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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Sep 07. 2020

인사담당자가 추천하고픈 가짜사나이 김병지님 면접이야기

가짜사나이의 팬으로서 가짜사나이 2기를 모집하는 면접 영상까지 보고 있다.

면접 B조 영상을 보기 전에 "연륜에서 나오는 바이브", "말 진짜 잘한다", "면접이 감동일 수 있구나"같은 댓글부터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4분 13초 뒤, 면접 영상을 다보고 김계란님처럼 마음 속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견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사담당자 시각으로 왜 이 면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김병지님의 면접에서 느꼈던 5가지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번~4번부터는 면접 스킬에 가까운 이야기이고, 5번은 김병지님의 면접을 보고 내가 감동을 받았던 부분 그리고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이다. 만약, 시간이 없다면 5번의 내용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목차

[1] 역량을 묻는 질문에 경험을 통해 요구하는 역량을 드러낸다

[2] 약점을 유도하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드러낸다. 대신, 강점을 더 강하게 보여주거나 관리 가능하다라는 걸 알려주면 된다

[3]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고 다시 돌아갔을 때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본다

[4] 지원동기는 거창함 보다는 진솔함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많다

[5] 면접의 목적이 최종합격일까? - 면접 스킬보다 훨씬 더 중요한 면접의 목적    




[1] 역량을 묻는 질문에 경험을 통해 요구하는 역량을 드러낸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https://www.youtube.com/watch?v=sCwp3NHXHVE



나이가 많은데 나이 어린 교관들의 지시에 적응하고 훈련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 지를 물어보는 면접 질문이었다. 대부분 채용을 할 때, 그 직무를 실제로 잘 할 수 있는 역량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유형의 질문이다.



그리고 김병지님의 첫 대답은 대표적으로 지원자들이 많이 하는 답변이다. "이 역량을 가지고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당연히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변한다.


김병지님이 정말 잘 대답했던 이유는 이후에 경험으로 내가 이 역량을 가지고 있는 지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는 정말 이 사람이 내가 원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가지고 있다는 답변만으로는 알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경력 또는 경험으로 이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증명해야 한다.






[2] 약점을 유도하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드러낸다. 대신, 강점을 더 강하게 보여주거나 관리 가능하다라는 걸 알려주면 된다



50대인 김병지님이 20,30대 만큼의 체력이 있다고만 했다면 정말 그럴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김병지님은 솔직하게 본인이 폭발력이 떨어지겠지만 다른 부분은 자신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약점을 물어볼 때는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약점인지를 확인하는 목적도 있지만 얼마나 스스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파악하는지를 묻는 목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약점까지도 솔직히 드러냈기 때문에 더 진정성 있는 답변이라고 느껴졌던 것 같다.




[3]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고 다시 돌아갔을 때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본다




전 국민이 아는 김병지님의 실수 또는 실패에 대한 질문이다. 대부분 실패라고 하면 거창한 실패를 생각하기 때문에 얼마나 내가 뼈저린 실패를 했는 지에 대해서만 강조하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고 그 교훈을 통해 내가 다시 돌아갔을 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 가가 아닐까 싶다.




[4] 지원동기는 거창함 보다는 진솔함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많다


지원동기가 늘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대부분 지원동기 자체가 막막하고, 이 회사를 10년 후에 몇 조로 만들거나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써야 잘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이 부분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거창하게 꾸며내려 하지 말고, 솔직하게 정말 이 직무나 회사에 지원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보고 이야기 하는 게 오히려 더 공감되고 와닿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특히, 김병지님은 본인이 지금 처한 상황에 빗대어 솔직하게 이야기 했기 때문에 지원하게 된 동기에 대해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두 번, 세 번 되묻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5] 면접의 목적이 최종합격일까? - 면접 스킬보다 훨씬 더 중요한 면접의 목적



댓글에 면접관 4명이 오히려 면접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병지님의 면접 스킬이 훌륭했기 때문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면접관이나 보는 사람이 감동했던 이유는 김병지님이 본인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병지님이 가짜사나이에 합격하기 위해서 면접을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생각한 바와 살아온 삶을 보았을 때 가짜사나이가 나와 정말 맞는 지를 스스로도 확인하러 나오는 자리였다고 느껴졌다.


나도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면접을 볼 때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1. 면접의 질문과 의도에 대해 답변을 잘 못하는 사람

2. 면접의 질문과 의도를 잘 답변하는 사람

3. 면접의 질문에 단순히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과 신념을 보여주고 면접을 반대로 이끌어 가는 사람


면접관 입장에서 가장 긴장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져서 같이 일하고 싶었던 사람은 3번 유형이 많았다. 물론, 합격율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2번 유형처럼 보여서 합격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가끔 취업 관련 멘토로 활동하면서도 이 유혹을 많이 받는다. 구직자들은 합격할 수 있는 비법이나 치트키같은 것들을 원한다. 이렇게 취업이 어려운 때에 어떻게든 취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내 동생에게 가이드를 준다면, 2번인 척해서 합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본인에게 나쁜 일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최종 합격이 아니라 최종 합격 후 회사에서 잘 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롱초롱하던 신입사원들이 본인이 아예 맞지 않는 성향과 역량의 일을 하고 나서, 나가 떨어지는 걸 많이 봤다. "그래도 합격하는 게 낫지, 퇴사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회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들이 얼마나 자신감을 잃고 마음의 상처와 병을 얻었는지, 그 휴유증이 얼마나 오래 가는 지를 많이 지켜봤다.


합격하는 게 일단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가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일이 있다. 4년 전 교육담당자로 지원하는 친구의 인터뷰 전략을 짜고, 필요한 것들을 같이 해 준 경험이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만큼 알게 되었다는 걸 그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친구는 원하던 회사에 합격했지만 3개월이 지나고 권고 사직을 당하고 말았다. 그 3개월 동안 그 친구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그 휴유증이 얼마나 오래가서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꿨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 일 중의 하나다. 무엇이 정말 그 사람을 위한 일인지, 그 때는 잘 몰랐던 것 같다. 내 지식과 경험을 자랑해 단기적으로 그 합격시키는 것보다, 앞으로 그 사람이 정말 잘 지낼 수 있을 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잘 몰랐다.



김병지님은 50대이고 국가 대표도 할 만큼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으니 이 정도 내공이 나오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좌절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20년 이상 살아온 인생도 충분히 길다면 길고, 개똥 철학이든 아니든 아무 생각없이 살아온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어려운 시기이지만 부디 구직자 분들께서도 본인의 신념을 잃지 않고 합격을 넘어서, 본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장기적으로 더 본인을 위한 길이 되지 않을까.



*드리블을 사랑한 남자 김병지님의 면접 영상은 12분 18초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wp3NHXH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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