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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r 24. 2020

생존을 위한 도서의 품격

출판의 새로운 도전

정부에서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의 연간 증가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민간연구소보다 다소 높은 수치이지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되면서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은 꼭 쓰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 없는 선택재 소비를 줄이고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 소비를 늘리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작년 오픈서베이가 진행했던 <2019 하반기 트렌드 세미나: EAT BUY PLAY> 내용 중 소비자가 최근 1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은 ‘영화/동영상 콘텐츠 시청’, ‘인터넷 서핑’, ‘SNS' 등으로 나타났으며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책 읽기‘나 ’TV시청‘은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했고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즉, 고객의 시간 소비 유형이 오프라인 매체에서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대표적인 스마트미디어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로 동영상이나 음성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고객은 콘텐츠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콘텐츠 소비 시간이 길어졌으며, 디지털콘텐츠 활용도도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도서의 가치와 경쟁력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도서 판매량과 독서량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매년 신간 도서의 증가와 다품종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사)대한출판문화협회’의 최근 출판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신간 발행 종수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약 6만 5천여 종을 기록했으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 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의 신간 발행 종수는 약 8만 2천여 종을 기록했다. 

고객은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도서를 발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고객이 선호하는 장르나 구매이력 등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서 큐레이션(curation)이 제공되고 있지만, 우연한 도서 발견의 재미가 줄어들고 있으며, 유사 도서들 속에서 좋은 도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도서의 다양성 보다는 도서의 품질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제가 있는 도서를 선별하여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사나 유통사는 고객에게 좋은 도서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고객은 필요한 도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라이트닝 소스(Lightning Source)는 미국 최대의 서적 도매상이다. POD 서비스를 통해 약 39,000개 이상의 도매상, 도서관, 소매상에 배송하기도 하며, 인그램을 통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에 배포하기도 한다. 최근 인그램(Ingram)의 자회사인 라이트닝 소스(Lightning Source)가 올해 4월 27일부터 구매자에게 해를 끼치고 출판사, 소매점, 도서관 파트너에 영향을 주는 종이책을 카탈로그(catalog)에서 제거해 나가겠다는 정책을 선언했다. 이는 고객을 속여 매출만 발생시키려는 형편없는 도서들을 선별해 내기 위함이다. 우선 하드커버(양장본)와 페이퍼백(보급판)에 먼저 적용시키고, 수개월 내에 전자책까지 확대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라이트닝 소스의 주요 정책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제작된 요약본, 워크북 및 유사한 유형의 콘텐츠

2. 빈 페이지가 10%를 초과하는 책, 노트패드, 스크래치패드, 저널 및 유사 유형의 콘텐츠

3. 인기 있는 도서의 제목, 표지, 디자인, 저자명 등을 모방한 책과 콘텐츠

4. 부정확한 설명이나 표지로 구매자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책

5. 책의 시장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가격을 매긴 책

6. 전체 또는 일부가 판독 불가능해 구매자에게 손해를 줄 수 있는 형태의 원본 스캔 도서

7.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 공정을 통해 제작한 책


최근 전자책이나 오디오북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구독 서비스 형태로 독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콘텐츠’이다.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 사업자들은 처음에는 이용 가능한 콘텐츠 수량에 집중하지만, 이후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 생산 전략 방향으로 접근해 나간다. 대표적으로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밀리의서재는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19년 10월부터 업체 최초로 종이책과 전자책을 결합한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다른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종이책을 발행하여 구독자들에게 먼저 제공하는 형태이다. 또한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디북스는 매출액과 평점 기준이 상위 5% 도서만을 선별하여 구독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리스트로 제공하고 있다. 마치 아마존이 지난 2018년 9월에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4-스타(Amazon 4-Star)’와 비슷하다. 아마존 4-스타는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평점 4점 이상을 받은 제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 발전과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뉴미디어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 도서만을 찾지 않고 웹이나 동영상을 이용하고 있다. 출판의 품격은 종수가 아니라 품질이다. 더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발굴해서 도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출판의 미래는 좋은 도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20년 3+4월호 (통권 516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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