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많은 쉬었음 청년들
한국에 와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접하는 단어 -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이다. 나는 항상 이 단어를 '미취업 청년'이라는 말로 해석했다. 오늘 처음 이것이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어로 'Unemployed'인 미취업자는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실업자를 말하고 “쉬었음”은 영어에는 아직은 적당한 단어가 없지만, 아마 가장 비슷한 단어로 NEET 정도가 있겠다. 미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영국, 호주등에서 자주 쓰는 말로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학교를 졸업한 젊은 이들 중 취업을 아직 못한 이들을 일컫는다. 그래도 NEET은 '아직 취업 준비 중'이라는 의미가 강하므로 '쉬었음' 보다는 더 희망적인 표현이다.
작년 한국에서의 2025년 7월, 실업률은 2.5%,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미국의 4.2%와 비교를 해봐도 낮은 숫자다. 실업률은 낮은데 왜 청년들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주변에서도 요즘은 예전처럼 대량의 구인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회사도 그렇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들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구인 페이지에는 엔지니어를 비롯해서 특히 데이터, PM(프로젝 매니저), AI 관련 업종들을 뽑는 곳이 많고 실제로 늘고 있다. 이러한 구인 공고들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 -
경력자만 뽑습니다
많은 실리콘밸리 지도자들은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3년 이내)에, 50%의 개발자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예상이라고 보기보다는 계획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필요는 없다. 회사들은 인공지능으로 비싼 노동력을 대체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왜 우리가 이런 실리콘밸리의 당당하고 당돌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나 조차도 알 수 없지만, 경제학자들이나 인력을 연구하는 기관들은 실제로 인공지능이 정말 인간의 직업을 그렇게 빨리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해 약간 회의적인 반응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실제로 얼마만큼의 일자리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지는 예상할 수 있는 자료가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앞서서 이야기한 데로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뚜렷한 트렌드는, 경력자만 뽑고 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없이 일 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 인공지능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던 업계에서 20년이 넘는 경력을 소유한 베테랑 친구가 은근슬쩍 바이브 코딩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팀에서 다들 쓰고 있으니, 본인의 생산성만 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까지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 인공지능이 쏟아놓은 일을 검토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거나, 검토 자체가 쉽지 않은 것 등이 계속 업계에서 지적되는 한계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믿고 맏길 수 있는 일들은 예전 같은 면 인턴이나 신입사원정도에게 맡길 수 있었던 일들 - 반복, 패턴을 찾아 따라하기 등이다.
최근 저명한 스탠퍼드 디지털 랩(https://digitaleconomy.stanford.edu/)에서 인공지능이 일터에서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이 기관이 엄청난 숫자의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방대한 회사 대이터를 가지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5,172명의 고객 지원 상담원 데이터를 활용하여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어시스턴트의 단계적 도입 효과를 연구한 결과 AI의 도움을 통해 상담원들의 생산성은 시간당 해결하는 문제 수 기준으로 평균 15% 증가했으며, 이 효과는 직원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상담원의 숙련도가 특히 관권이 된다. 경험이 적고 숙련도가 낮은 직원들은 업무 처리 속도와 품질 모두 향상되었지만, 가장 경험이 많고 숙련된 직원들은 속도 면에서는 소폭의 향상,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하락을 보였다.
또한, AI 지원이 직원들의 학습을 돕고, 특히 해외 근무자들의 경우 영어 유창성도 향상함. AI 시스템은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통해 발전하지만, AI 도입으로 인한 효과는 인간 상담원이 경험이 적으면서도 시스템이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가진, '적당히 드문'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크게 나타남.
실제로 미국에서 챗GPT가 출시된 2022년을 기점으로 22세에서 25세 사이 청년들의 고용이 계속해서 부진한데 이 보고서가 그 이유중 하나를 뒷바침하는 것이다. 아직 일에 많은 경험이 없고 노하우가 없는 신입사원들과 비교하면 인공지능의 일의 성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
인간이 경험을 가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학습과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일을 해결하거나 도움을 받는 일, 즉 네트워크다. 이것이 숙련된 경력자가 가진 열쇠다. 그래서 일이 복잡해지고 특성화돼서 인공지능에게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력자들이 빛나기 마련. 그래서 업계에서도 계속해서 경력자를 뽑고, 이들에게 인공지능을 쥐어주고 일을 하게 하는 이유다.
요즘 특히 레딧(Raddit) 같은 SNS들, 유명한 IT계열 유튜버를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코딩 공부하면 취업 못한다'. '코딩으로 밥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 코딩 공부하라는 말은 말도 안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내 생각엔 이것이 Negative Bias, 즉 부정 편향이 아닐까 싶다. 테크, IT 쪽의 문은 아직도 열려있다. 그만큼 뽑는 숫자도 많고 앞으로 몇 년간 이 런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다. 다른 분야와 비교를 해봐도 마찬가지다. 마케팅, 법, 교육 그리고 예술까지 어느 한쪽도 인공지능의 여파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나마 테크 쪽에서 여러 가지를 새로운 것을 배우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새로 생기는 업종도 많다.
최근 취업을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도 많이 만났고, '쉬었음'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청년들도 만났다. 간호학이나 의학계로 늦은 나이에 재도전하시는 분들도 주위에 많이 있다.
그러나 내 링크드인을 통해서 연락을 해오시는 대 다수는 청년 창업자분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앱을 바이브코딩을 이용해서 만들어서 베타 이용자를 찾는 분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연락하시는 분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데이터나 인공지능 쪽에 공부를 시작한다고 도움을 청하시는 분들도 많다.
큰 혼란에는 큰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열심히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쉬시고 언젠가 일어나시기 바란다.
Generative AI At Work - https://academic.oup.com/qje/article/140/2/889/7990658
대문사진은 - Photo by Bethany Leg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