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미국 노동자지표
최근에 실리콘밸리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와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때에 일을 시작했지만 승진이 빨라서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친구인데, 자리에 앉자마자 한숨부터 나온다.
주변에서 구직이 힘들다는 소리는 많이 듣는데, 사실 업계에서 요즘 이런 소리도 잦다. 사람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경력 사항 때문. 원하는 경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 구직자는 많지만 필요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력서들이 쏟아져서 들어오는 때에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한껏 원하는 기술이나 경력을 요구한다. 예전에 면접이 끝나고 결정을 하는 회의를 가면 '이 정도면 될 것 같다', 즉 'Soft Yes'만 가지고도 기회를 줬지만, 요즘은 'Strong Yes' 즉, 완벽하지 않으면 불합격.
이래서 요즘 경력자 중에 이직을 하려는 경향이 시작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잘리지만 않으면 다행이다'라는 태도에서, 그만두고 몇 달 쉬면서 공부 좀 했다가 이직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이 슬쩍 들리기 시작한다. 그만큼 경력자들은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물론 어제 발표된 8월 미국 실업자숫자나 연방 준비제도와 연방정부 간의 충돌등을 여러 가지 사항들을 봤을 때 예전만큼 쉽게 이직이나 사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아직은 숨을 죽이고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자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여러 가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연방 노동 통계가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지만(4.3%), 여전히 시장과 실리콘밸리는 승승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발표 후 주식시장이 약간 주춤했지만, 아직까지 모든 경제지표는 초록색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이 8월 통계를 잘 들여다보면 몇 가지 주시해야 할 점이 있다.
2025년 첫 6개월 동안 25세에서 44세, 아이가 5살이 채 되지 않은 엄마들의 2.8%가 직장을 떠났다. 물론 -2.88pp가 그렇게 걱정될 만한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더 많은 엄마들이 직장을 떠날 것이란다. 이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꼽는다.
1989년 이후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거의 10% 상승. 이 수치는 2023년 8월 71.2%로 최고치를 기록
그러나 2025년에는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경제활동 참가율이 2.8% 하락하며, 40년 이상의 데이터 기록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
사무실 복귀 의무화 정책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정책은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크고 작은 회사들이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면서 이러한 분균형 현상을 낳고 있다.
다른 이유로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높은 육아비용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엄마가 나가서 버느니 차라리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것이 수지에 맞다는 계산.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녀를 봐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거의 모든 부모는 어린 나이에 아이들을 케어할 보모를 찾아야 하거나 시설을 찾아야 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시설이나 보모들이 상당히 비싸다. 그래서 결국은 엄마가 집에서 일하는 상황이 택하는 것이다.
아직 통계상으로 많지는 않지만 아픈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는 이유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저소득, 중산층에서 더 많이 벌어진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고소득 가정에서는 엄마들이 자녀 부양과 자신의 커리어 중 한 가지를 택하는 일은 단지 '본인의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또는 '어린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달렸지, 돈이 결정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또 인종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저소득, 중산층에는 유색인이 자연스럽게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유색인 여성의 학력과 사회 참여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이런 현상도 주춤하고 있다.
앞에서 시작한 고용이야기는 성별, 인종 그리고 소득차에 따라 벌어진 사회 참여도와도 연관이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도 해고(레이오프)된 사람들 중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6개월 안에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여성과 유색인들의 성공률은 비교적 낮았다(T-HQ 통계).
물론 해고든 고용이든 담당자를 찾아서 이야기해 보면, 인종과 성별과는 관계없는 결정이라고 자부하지만 사람들 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잠재되어 있는 차별등은 사회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제 미국의 현대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줄줄이 연행되는 사진을 보고 맘이 내내 좋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회사에서 보내 미국까지 일하러 가신 분들이 이런 일을 겪게 돼서 너무 안타깝고 정말 남에 일 같지가 않더라.
수용소의 환경이 많이 열악한 데다가 한번 이런 일로 이민 시스템에 이름을 올리면 평생 미국으로 갈 때마다 복잡한 절차와 입국 거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분들 한국에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란다.
대문사진은 - Photo by Dakota Corbi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