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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 Feb 24. 2023

탑다운으로 생각하고  바텀업으로 실천하기

(구) 팀원들과 인사 면담을 할 때면 항상 답변하기 어려운 주제가 있었는데, 바로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주제였다. 이 문제는 회사가 방향을 잃은 것 같다.라는 전형적인 표현부터 변화가 너무 빨라서 적응이 어렵다.라는 변칙적 표현까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며 공통적으로 내 주둥이를 조개처럼 앙 다물게 한다.


6살때부터 ‘물에 빠지면 입만 떠내려 오겠다'라는 얘기를 들었던 내가 말문이 막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진데, 첫째는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방향을 모르는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게, 우리 회사는 내가 입사한 만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략과 방향이 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OOO 비즈니스는 회사의 캐시카우처럼 보이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고 한계비용이 뚜렷하여 사실 전체 서비스 벨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XXX 비즈니스는 수익률이 높고 한계비용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핵심 비즈니스였다. 이것은 각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으로 촉발된 재무적 제한 사항이므로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거나 기똥찬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않는 이상 조정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를 할 수 없어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의사 결정 레벨이 높지 않거나, 특정 정보들의 접근 권한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 '구조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또한 실무자들은 당장 부여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업무의 배경과 목적은 다소 멀어지는 것은 사실이며(바쁜 와중에 배경과 목적까지 견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게 전략적으로 얼라인 되어 있다는 사실이 딱히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지리라 생각이 된다. 그 와중에 전술적으로는 상당히 자주 변경이 되니 회사의 방향과 전략이 수시로 변한다거나 표류 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탑다운으로 생각하고, 바텀업으로 실천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수행되면 다소간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래는 업무 계획 수립에 있어서, '탑다운'으로 생각하는 과정이다.

1. 업무의 목적과 목표 확인: 모든 업무는 목적이 존재하고, 목적은 보통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전략과 방향을 포함한다. 이 목적과 목표에서 주요 지표와 업무 수행 방법이 파생된다.

2. 주요 지표 확인: 확인한 배경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Key를 찾고, 그것이 해결되면 달라질 주요 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Supply Side의 고객수, Demand Side의 고객수, Supply Side와 Demand Side의 Interaction수 정도가 되지 않을까. (rough하게 잡아도 별 탈은 없다고 보고, 이 단계에서는 오히려 너무 구체적이면 생각이 갇히는 듯하다.)

3. 업무 수행 방법 확인: 위에서 정의한 각각의 지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의 Interaction수를 늘리기 위해 특정 페이지의 구조를 변경하여 플랫폼 전체의 Interaction 수준을 높이거나, 특정 페이지에 Interaction 방법을 삽입하여 Interaction 가능한 채널 자체를 늘리는 식이다.

4. 구체적 지표 확인: 위에서 정의한 업무 수행 방법을 수행했을 때 변경되는 구체적인 지표를 정의한다. 나는 습관적으로 3번과 동시에 수행하며, 잊지 않고 팀 내 원활히 공유하도록 문서에 꼭 기록해 둔다.


업무 계획 수립에 있어 탑다운으로 생각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부터' 생각하면 생각이 갇히거나, 업무의 맥락을 견지하기가 어려우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행된 업무들이 궁극적으로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즉, 업무의 퀄리티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또한 생각 정리가 너무도 어렵기 때문에 (발톱부터 그려서 사람을 완성하는 것과 같다) 업무 수행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텀업'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한두 개의 구체적 지표를 변경할 수 있는 방법 수행: 탑다운으로 수립한 업무 계획을 바탕으로 도출된 '구체적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수행한다. 어차피 계획 수립 단계에서 어떤 일을 할지는 결정이 되었을 것이다.

2. 결과 확인 후 개선: 위에서 수행한 업무가 작은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한다. 보통 첫 번째 계획은 틀리기 때문에, 꾸준히 확인하며 관리해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개선은 빠르고, 꾸준히 수행되어야 고성과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3. 주요 지표에 미친 영향 확인: 작은 지표들의 변화가 주요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한다. 정상적인 계획이라면 작은 지표들의 목표는 결국 주요 지표 몇 개의 개선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작은 지표와 주요 지표 간의 연관성이 정량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바텀업으로 업무 수행 하는 것 또한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것부터' 수행하게 되면 계획 수립과 수행 자체에 너무 긴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작은 실수가 너무 큰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되어 문제 발생 시 돌이키기가 어려우며, 실험이 실패하여 방법을 바꾸어야할때 기민하게 행동하기가 어렵고, 지리멸렬한 탐색작업만 반복한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성과들은 처음엔 느려 보이지만, 나중에는 무엇보다도 빠른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 소소하게는 결과를 금방 볼 수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와 전반적인 에너지레벨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그 간의 싸움이 무색하게도) 몇 가지 실무를 다시 떠안고 수행하고 있는데, 한두 달 새 꽤 크게 변한 내 사고방식이 조금 놀라웠다. '탑다운으로 생각하고 바텀업으로 실천하는 방식'을 업무에 적용해 보면, 조금 더 정돈된 형태로, 회사의 방향을 고려해 가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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