 자유라는 두려움 속에 사는 자신을 더 이상 붙들지 않기로 합니다. 그렇게 낯선 세상에 이별을 고하죠.
자유는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좋고 옳은 걸까요. 브룩스의 이야기는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책 <유난한 도전>에서 마주한, 토스팀의 고민은 브룩스의 고민과 맞닿은 모습이었어요. 자유로움은 독이든 성배와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선택의 범위에 한계는 없으니 '자유=이상향'이라는 대칭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실은 아닐 수 있어요. 선택지가 넓어졌을 때, 그리고 그 선택에 우리 스스로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행동을 망설이게 되곤 합니다. 우리는 그걸 매일 점심 메뉴를 고를 때 경험하곤 하죠.
<유난한 도전>은 토스팀이 앞선 ‘자유와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토스팀의 지독하고도 유난한 도전이 자유과 책임 위에서 이뤄졌다는 사실도 페이지 몇 장만 넘기면 알 수 있죠. 무엇보다 마지막 페이지에 닿으면 '무제한 휴가'나 '한도 없는 법인카드'가 토스팀이 말하는 ‘자유로움’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이해할 수 있어요.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 대해 설파한 책 <규칙 없음>을 즐겁게 읽었다면, 토스팀의 이야기들을 신나게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됐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