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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Jan 29. 2023

벌써 6개월

정말 빠르게 지나간 클래스101에서의 6개월

     휴가 기간 동안 회사 메신저도 아예 삭제하고, 잠시(고작 3일이지만) 내가 맡았던 업무를 백업할 수 있도록 문서를 만들어 내가 없는 동안 내 업무를 도와줄 분에게 이런저런 작업 상황을 전달했다. 그리고 설 연휴에 휴가를 붙여서 부산에 왔다.

  일을 떠나서, 나를 위한 여행을 왔는데 6개월간의 회사 생활을 회고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 단순히 바다를 보고, 잠시 일상에서 떨어지고 싶단 생각으로 떠난 여행이라서 6개월 회고를 위한 생각 정리가 더 잘되는 걸 수도?


    잠시 회사와 떨어져 바다를 보며 지난 6개월 회고!





3개월 전과 바뀐 것

1. 하루의 루틴 : 8시 출근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지만 퇴근 후 고정되었던 루틴이 많이 변경되었다. 게다가 DND 8기도 시작하면서, 종종 DND 회의를 하거나 각 조를 도와주려고 하다 보니까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삶보단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뒤섞인 삶이 되어서 조금 바쁘다. 그러다 보니 하루의 루틴이 아니라 일주일의 루틴이 조금 바뀌기도 했다. 월~수 혹은 목요일까진 8시 출근을 하지만 금(목)은 피곤해서 조금 늦게 출근을 하기도 한다.

다이어리는 스타벅스 다이어리

    회사의 루틴을 좀 더 고정시키도 했다. 원래는 위클리를 작성해서 월요일에 한 주의 일정을 확인하고, 작업량과 진행에 따른 일정 확인을 위클리에 작성했다. 그리고 매일 하나씩 긋고 하지 못한 일이나 수정할 일이 있다면 한 주의 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조절했다.

    그러다가 맡은 도메인이 넓어지면서 소소하게 챙겨야 하는 일도 생기고, 갑자기 생기는 일도 많아졌다. 이전보다 세분화해서 체크리스트 및 확인, 메모를 남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위클리와 투데이 업무 리스트 2개를 만들어서 관리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5분에서 10분 정도 1시간 단위로 오늘은 무슨 일을 챙길지 아침에 와서 위클리를 기준으로 더 구체화한다. 이걸 지키지 못했다고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To do list는 잊으면 안 되는 걸 기록하는 수단이니까.


2. 운동 : 23년, 원래 운동하던 곳은 회사 근처가 아니라 집에 가기 위해서 환승해야 하는 부분에 있었는데, 이제 그냥 회사 근처라서 회사 업무를 하다가 몸이 찌뿌둥하면 잠시 미팅이 없을 때 운동을 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거나 업무를 빨리 끝내고 바로 운동을 갔다가 집에 갈 수 있게 회사 근처 헬스장을 끊었다. 근데 크로스핏에서 그냥 헬스를 하게 되니까 혼자 하고, 크로스핏 특유의 한계에 도전하는 재미가 없어져서 좀 슬프다.(다른 운동을 같이 해야 할까 고민...)


3. 대외활동 : 루틴 쪽에서도 잠시 이야기된 DND 8기가 시작되면서 10개의 조를 여유가 생길 때 둘러보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 먼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종종 질문이 올라오면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직접 프로덕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니지만 10개의 다양한 아이템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언제나 새롭고, 나도 많은 걸 배우게 된다. 그리고 나를 다시 돌아볼 수도 있다. ‘8주’라는 시간이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10개의 조원들이 모두 열심히 하루하루 회의를 하거나 주마다 커리큘럼에 따라 과제를 제출하는 걸 보면 어떻게 이런 퀄리티와 양을 다 하는지 대단해 보인다. 열정을 느끼고 나도 모든 일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4. 맡은 도메인의 범위 : 이전에는 인터널을 맡아서 보안, 기타 정책과 어드민, 그 외 백오피스 등 '클루(내부 직원)가 고객인 프로덕트를 전반적으로 담당했다. 그러다가 12월쯤부턴 어카운트(Account)도 함께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보안 관련된 작업을 하다 보니 어카운트 부분의 작업과 많이 겹치기도 해서 흔쾌히 도메인 확장 아닌 확장을 했다.


