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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nt Kim Mar 15. 2024

대학원생도 직장인입니다.

학생, 그 학생이 아니야. 직장생활 보다 더 한 대학원생활. 

다시 학생이 되면 수업이 없는 날은 커피 한잔에 산책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회사 다닐 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새벽 5시 기상에, 저녁 9시 10시 퇴근이 거의 고정적인 일상이 되어버렸다. 


힘들지 않냐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아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카드 결제일에...) 


한 번은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 미국대학원 시험, 일명 X랄이) 스터디에서 하루 종일 단어만 외우고 문제 풀고 스터디하고 집에서는 겨우 잠만 자는 일상을 보낸 적이 있다. 스터디에서 만난 학교 후배는 GRE공부에 과외에 알바까지 소화하면서도 난 그렇게 죽어라 외워도 외워지지 않았던 100개 단어를 하루 만에 죽죽 외우는 게 신기했다. 물론... 그 친구는 적어도 나와 8살 차이가 났기 때문에 '뇌싱싱 효과'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라고 위로해 봅니다...). 


그래서 "힘들지 않아? 어떻게 다른 일 하면서도 단어도 잘 외우고 그럴 수 있어?"라고 물어봤다. 

내 후배는 정말로 방긋방긋 웃으면서 


"공부하는 것도 직업처럼 생각하면 돼요. 출근시간에 알바 가고 알바 마치면 독서실에 공부하러 가고 퇴근시간 맞춰서 그 안에 다 끝내고요, 뭐 좀 더 남으면 야근해서 그날 할 건 다 끝내요." 


흠. 그거였군. 학생을 뭔가 '적당히 여유 부리면서 친구들이랑 놀러도 다니고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열심히 하고...'라고 생각했던 것이 좀 부끄러워졌다. 신입생일 때 수업 빼먹고 강의실 앞 잔디밭에서 빼갈에 자장면을 흡입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세대가 바뀐 건가... 태도가 다른 건가. (둘 다겠지). 


유학준비를 하고, 대학원생이 된다는 건 결국 professional 한 학문을 하겠다는 건데 아마추어 같은 생각을 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렇다. 내 지금의 학생이란 타이틀은 그냥 학생이 아니고 '프로페셔널, 직업으로서의 학생'인 것이다. 


얼마 전 주변 유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친구들은 대부분 잠을 푹 못 잔다며, 그리고 중간 과제 마감이 코앞이라 밤을 또 새워야 한다며 푸념들을 늘어놓았다. 

순간, 월말결산 마감을 앞둔 재경팀 모 대리, 헷징 해야 한다며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석유화학팀 모 사원 등등 등... 이 생각났다. 


그렇다. 적어도 대학원생의 공부, 직장인으로서의 일과 삶은 그렇게 괴리가 있진 않은 것 같다. 회사에서의 삶에 지쳐 '다시 학교로 가서 대학원 다니면서 좀 쉴까?' 하는 친구와 후배들이 많다. 물론 선배들도.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여유로운 학생의 삶을 마음만 먹으면 할 수는 있다. 근데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근무태만과 똑같이, 학계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다. 회사가 싫어서가 아니라 공부가 하고 싶어서 와야 한다고. 공부가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더라도 적어도 회사가 싫어서 나오면 안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렇다. 똑같이 힘들다. 그리고, 대학원의 시간에는 회사만큼 돈은 못 번다 (물론... 전공 별로 다르다... 회사 보다 더 버는 곳도 있다...) 


회사원에서 연구자로서의 삶으로 이동할 때 나의 기준은 이것이었다. 어차피 싫은 일은 있을 텐데, 조금 더 참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재미와 의미가 있는가,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는가, 그 결과물이 '내 것'인가. 


나의 선택 기준은 그것이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누리고, 책임지고, 감당하고 싶었다. 


대학원생, 혹은 연구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 학생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라 그냥 블랙박스에 넣어버리곤 한다. 대학원생도 직업이다. 


브런치. 카테고리를 만들어달라. 똑같은 '직장인'이다. 분야가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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