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새로운 도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대폭 축소되고 있으며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처럼 물리적인 거리두기 속에서 고객(customer)과 연결(connect)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다양한 채널이 제공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구축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은 고객과 바로 소통하며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은 원격의료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식품 산업은 식재료나 배달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영화 산업은 극장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산업은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으로 에듀테크(EduTech)가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출판 산업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출은 줄고 온라인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종합해보면 전체 매출은 하락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3월의 오프라인 서점 방문자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40% 가량 크게 줄었고 매출도 20%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16% 증가한 수준이다. 알라딘 역시 3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오프라인은 30%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15% 증가했다. 특히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전자책, 오디오북 등)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객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대여나 구독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과 활용성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하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하지만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이용하면 좀 더 종이책과 유사한 독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각각의 단말기는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다만 독서에 집중하고 다독하는 고객에게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권한다.
1995년 창업하여 온라인 서점 사업을 시작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피오나(Fiona) 프로젝트로 킨들(Kindle)을 탄생시켜 전자책 시장에서 혁신을 일으켰다. 현재까지도 글로벌 전자책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마존은 킨들을 단말기로만 판매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과 긴밀하게 연계시키면서 프린터와 토너 모델(Lazor and Blades Model)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 전자책 전용 단말기로는 아마존의 킨들(Kindle), 라쿠텐의 코보(Kobo), 반스&노블의 누크(Nook), 톨리노의 톨리노(Tolino), 보위에*의 라이크북(Likebook), 오닉스의 북스(Boox), 북켄**의 사이북(Cybook), 포켓북의 포켓북(PocketBook) 시리즈가 있다. 국내에도 예스24의 크레마(Crema), 리디의 페이퍼(Paper), 교보문고의 샘(Sam) 등이 있다. 이러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들은 전자종이 디스플레이(E-Paper Display, 이후 EPD라 칭함)로 되어 있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대부분의 EPD 단말기들은 흑백 제품으로 반응속도나 화면 주사율(Scan Rate)이 낮아 잔상이 남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저전력에 방수처리(waterproof)가 되고 직사광선에서도 가독성이 높아 독서하기에 편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 보위에(Boyue)는 2009년 중국에 설립된 디지털 독서 분야에 중점을 둔 기술 기업이다.
** 북켄(Bookeen)은 유럽에서 최초로 전자책 리더기를 제조한 Cytale가 실패한 뒤 Cybook Gen1의 지적 재산을 구입하여 2003년 창업한 프랑스 회사이다.
이제 EPD 단말기의 2차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CES 2020>에서 컬러 EPD가 공개된 이후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나 전자책 관련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면서 E잉크(E-Ink)의 ACeP(Advanced Color e-Paper), 티안마(Tianma)나 클리어링크(CLEARink)의 color LCD 등을 이용한 컬러 EPD 단말기가 2020년과 2021년에 대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켓북은 2013년에 첫 컬러 럭스(Lolcor Lux)를 출시한 이후 2020년 6월에 6인치 크기의 두 번째 포켓북 컬러(Pocketbook Color)를 출시 예정이다. 칼레이도(Kaleido)라는 신기술이 적용되어 4천 가지 이상의 색상을 표시할 수 있으며 오디오북이나 읽어주기(TTS)를 위한 오디오 기능도 제공한다. 비교적 저렴한 215달러 가격으로 선주문을 받고 있다. 오닉스는 저스트 프린트(Just Print) 기술을 적용해서 6인치 컬러 EPD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사양은 최근에 발표된 포크2(Poke2)와 유사하며 4천 가지가 넘는 색상을 표시할 수 있다. 아직 출시 일자나 가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 외 중국의 하이센스(Hisense) 그룹에서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 4월 23일에 맞춰 컬러 EPD가 적용된 스마트폰을 발표하기도 했다.
EPD 단말기는 가벼워서 휴대하기 편하고 독서하기에 최적화된 단말기이다. 예전 EPD의 불편했던 기억들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져 가고 있으며, 이제 컬러 EPD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표지를 컬러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서, 미술 서적, 의료 서적, 웹툰, 잡지 등의 콘텐츠를 EPD에서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서는 시간과 의지와 집중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에 상응하는 단말기는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다.
출판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뉴미디어와 기술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고 고객의 소비 형태는 끊임없이 변화해 나갈 것이다. 그 속에서 출판 산업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적절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고객과 소통해 나가야 한다. 기술을 맹신하자는 것이 아니라 출판과 책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