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엄마 내가 쉐킷오프 불러줄까?
학교 끝나고 집에 온 아이가 갑자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너무 귀엽다. 마트에 가려고 차에 타니 Shake it off(by Taylor Swift)를 틀어달라고 한다. 따라 부르며 어깨춤을 추신다. 흥이 오른 어린이는 Pink(by Lizzo)와 Fireflies(by Owl City)도 틀어 달라 하더니 둠칫둠칫 하며 따라 부른다. 남편과 나는 처음 듣는 노래고 집에서 틀어준 적도 당연히 없는데 우리 집 어린이는 이 팝송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놀랍게도 음악 시간에 선생님이 여러 곡을 틀어주고 아이들에게 어떤 노래가 좋은지 투표를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뽑은 곡이 저 세 곡이고, 특히 Shake it off는 만장일치로 뽑혔단다. 1학년 음악 시간이면 동요를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나만 옛날 사람인가 보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어린이 전용 재생목록에 [빗자루 여행/아이들은/난 네가 좋아/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문어의 꿈]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포진해 있건만 아이가 원하는 건 쉐킷오프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경제를 움직일 만큼 대단하다는 얘기는 뉴스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느끼게 된다.
이동할 때 우리가 튼 노래를 듣고 마법의 성(더클래식)이나 크리스마스에는(이승환), 옛 친구에게(여행스케치)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를 땐 어쩐지 기특한 마음마저 들더니, 아이가 팝송을 따라 부를 때 내 마음에 나타나는 이 감정은 뭐란 말인가. 약간의 상실감과 함께 아이가 훅 멀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는 십 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고 미국에 살고 있는데 인기 있는 팝송 부르는 게 뭐 대수라고. 아이브의 아이엠을 부를 때도 너무 귀엽다 했으면서 아직 팝송까지는 내 마음의 문이 안 열렸나 보다. 인정하면서 아이와 같이 부를 가사책을 만든다. 인정했지만 팝송을 적진 않는다.
+ 표지사진: Unsplash의Rosa Raf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