5. 추가된 습관 - 동료와 함께 식사를 : 인터널은 다양한 개발팀에게 필요할 때마다 작업 요청을 하지만, 특히 많은 작업을 요청하는 개발팀이 있어서 그 개발팀의 팀원들과 한 번씩 밥 한번 먹어보자! 는 걸 목표로 매주 한 분씩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어색하더라도 1:1로 먹으면서 한 분에게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 주에 한 명인건, 내 상황과 다른 점심 약속도 섞여 있어서 규칙적이면서 같이 밥을 먹을 동료의 일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날에는 리서처, 디자이너들과도 밥을 먹으면서 알아갔다. 업무상 접점이 없거나 아주 조금 있더라도 일단 내가 호기심이 생긴다면 점심 약속을 구글 캘린더로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3~4일은 날마다 다른 동료랑 밥을 먹었다. 물론 밥 한 번 먹었다고 찐친, 깊은 관계가 되는 건 아니지만 지나가다 인사를 하더라도 더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 줄 수 있고 특히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나와 협업할 때, 혹은 PM과 협업할 때 어떤 스타일이 좋은지 물어보면서 주엔 업무 외에 서로의 스타일을 맞춰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프로덕트 배포, 혹은 프로덕트는 아니지만, 작은 일이라도 끝나면 같이 진행한 사람들끼리 점심을 먹자고 제안해서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히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알아가고,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3개월 전, 문제는 잘 해결되었을까?

1. 여러 가지의 프로젝트, 체크리스트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챙길까?

    시간단위로 챙길 To do list를 만들고, 메신저도 내가 놓친 게 있는지 수시로 나를 태그(멘션)한 창에 가서 응답하지 못한 게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와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지만 내가 회의 중이거나 당장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상황을 알리고 언제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말한다. 혹시 그 이후에 답변이 없다면 다시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최대한 놓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빠른 답변을 위해서 생각할 시간 확보를 할 때 상대방의 작업 과정과 상황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그럼에도, 놓치는 게 많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들었다. 그런 게 싫었고, 도대체 왜 그런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일만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주변을 살필 수 없었고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과몰입’이 아니었다. 때로는 주변도 크게, 넓게 보아야 하는데 단기적인 목표(응답, 체크리스트)만 살펴보니 놓치는 게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시간과 일정을 큰 범위와 작은 범위를 나누었고, 잠시 일에서 멀어지면서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설 연휴에 붙여서, 자체 리프레쉬 휴가를 만들었다.

    일이란 건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이때,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유대와 관계도 중요하다. 각자의 성격과 개성이 다르니까 서로 이해하고, 맞춰 작업해야 하고 그걸 PM이 좀 더 신경 쓰는 게 좋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해관계자와 내가 같은 위치에서, 같은 그림(목표)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사전에 좀 더 길고, 깊게 확인해야 추후에 작업이 편하고 순탄하게 진행된다는 걸 다시 느끼기도 했다.

    어카운트 도메인까지 맡게 되면서 다시 수습 3개월을 하는 기분이었다. 인터널과 겹치는 제품관리가 몇 있었지만, 내가 알고 있던 어카운트의 지식과 배경은 전무하다고 말해도 무방했다. 새로 도메인을 배우면서, 사전 지식과 배경 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2. 건강(컨디션 관리)

    평균 6-7시간(주로 6시간 정도) 자는데, 이게 적게 자는 거라고 하는 의견도 있었다. 근데 예전에도(이직, 대학교 시절과 같은 과거) 그렇게 생활해서 몰랐다. 대신 종종 잠자다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해서 3-4시간 자게 되는 날도 있어서 더 그런 것도 있었다. 운동을 하는 날에는 푹 자지만, 못하는 날이나 회사 일이 많아서 늦게까지 야근을 한 날에는 평소보다 더 피곤해져서 일주일에 3번은 운동을 가고, 3번도 못 갈 것 같으면 하루 to do list를 적을 때 일을 하다 도중에 억지로 짬을 내게 되었다.

    원래 카페인을 잘 받아서 커피를 못 마셨는데, 마시게 되었다가 또 그래도 저녁에 많이 먹게 되면 잠을 못 자는 건 똑같아서 이참에 카페인이 든 건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줄이기 싫지만….


