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조금 달리고 올게!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나의 조리 원칙.
1. 마사지는 받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받는다.
2. 집에서는 늘 양말, 긴 옷을 착용하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은 직접 쐬지 않는다.
3. 끼니를 잘 챙겨 먹는다.
4. 할 수 있는 한 외출은 적극적으로 한다.
5.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 시켜 먹는다.
6. 힘들면 언제든 시터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
7.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8.
그동안 임신, 입원, 출산으로 해보지 못한 것 마음껏 하기.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어서 도와주는 손길이 많긴 하지만 생후 한 달 동안은 아기와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고 손도 많이 가고 아직 세상이 익숙지 않은 아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바람에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 한 40일 정도가 지나자 조금, 아주 조금, 코딱지만큼 수월 해졌는데, 같이 사는 친구들이 일정한 보수를 받고 아기를 봐줄 수 있게 되어서 평일 5시부터 8시까지 내게 꿀 같은 자유시간이 생겼다.
늘 잠이 모자라기 때문에 자유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니까 돌아다니기 바쁘다. 세상엔 재밌는 게 왜 이렇게 많은지!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하다. 예전 같으면 하루 2-3시간의 자유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을 텐데 이제는 그 짧은 휴식 시간이 복에 겹고, 분에 넘친다! 잘 쉬고 오면 아기를 더 잘 돌볼 에너지와 자신감이 생긴다. 역시나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잠시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다.
아, 회사 팀원들에게는 출산 휴가만 쓰고 바로 복귀하겠다고 장담하고 나왔지만,
역시나 사람일은 장담해선 안되나 보다. 아기가 너무 어리고 귀여워서 출산 휴가 이후에 두 달만 육아휴직을 이어서 내기로 했다.
그래서 내게는 11월 복직 전까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이 주어져있다.
아기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 나의 행복을 챙기는 슬기로운 산후조리를 해야지.
아기야, 엄마도 아직 궁금한 것이 많단다. 놀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도 엄마는 조금 달리다가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