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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나이 차별 없다?

늦게 시작해도 괜찮은 이유

by coder

요즘 들어서 실리콘밸리뿐만이 아니라 세계에 누구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참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얼마 전 Reddit에서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하려고 오랫동안 준비를 했는데 막상 미국으로 가려고 하니 상황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된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미국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이에게 쏟아진 답글은 정말 미국에 사는 나도 무서운 정도였다.


이주, 이직, 새로운 공부, 창업, 결혼, 출산. 모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충고들이나 경험담들이 '요즘은 정말 뭐든 시작하지 말아라'라고 한다. 창업한다는 사람에게 그 돈 다 날릴 생각하지 말고 참고 있어라. 집 사겠다는 사람에게 집 값 금방 폭락한다. 회사 때려치우고 대학원 간다는 사람들에게 취업은 꿈에도 꾸지 말라는 사람들은 물론 진심 어리고 걱정된 마음에서 하는 말들이겠지만 내 생각에 별로 도움은 되지 않는 조언들 같다.


특히 나이 때문에 주저하는 분들은 이런 이야기 듣고 나라도 꿈을 포기하겠다. 젊은 이들도 살기 힘들지만, 한국은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도 정말 혹독한 것 같다.


지난번 한국에 머무는 동안 두 번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있었다. 여러 가지 질문의 초점을 생각했지만 두 인터뷰에서 잡은 앵글은 역시 - "35에 개발자가 된 경위"였다.

조코딩 포드캐스트

한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내가 35살 코딩을 배우기 시작할 때 물론 취업을 하고 개발자로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면 좋겠지만 솔직히 '한 10년 해 먹으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에 계속 살게 될 수 있을지, 또 내가 배운 기술이 어느 정도 업계에서 써먹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10,000불을 내고 4개월 공부해서 취업하고 10년을 벌어먹어도 이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만불을 내고 코딩 학원(부트캠프)에 등록했었다.

코딩 알려주는 누나

수업에 들어가니 30여 명 중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딱 1명이었다. 거의 다 20대, 대학을 갖 졸업했거나 아니면 대학원을 다니다가 취업이 힘들어서 코딩을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는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온 친구도 있었고, 전기 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몇 년 일하다가 컴퓨터 개발 쪽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20대 후반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35살이어서 10년을 개발자로 살고 45가 되면 실리콘밸리를 떠나리라 계획했었다. 실리콘밸리는 그때도 지금도 40대는 별로 없다. 이곳은 더더군다나 관리자들이 30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더더욱 그 현상이 두들어져보인다.


나는 실리콘밸리에 10년을 넘게 살면서 나이로 인한 차별이라는 것을 별로 느낀 적이 없다. 40대 중반인 지금도 회사에서 한참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나를 따돌린다거나 내가 그들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거나 하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보다는 문화적인 면에서 소외감이 들 때가 더 많다. 예를 들어서 남자들이 많은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 또는 게임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 나는 약간 고립됨을 느낀다. 요즘 30대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인 데이팅이나 임신 출산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중요치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나이보다 더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이 미국에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에는 인종, 성적 가치관, 자라온 배경 심지어는 종교까지 이곳은 정말 다양함으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아무리 같은 연령대라고 하더라도 오히려 별로 공통점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내 자식뻘쯤 되는 직원하고 오히려 더 잘 통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래서 우리는 나이가 많고, 적다고 해서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일 것이다라는 편견이 적다.


또 이런 가치관과 문화적인 다양성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나이를 걱정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럼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리콘밸리는 천국일까? 꼭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은 내가 보기에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024년 조사에 의하면 실리콘밸리에서 45세 이상은 약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연령 분포도

차별도 없는데 왜?

우선은 내 생각에 실리콘밸리의 변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나이가 꼭 많아서가 아니라 15년 20년을 버티기가 힘든 것 같다. 끊임없이 배우고, 계속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또 새로운 사람들과 타협하고 사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내 생각에는 이곳이 나이 많은 사람들을 배척하기보다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는 것이 정답 같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기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친구들과 타협하며 오랫동안 살고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당연히 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 사람들은 정말 본인의 나이를 잊어야 한다. 항상 배우고, 겸손해야 하고, 젊은 사람들 그리고 바뀌는 테크놀로지들을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변화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 변화를 즐기는 사람만이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


내가 쓴 코드,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를 당연히 사랑하고 잘 가꾸는 마음도 필요하지만 집착을 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 가끔 본인이 몇 년 전에 쓴 코드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무조건 반대하고 본인의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본다. 이것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젊은 사람들도 하는 실수다. 시간과 정성을 쏟은 프로젝트를 갈아엎어버리자는 제안이 달갑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본인과 본인의 상품, 개발자에게서는 본인의 코드를 본인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 당연하고, 그러면 재빨리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정답이다.


모두의 노력

실리콘밸리가 나이에 관해서 별로 민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 한국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참 부러워한다. 그런데 이런 문화를 만들려면 우리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나이 먹었다고 거들먹대는 사람들이 득시글한 직장에서 외국처럼 나이에 좀 덜 민감해질 수 없나? 또는 비슷한 대학 비슷한 경력만 있는 사람들만 몰아넣고, 나이 차별 좀 그만할 수 없나?라고 묻는 것은 내가 봤을 때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이, 직위든 상관없이 남들을 존경하고 서로에게 배우려고 하면 다들 좋게 근무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한쪽만 생각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생각을 바꿔야 진정한 변화가 올 수 있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구인부터 퇴사까지 이런 존중의 원칙을 기본으로 한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인터넷에서 조언을 구하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사람들의 답변을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기를 바란다.


살면서 보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해서 오는 후회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아서 오는 후회가 더 크더라.

조코딩 포드캐스트 - https://www.youtube.com/watch?v=GUXOqmVXYVQ&t=22s

코딩 알려주는 누나 - https://www.youtube.com/watch?v=2rZ_h-a6ZOs

대문사진 -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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