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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할래? 부자 될래?

미국은 상속세가 얼마나 될까?

by coder

한국에서 가끔 논란이 되기도 하는 상속세는 미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부의 축적이 세금을 이미 낸 후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또 다른 세금을 다시 증여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에서는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거나 부모가 돌아가신 이후에 남긴 집(Estate)에 대한 소유권은 보통 그대로 자식들에게 돌아가는 편이다.


최근까지는 이러한 부의 대물림 현상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거론된 적이 별로 많지 않았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보통 다음 세대가 예전 세대보다 더 부자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에게 도움을 받는 세대였지 물려주는 세대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도 부모세대는 우리보다 부자고 우리보다 더 젊은 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집은커녕 점심을 사 먹기도 힘든 세대가 되었다.


실리콘밸리 부자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10여 년을 실리콘밸리에 살고, 일하면서 만나본 친구들 중에 의외로 부잣집 자재들이 많았다. 자신들이 자랑하듯 떠들고 다니지는 않아도 술잔을 기울이며 자기 가족이야기를 할 때, '엄마가 스탠퍼드 대학 교수라 나는 선택권이 없이 스탠퍼드에 들어갔다'. 또는 링크드인에서 가끔 보는 성공한 CEO나 임원들이 올려놓은 포스팅 댓글로 '아빠가 최고야!'라고 써놓은 딸들, 그러면 친구들끼리는 '걔 알고 봤더니 엄청 부자다.' 또는 '아빠가 유명한 물리학자'라며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수다를 떨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자식들이 이렇게 잘난 부모님을 대놓고 자랑하지 않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분위기 탔도 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친구들 중에도 부모님은 부자이시지만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수강료를 냈다던지, 알고 보면 부잣집 자식인데 부모님의 도움 없이 성공한, 한마디로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더 많았었다.


특히 이런 문화는 실리콘밸리에서 거대한 부의 축적을 한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 즉 중산층 자녀였는데 본인의 능력과 운으로 오늘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고,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했다. 그런데 요즘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런 환상은 점점 깨어가는 중이다.


실리콘밸리 로열

여기서도 Silicon Vally Royal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과 그들의 가족들, 심지어는 자식들도 요즘은 할리우드 스타와의 열애설 또는 업계의 스타들과의 결혼이나 여러 가지 사적인 이야기들이 소셜비디아를 통해서 전해진다.

영어로 tabloid라는 슈퍼나 편의점에서 보는 연애계의 소식을 주로 담은 책자들이 심심치 않게 실리콘밸리의 소식을 담고 있다. 이들은 심심풀이 대중의 관심을 넘어서서 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영향력을 보인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24&Me라는 집에서 유전자 검사하는 회사의 CEO, Anne Wojcicki도 회사를 창업하고 투자자를 모을 때 전 남편이자 구글의 창업자 Sergey Brin의 덕을 봤다는 설이다. 회사의 창업과 성장이 꼭 배우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고, 세르게이와의 이혼 후에도 회사는 여러 해 동안 성장을 계속했지만, 어느 분야 또 어느 지역을 넘어서 유명인과 부자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Nepo Baby(나포 베이비)들은 이제 떳떳하게 그들의 자랑스러운 부모님을 내세워 업계에 진입하는 것을 떠나서 이제는 그들만의 특별한 리그(League)를 이루는 듯이 보인다.


미국의 상속세

상속세이야기를 계속해보자. 미국에서는 베이비부머들(61 - 79세)은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은 미국 전체의 50%에 달한다. 그리고 그 재산은 그들의 자식에게 거의 대물림될 것이다. 물론 부모님이 살던 집, 가지고 있던 현금 등 우리가 생각하는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정도의 부는 여기에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밑에서 보는 지도는 주(State) 별 미국의 상속세율이다. 거의 모든 주가 상속세가 없고, 있다고 해도, 예로 워싱턴주에 따르면 세금은 2M 이상, 한화로 30이 넘을 경우 10 - 20% 정도가 책정된다.

미국의 상속세율

상속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 이야기를 소개한 이코노미스트의 기자는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데, 본인의 주위에서도 실력을 쌓거나 취업에 목을 매듯 부자 배우자를 만나려고 하는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고 한다. 통장의 잔고를 보여줘야 가입할 수 있는 데이팅앱, 부자들만 또는 그들의 자재들만이 초대받는 파티, 실리콘밸리에서 임원직 이상이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클럽등 관심을 가지고 보니 내가 들어본 이런 초대형 부자들만을 상대로 한 서비스나 상품이 꽤 많다.


내가 아는 파이낸스 쪽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친구 하나는 얼굴이 예뻐서 예전부터 인기가 많았다. 그 친구의 인스타그램이 수년 전에 많은 팔로어를 갖게 되면서 2년 전 직장을 떠나서 이제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그녀의 직업이 되었다. 역시 그녀의 럭셔리한 생활과 퍼스트클래스 비행기표는 남자친구의 아맥스 플라티늄에서 협찬해주고 있다. 가끔은 그 친구의 화려한 사진들을 보면서 온갖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진 뒤의 그녀의 삶도 여러 가지 복잡한 형태의 노력과 노동이 들어간다는 것은 짐작이 가능하다.


젊은 친구들이 하루 10 - 12시간 노동보다 부자 배우자를 찾으려 하거나, 열심히 일해서 받은 월급을 저축하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대박 날 주식에 투자하거나, 명품 가방을 사거나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맛있는 밥이나 먹으러 미쉘랑 스타 일식집에서 오마카세를 먹는 일, 내 생각에는 혀를 차거나 얼굴을 찌푸릴 일이 아니다.


기성세대가, 그리고 우리의 사회가 왜 젊은이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세상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배경 스토리 - 이코노미스트 Inheritance is becoming nearly as important as working

대문사진은 Photo by Daniel Barn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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