3. 걱정

    걱정은 언제나 되지만, 이쯤 되니 좀 뻔뻔해진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라는 뻔뻔함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놓치는 게 없도록 계속 챙겨야겠지만 너무 소극적이고, 걱정만 하면 오히려 주변에서도 신뢰하지 못하고 같이 걱정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 뻔뻔함을 기르지만 최선을 다하고, 내가 맡은 일에 전문가가 되어야겠단 태도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6개월을 지내며 얻은 것

1. 뼈를 깎는 성장

    12월에 회사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클래스 101의 6개의 코어벨류 중 하나인 뼈를 깎는 성장은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한계에 굴하지 않고 끝가지 도전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수상은 타운홀에서 진행했는데, 때마침 내가 별도의 인터널 프로덕트 관련으로 발표를 했던 날이었다. 내 발표 후에 이런 연말 수상을 발표하는 것도 몰랐고, 내가 수상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더 놀랐다.

    아무래도 인터널 도메인 상 우선순위가 밀리거나 외부 고객의 데이터수치보다는 내부 고객의 의견과 몇 없는 데이터를 통해서 끊임없이 개발자에게 개발해달라고 하는 모습이 컸던 게 아닐까 추측했는데, 추후에 이유를 들으니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항상 뼈를 깎는 성장 중임에도 내가 받아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2. 보안과 인터널과 어카운트 지식

    어드민, 계정, 설정 등의 제품은 보안과 정책에 대한 고려사항이 많다. 그래서 항상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전반적인 사용자의 설정과 상태에 문제가 없을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내부에서 자문을 많이 구한다. 거의 나와 리걸팀만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내 메신저 채널이 있을 정도다. 어릴 때 법 공부도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이렇게 같이 일하면서, 특히 보안 쪽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 정말 서비스의 기반에 대해서 확실히 알아가고 있다.


3. 조금 더 천천히, 기다리는 법과 넛지, 그리고 전체를 보려고 하는 시도

    나름 기다릴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더 차분하게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슬프기도 하지만, 인터널이란 도메인 특성 때문에 기다리는 법과 기대하는 법, 그리고 스케줄과 일정에 대해 많은 고민과 경험을 했다. 마냥 안되면 서운해하는 게 아니라 왜 밀렸는지 확인하고 우선순위가 된 일에 대해 알아보면서 인터널이란 내 도메인 일이 아닌 다른 도메인의 상황이나 상태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슬쩍 여유가 있어 보이면 다시 넛지 아닌 넛지를 하거나 다른 대처 안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 넓은 제품의 상황을 알고 고려하면서 일하게 된 건 원래 이직하면서 꿈꾸었던 목표이기도 하다.


4. 제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PM은 효율적이고 영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개발자의 우선순위와 목표를 맞추고 동료들의 작업이 물 흐르도록 진행되게 만드는 존재라는 걸 다시 깨닫는 일도 있었다. 단순히 내게 주어진 기획, 정책뿐만 아니라 사람마다의 스타일을 내가 알고 있고, 나만 동료와 1:1로 맞추는 게 아니라 동료들 간의 스타일도 전체적으로 보고 맞출 수 있게 완충재가 되어야겠다고 느꼈다.

    일을 할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자문하는 것 중 하나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였고, 그 중 하나의 목표가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였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이런 관계적인 면도 같이 생각해야겠다고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동료에게 좋은 기회를 내가 만들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만들어주자고 생각했지만, 그것과 더불어서 완충재 같이 푹신하고, 필요할 때 필요한 모양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끼리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 영화에서 강백호가 자기가 초짜라는 걸 당당히 말하는 게 너무 인상 깊었다(ㅋㅋㅋ)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일을 많이 한 것뿐이지 PM이란 타이틀을 단 기간으로 치자면 아직 주니어 PM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주니어라는게 자랑도 아니고 최대한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더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주니어이기 때문에 더 고통받고, 고민하게 되는 일이 많은 건가? 원래 PM이란 이런 걸까?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궁금해지는 시기가 있었다. 때마침 CPO 트래비스와 다른 동료들이 이런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생겨서 트래비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뻔뻔해지기로 했다. 물론 평생 주니어로 남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그때만 할 수 있는 변명과 뻔뻔함으로 더 많이 고민하고, 배우면서 회고를 통해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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